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한 친구가 여행을 떠나는 인천공항에서 이런 말을 했었다.
“나 벌써 여행이 끝나는 날이 두렵고 아쉬워”
의아했다.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 끝을 두려워하다니.
마지막 날도 아니고, 마지막 날의 전날도 아닌데,
여행을 시작하는 지금, 어찌 시작의 설렘이 아닌 끝의 아쉬움을 논할 수 있을까.
설렘만 가득했던 나는, 친구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 친구라면 그럴 수 있겠구나’ 생각하며 넘겼었다.
그리고 어제, 그 마음이 내 가슴에 불었다.
자전거를 타고 한남대교를 달리며,
지금은 시작이고, 목표한 도착지까지는 아직 많이 남아있음에도
끝이 다가올까 아쉬웠다.
아직 끝에 도달하지 않았음에도, 경험하지 않은 끝이 벌써 아쉬운 것.
이 마음이 긍정인지 부정인지 모르겠으나
이런 마음이 들 만큼, 내가 본 한강은 설레고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