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허실 Apr 17. 2021

도심 RPG 여행 기획서 '서울의 마블'

게이미케이션 기법을 적용한 청소년 여행 수업 레시피

2017년에 교사와 학생 포함 대략 70여 명의 인원으로 5박 6일간 서울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서울은 왠지 우리 마음속에 익숙한 느낌의 도시였기 때문에 '여행'과 연결시키시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가장 가깝지만 제대로 알지 못하는 도시인 서울을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여행 기획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 여행을 기획하면서 서울을 여행하는 외국인이 여행하기 좋은 도시 중 하나로 서울을 꼽는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서울은 대중교통이 정말 발달되어 있고 생각 이상으로 다양한 특색을 가진 골목과 거리가 많습니다. 70-80년대 느낌을 가진 동네 골목부터 조선 시대의 느낌을 그대로 담고 있는 유적지, 미래 지향적인 느낌을 가진 대형 건물까지 볼거리가 넘쳐나는 도시입니다. 그동안 서울은 사람 많고 건물 많고 특색은 별로 없는 대도시 정도로 인식하곤 했는데 이 여행을 계기로 서울이라는 공간을 매력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서울 성곽길 도보 코스 걷는 모습


서울이 매력적인 곳이라는 사실이 여행의 재미를 담보하지 않습니다. 식재료가 좋다고 무조건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없는 것과 비슷합니다. 여행 나름대로의 기본 조건을 갖추어야 아이들도 여행을 재미있게 받아들입니다.



_수업 레시피



학생들과 준비하는 여행 수업이 어려운 점은 모든 아이들의 특성과 취향을 맞출 수 없다는 점입니다. 소규모라도 단체로 여행을 가기 위해서는 여행 일정을 미리 정해야 하고 다양한 생활 규칙도 생겨납니다. 우리는 이런 여행을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여행사에서 내놓은 패키지여행이 이와 비슷합니다.


여행을 게임 방식으로 기획을 한 이유는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도 최대한 여행 콘텐츠에 흥미를 가지게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제가 일하던 대안학교에서 진행한 기존의 여행은 극기 중심의 도보여행 또는 농사 여행 콘셉트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나름의 의미가 있는 여행이었지만 해가 지날수록 학생들의 성향이 달라지면서 불만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새로운 형태의 여행이 필요해졌습니다.


2014년에 부여로 여행을 가면서 도심 RPG 개념을 처음 도입했습니다. 그리고 2017년 서울로 여행 장소가 정해지면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제대로 알지 못하는 '서울'이라는 지역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여행 프로그램을 기획하기 위해 다시 도심 RPG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서울의 마블 완성판



준비 과정에서 부루마블 게임을 본떠 서울을 배경으로 하는 '서울의 마블' 게임을 제작했습니다. 공통 여행 코스와 자유여행 코스를 논의 속에서 정하고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각각의 미션 내용을 음성파일로 만들어서 배포했습니다.


게임 방식의 수업을 준비할 때마다 느끼는 부분이지만 게임을 개발하는 분들의 대단함을 매번 느끼게 됩니다. 게임 기반 수업은 아주 사소한 것 하나까지 신경 쓰지 않으면 전체 밸런스가 무너지기 때문에 정말 많은 준비가 필요합니다.


상업적 목적이 아닌 내부 수업용으로 활용하기 위해 제작하다 보니 그 당시에 저작권을 고려하지 않고 인터넷 이미지 파일을 참고해서 제작했습니다. 저의 기획 자료는 무료로 공유하지만 이미지 파일은 무료 이미지 파일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대로 사용한 것은 아니고 부분적으로 활용했지만 그래도 인터넷에 공유를 하려고 하니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원 저작자를 찾으려고 했지만 시간이 오래 지나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혹시라도 글을 보신 분 중에 본인이 제작한 이미지가 활용되었다고 판단이 되시면 연락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이 자료를 가지고 수업에 활용하실 분들도 이 부분을 참고해주시면 좋겠습니다.



_ 교사의 KICK


학생들과 함께 진행한 여행 기획 수업 기록



학생들과 함께 하는 여행 기획팀이 있다면 어떤 여행을 가고 싶은지, 장소는 어디로 하면 좋을지 사전 회의를 길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냥 교사들이 논의해서 여행을 기획하는 것이 더 쉽고 편하지만 학생들과 함께 논의를 하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학생들에게 흥미를 이끌어내기 위해서입니다.


회의를 통해 여행 콘셉트가 정해지면 콘셉트에 맞는 준비 프로그램과 본 여행 프로그램을 준비해야 합니다. 기획자가 아닌 단순 참여자의 정체성을 가진 학생들은 여전히 여행에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특히 개인적인 성향이 강해지는 청소년 시기에는 여행을 좋아하는 친구보다 싫어하거나 부담스러워하는 친구들의 수가 더 많습니다.


서울의 마블 게임 개발 과정


저는 전체 활동으로 '서울의 마블' 게임을, 모둠 활동으로는 자유여행 기획을 진행했습니다. 시간이 6주 정도밖에 없고 일주일에 전체 학생이 모일 수 있는 시간은 2시간 정도밖에 없었기 때문에 최대한 가볍게 준비하면서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방식을 제안했습니다.


볼 것이 없다고 막연하게 생각하는 서울이지만 '여행지'라는 관점에서 보면 서울은 전 세계 최고의 여행지라는 것을 수업을 준비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교사가 미리 서울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으면 여행 준비하는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게임 기반의 수업이기 때문에 게임을 좋아하지 않거나 경험이 없더라도 게임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는 있는 것이 좋습니다. 그냥 아이들이 하는 게임 몇 개 다운로드해서 한두 달 정도만 즐기시면 금방 이해됩니다.


모든 파일은 무료로 공유합니다. 다만 좋아요와 공감 댓글은 글을 오래오래 재미있게 쓸 수 있는 동기가 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좋은 수업을 위해 노력하시는 모든 선생님들을 응원합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

수업은 액션입니다

좋은 교사의 자질 10가지

삶은기술 : 마을의 왕



        

이전 03화 지구를 지켜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