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결혼생활

약자의 편에 설 수 있는 아이

by 허솔레미욤

우리 부모님 세대의 대부분이 그러했듯, 우리집도 부유하지 않았다.

다행인 것은 친구들 대부분이 부유하지 않았기에, 남과 비교하였을 때 특별히 부족하다 느끼며 살진 않았다.

풍족해 보이는 아이들도 있었으나, 그들이 특별한 것이지 내가 특별하다고 느끼진 못했던 것 같다.

절대적 부족함은 있었으나, 상대적 부족은 아니었기에 정신적으로 힘들진 않았다.

​절대적 부족으로 인하여 돈 귀한걸 빨리 깨달았고, 아빠가 성 낼까봐, 엄마가 울까봐, 그런 엄마 아빠가 또 싸울까봐 눈치를 보며 자랐다.


​그럼에도 내가 참 많이 사랑 받고 자랐구나 확신할 수 있는 점은, 엄마 아빠가 다툴때면 항상 난 눈치를 본 후, 그 싸움의 약자의 편에 섰다는 점이다.

그러다 언성이 높아져 큰 다툼으로 번질 상황이 올 것 같을 때에는, 그 타겟이 내가 되게 다툼의 시선을 돌렸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엄마 아빠가 나를 많이 사랑한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행동이었다.

어린 마음에도 알았던 것 같다.

나에 대한 사랑이 크기에, 내가 그 싸움의 약자의 편에 서도 날 미워하지 못할 거라 확신했고,

나에 대한 사랑이 크기에, 타겟이 내가 된다면 곧 그 싸움은 끝이 날거라 확신했던 것 같다.


엄마 아빠의 큰 사랑 덕분에, 어린시절부터 관계에 대한 두려움 없이 나 자신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자랐고, 사회에 나와서도 눈치는 빠르되 강자에게 약하거나 약자에게 강한 행동은 하지 않을 수 있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주변 사람들이 말하는 나의 강점의 기초는 가족에게서 왔다.

크게 사랑 받았고, 그러기에 세상에 두려울 것이 없었다.

나이를 먹고 세상을 배우며 두려움이 생겨났지, 20대 중반까지도 세상에 두려울 게 없었다.


나의 아이에게도 이런 세상을 보여주며 키우고 싶다.

경제적인 절대적 부족은 있을 수 있겠지만, 변하지 않는 충분하고 넘치는 사랑으로, 세상에 두려움 없는 아이로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낼 수 있게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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