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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허실 Mar 15. 2022

지구를 지켜라

청소년 대상 환경 수업 <지구특공대> 수업 레시피

2019년 16살 청소년 대상으로 1년간 진행한 환경 수업 계획서와 교안을 공유합니다. 환경 문제는 굉장히 오래전부터 나온 사회적 의제였지만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이 수업을 준비하기 전까지 환경 문제에 큰 관심이 없었습니다.


더 자세히 이야기하면, 환경에 관심이 많다고 생각했지만 수업 내용을 준비하면서 환경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이면서 수업 아이디를 내고 내용을 마련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은 적이 없었는데 이 수업을 준비하는 1년 동안은 많이 힘들었습니다. 제가 아는 게 없더라구요.


수업을 준비하면서 현재의 환경 위기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저의 작은 깨달음을 아이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1년 동안 열심히 수업을 준비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이 시간은 아이들보다 저를 위한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_ 수업 레시피


청소년 대상으로 환경 수업을 진행해 보신 분들은 이미 알고 있겠지만 환경이라는 주제는 아이들이 제일 지루해하는 주제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제가 어릴 때 즐겨 봤던 '캡틴플래닛'이라는 만화 영화가 떠올랐습니다.


바로 요 녀석...


다섯 대륙에서 모인 주인공 다섯 명이 <땅, 불, 바람, 물, 마음> 반지의 힘을 모아 '캡틴플래닛'을 소환해 환경을 오염시키는 빌런들을 물리친다는 게 주요 내용입니다. 제가 기억하기로는 환경을 보호하는 최초의 슈퍼 히어로물이 아닌가 싶습니다.


땅 불 바람 물 마음
다섯 가지 힘을 하나로 모으면
캡틴 플래닛 캡틴 플래닛
공해와 싸우는 우리의 영웅


다소 올드한 느낌이 나지만 그 당시 레트로 열풍에 잘 접근하면 신선하게 다가설 수 있겠다 싶어서 만화 영화의 제목을 가져와 수업 제목을 <지구특공대>로 지었습니다.


여기에 그 당시 가장 크게 문제가 되고 있던 환경 문제 4가지(황사, 미세 플라스틱, GMO, 기후 위기)를 뽑아서 계절별 이슈와 연결시켰고 게이미피케이션, 키트 제작, 캠페인, 디베이트 등의 다양한 학습 방식을 도입하여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1. 봄 <먼지의 나라> : 게이미피케이션

수업 초반에는 흥미를 끌어올리기 위해 제일 먼저 게이미피케이션을 도입했습니다. 게임화 수업의 성공 여부는 교사의 뻔뻔함에 크게 좌우됩니다. 이왕 하기로 했다면 퀘스트 규칙에 대해 자세히 안내하고 적절하게 오버 액션을 더하면서 최대한 재미있게 끌어가는 것이 좋습니다.


2. 여름 <플라스틱 랜드> : 캠페인

여름 시즌은 학기말 학교 행사와 연계되어 있기도 하고 6월 5일이라 세계 환경의 날이기 때문에 캠페인 제작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그 당시 제로 웨이스트, 플라스틱 제로 등 플라스틱과 관련된 다양한 환경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어서 타이밍도 좋았던 것 같습니다.


3. 가을 <사람을 잡아먹는 꽃> : 디베이트

디베이트는 찬반이 확실한 주제에 대해 형식을 갖춘 토론을 진행하는 것을 뜻합니다. 디베이트를 제대로 하려면 심판이 초시계를 들고 발언 시간, 순서를 철저하게 지켜야 하지만 저는 기본적인 토론 방식에 디베이트 방식을 조금만 도입해서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4. 겨울 <뜨거운 바다> : 함께 책 읽고 이야기하기

기후 위기는 찬반의 논란이 거의 없는 환경 문제 중 하나입니다. 너무 거대한 주제였기에 오히려 담담하게 진행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당시 많은 이슈가 되었던 그레타 툰베리의 프랑스 연설과 그 연설에 대한 한국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담은 얇은 책을 함께 읽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그레타 툰베리에 대한 책이 이것 달랑 하나였는데 지금은 굉장히 많은 책이 나왔네요)




_ 교사의 KICK


1. 반대 의견도 들어주세요

환경 수업이 재미없는 이유는 딱 하나입니다. 선생님들 대부분 '환경은 지켜야 해'라는 명제를 전제로 수업을 하다 보니 학생들이 반대 의견을 내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환경 문제에 대해 찬반이 갈리는 문제에 대해 양쪽의 입장을 아이들에게 공통으로 들려주고 의견을 물어보면 굉장히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가을 시즌에 디베이트 방식을 도입한 이유는 환경 이슈 중에 GMO(유전자변형식품) 부분이 찬반이 가장 명확하게 갈리기 때문입니다. 환경 시민 단체는 GMO 금지를 주장하고 과학계와 기업은 GMO 찬성 쪽이 많습니다. 아이들도 의견이 대략 반반으로 나뉘었고 덕분에 토론도 재미있게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GMO에 대해 양쪽의 입장을 균등하게 담은 영상 하나를 공유합니다. 이 영상을 만든 '쿠르츠게작트' 유튜브 채널은 사회적 이슈에 대한 입장을 균형 있게 전달하는 영상을 잘 만들어서 수업에 활용하기 좋습니다.



2. 처음부터 끝까지 경험하게 해 주세요

환경 이슈를 담은 내용을 아이들과 공유하다 보면 재미가 없거나 또는 너무 자극적이어서 일부만 보여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환경 문제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이런 내용들을 A부터 Z까지 온전하게 보여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사람들이 환경 문제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바다거북이 코에 박힌 빨대 영상이 있습니다. 2015년 처음 이 영상이 공개된 이후 사회에 큰 울림을 주었지만 제 주변 사람들에게 확인해 본 결과 이 영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본 분들인 거의 없었습니다.


8분입니다. 스킵하지 말고 빨리 감지도 말고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모든 파일은 무료로 공유합니다. 다만 좋아요와 공감 댓글은 글을 오래오래 재미있게 쓸 수 있는 동기가 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좋은 수업을 위해 노력하시는 모든 선생님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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