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보다 무서운 꼰대 프레임
꼰대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이들은 무례하고 거만하며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기 때문이다. 이들과 대화하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울컥거리고 가슴이 점점 답답해지며 숨을 쉬는 게 힘들어진다.
꼰대는 결국 우물 안 개구리를 뜻한다. 자기가 아는 것이 세계의 전부라고 생각하고 우물 밖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를 온몸으로 거부한다. 스스로 인식할 수 있는 세계의 범위가 우물 안으로 한정되다 보니 마치 세상의 이치를 다 아는 것처럼 우쭐거린다. 우물 밖에서 보면 이보다 더 웃긴 상황이 없다.
나이가 들면 꼰대가 된다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맞는 이유는 경험이 쌓일수록 변화를 받아들이고 새로운 것을 하는 것이 너무 귀찮거나 두려운 반면 다른 이들의 실수는 더 많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기가 아는 세계의 기준으로 타인을 평가하고 재단하다가 꼰대 소리를 듣는다.
반대로 틀린 이유는 꼰대는 일종의 타고난 기질이기 때문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나이가 어려도 꼰대력이 만렙인 분들이 있고 반대로 나이 80이 넘어도 한없이 겸손한 분들이 있다. 나이가 어리든 많든 꼰대 기운이 강한 분들은 말투, 표정, 쓰는 어휘까지 비슷한 경우가 많다.
꼰대 구별하는 법
내가 사회 속에서 만난 꼰대력 만렙인 분들의 특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남의 말을 듣지 않는다.
대체로 말을 길게 한다.
판단의 언어, 지시의 언어를 많이 사용한다.
자기가 아는 것 이상을 더 알려고 하지 않는다.
기승전 자기 자랑이 대화의 전부다.
다른 사람을 칭찬하는 방법을 모른다
자신감은 센 반면 자존감은 낮다.
자신의 이익이 침범되는 걸 용납하지 않는다.
나이, 직위 등 표면적 서열 관계에 집착한다.
다른 사람의 고통을 공감하지 못한다.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서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은 끊임없이 자기를 의심하는 것이다. 소크라테스식 질문법처럼 자기의 말과 행동에 잘못된 점은 없는지 스스로 질문하고 대답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그리고 끊임없이 새로운 것에 도전해야 한다. 이게 정말 좋은 방법인 게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순간 이전 세계에서는 만렙이었던 자신이 쪼랩이 되는 경험을 하기 때문이다. 우주는 넓고 자기는 우주 속 먼지 같은 존재라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세상은 넓고 실력자는 널리고 널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순간 자연스럽게 겸손해질 수밖에 없다.
꼰대는 존재 자체로 사람들을 힘들게 한다. 하지만 요즘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꼰대의 존재보다 꼰대 프레임으로 타인을 재단하는 왜곡된 문화의 확산이다. 사람들은 꼰대 프레임에 걸리지 않기 위해 해야 할 말들을 거의 하지 않는다.
꼭 필요한 말을 하는 사람들까지도 꼰대 프레임으로 가둬버리는 이 문화 때문에 조직과 사회는 자정 능력을 잃어버렸고 멋진 경험을 공유하고 전달하는 과정 자체가 삭제되고 있다. 그래서 꼰대 프레임병에 걸린 조직은 제대로 된 의사소통 문화를 잃어버리고 빠르게 노화되는 경향이 있다.
꼰대 프레임병을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은 대화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포기하지 않은 대화가 정말 좋은 이유는 상대방에 대해 생각보다 많이 모른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점이다. 상대방에 대한 이해가 증가할수록 오해는 줄어든다. 제대로 된 대화는 이때부터 진짜 시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