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이 뭐 별거냐 싶어진지 꽤 되었다.
나이가 들수록 물욕은 사라지고, 물질에 대하여 바라는 것도 없어진다.
그저, 사랑하는 사람들과 오래오래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기만을 바라게 된다.
무튼, 선물을 주고 받는 그 마음은 너무 감사하고 좋지만, 사용하지 않는 것들을 잔뜩 받아 쌓아 놓다 보면, 오염될 환경이 걱정된다.
우리집에는 사용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바디로션과 튼살크림이 5개나 있다.
이럴때면, 진심어린 편지 한 통이 나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신랑에게 선물은 필요 없다 말했다.
내가 명품이라도 좋아했다면 명품을 받고 싶다고 말할 수도 있었겠지만, 나는 명품에도 썩 관심이 없다.
과거에도 없었고 지금은 더더욱 없다.
신랑에게 선물은 필요 없으나, 케익에 촛불은 꼭 키고 싶다 말했다.
작년에도 난 케익에 촛불을 키고 싶었는데, 생일에는 미역국이 가장 중요한 신랑은 소고기를 사와 정성스럽게 미역국을 끓여주고는 케익은 사오지 않았다.
그래서, 나의 생일에는 케익이 중요하다고 여러번 말해 주었다. 혹시나 잊을까봐 여러번.
현재 나는 임당이지만, 생일에는 임당 걱정을 집어 치우고 맛있는 케익을 먹으며, 소원을 빌고 싶었다.
그리고 생일 전 날, 내 이야기를 들었던 오빠가 케익을 사왔다.
생일 당일 케익을 못 살지도 몰라 미리 사왔다고 하는데, 오빠가 살 수 있는 가장 짧은 동선에서 사온 게 느껴졌으며 초는 안 보였다.
다소 서운했지만, 그럼 어떠하리~ 난 촛불 불고 축하를 받으면 되니 넘어갔다.
생일날 아침 “우리 지금 케익에 촛불 부는 거야?”라고 물으니, 퇴근하는 저녁에 촛불을 불거라 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식사를 마치고 운동을 하는 내게 오빠가 케익을 먼저 먹고 있으라 했다.
“싫어~ 오빠 오면 같이 먹을 거야. 내가 먼저 먹으면 초는 어떻게 켜~”라고 물으니,
본인은 늦게 퇴근하는데 그럼 늦게 먹게 되니, 먼저 먹고 있으라며, 초는 안 먹은 곳에 꽂으면 된다고 말하는데 서운함이 밀려왔다.
‘먹던 케익에 초를 꽂아도 괜찮고 안 괜찮고는 내가 결정할 문제지! 그게 괜찮으면 그건 오빠 생일에나 하란 말야! 나는 싫다고!’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오빠가 오기 전에 케익을 먹어버렸다.
그리고 퇴근해서 초를 불자는 오빠에게 “초는 어디있는데? 초 사왔어? 초 없는 케익이었잖아”라고 말하니, “우리집에 i love you초 있지 않아?”라고 하는데, 그게 무슨 초인지고 모르겠고, 그냥 서운함이 밀려와 울컥했다.
“됐어, 나 초 안 불어”하고 방으로 들아갔다.
몹시 서러운 생일이었다.
너무 미워서 이틀을 냉냉하게 대했다.
이틀을 냉냉하게 대하며, 오빠가 눈치 보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쓰였다.
내가 왜 냉냉하게 대하는가를 생각해 보니, 나도 내가 왜 그러는지 잘 모르겠었다.
서운함을 알아주길 바라면, 왜 서운한지 알려줘야지.
지금 내 행동은 오빠를 힘들게 할 뿐이었다.
서운하고 서럽고 밉긴 하지만, 내 목적이 오빠를 힘들고 아프게 하는 게 아니라면 이렇게 애태울 필요가 있나 싶었다.
그래서 오빠가 저녁에 와서, “이쁜이 어디갔지~ 2일 전부터 어디 간 것 같은데~ 이쁜이 데려와요”라고 말하길래, “걔 다시 안 온대, 멀리 떠났어”라고 하며, 서운했던 이야기를 전달했다.
이야기 하다 괜히 더 서러워져서, 내가 그렇게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존재가 된 것이냐며 따지는데, 따지면서도 속으로 ‘어라 너무 멀리 왔네?’ 싶었다.
오빠가 나를 신경쓰지 않는 것은 절대 아니란 건, 내가 제일 잘 안다.
얼마나 나를 아껴주고 예뻐해주는지, 그리고 얼마나 최선을 다하는지, 누구보다 내가 더 잘 안다.
오빠의 잘못은 그저, 본인의 생일에 생일 케익이 크게 의미가 없다 하여
생일 케익이 중요하다던 나의 생일에 마저, 그 중요도를 투영시켜 내 생일을 망쳐버린 것,
그것 하나 뿐이었다.
그런데 나는, 없는 죄마저 만들어 오빠의 죄를 키워 오빠를 탓했다.
무튼, 잘 화해했다.
오빠 속을 태우며 오빠를 괴롭히기 위해 화가 난 것이 아니므로, 내가 서운했던 이유를 전하고, 화해를 했다.
내가 화난 이유를 정리해서 말하며, 이 이유 이외의 것들은 화나서 던진 아무말이었다는 것도 알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