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결혼생활

의견을 피력하는데 두려움이 없는 아이

by 허솔레미욤

엄마와 나는 성향이 많이 다르다.

어릴 때에는 몰랐는데, 살면서 부딪히는 것들의 원인이 성향 차이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엄마는 소녀 같고 싱그러운 사람이라면, 나는 조금 더 이성적이고 냉정한 사람이다.


엄마는 상대에게 힘든 일이 생기면, 같이 울어주고 같이 아파하며 그 감정을 공감해 준다.

그에 반해 나는, 왜 그 일이 생겼고 그 일을 해결할 현명한 방법이 무엇인지 최선을 다해 찾아준다.

엄마의 키워드가 공감이라면 나의 키워드는 해결이다.

그래서 엄마는 맺고 끊는 게 정확한 내게 서운함을 느끼곤 하고, 나는 집안 문제의 해결사 역할에 버거움을 느끼곤 한다.


어느 날 엄마랑 통화 하다가 이야기했다.

“나는 남편이랑 싸운 적 거의 없어. 물론 서로 알아서 잘하는 것도 있지만. 웬만한 일에는 화가 안 나서 그냥 넘어가 지거든.

근데 내가 예민하게 반응하는 게 하나 있어”라고 하자, 엄마가 대답했다.

“남편과 아내 문제”

“응 맞아. 남편과 아내, 사위와 며느리 역할에 대한 문제와 맞닥뜨리면 유독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 같아.

나도 내가 그 문제에 대해서는 과하게 예민한 것 같아서, 도대체 내가 왜 이러나 곰곰이 생각해봤거든?

어릴 때부터 우리집이 좀 가부장 적이었잖아. 그래서 부엌일은 항상 엄마가 도맡아 했고.

어린 마음에, ‘왜 집안일은 엄마 혼자 다 하지?’라는 생각이 들며 거부감이 들었던 것 같아.

나는 절대 그러지 말아야지 생각했었어.

그래서 어릴 때 아빠한테 “아빠는 왜 집안일은 아무것도 안 해? 나중에 나도 결혼하면 부인이 되는 건데, 내 남편이 아무것도 안 하고 나만 시키면 좋겠어?”라고 말하기도 했고 말야.

명절에 새언니는 설거지하는데, 오빠는 TV보잖아

아빠가 집안일을 안 하니 오빠도 안 하는 거야. 다 보고 배운 거지. 근데 그거 또 조카들이 보고 배울거야.

아빠 세대는 가능했겠지만, 지금은 안돼.

내가 그 모습 보이는 게 너무 싫어서, 새언니 말고 오빠한테 같이 설거지하자고 했던 거였어.

그러니 이제부터 명절에, 오빠도 일 하라고 시켜.”


나의 이야기를 듣던 엄마는, “그래 그랬구나. 알겠어. 그래야겠다”라며, 나의 길고 긴 이야기를 중간에 끼어들거나 끊지 않고 다 들어주었다.


물론 엄마 세대와 다른 생각이기에 반대 입장일 수 있으나, 내 이야기를 중간에 끊지 않고 잘 들어준 후 의견을 말해주었다.


그럼 엄마의 모습에 나는 아차 했다.

‘아… 엄마가 항상 이렇게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었기에, 나의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 뿐만 아니라 친구들이나 어른들한테 내 의견을 피력하는데 두려움이 없었구나.’


나도 알밤이가 태어나면, 아이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엄마가 되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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