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바이 더 씨

산다는 것

by jomjung

[영화의 배경, '맨체스터 바이 더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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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맨체스터 아님)

'맨체스터 바이 더 씨'는 미국 매사추세츠 주에 있는 인구 5,000명이 조금 넘는 작은 도시이다. 중간 중간 삽입되는 고요한 항구 마을의 풍경과 잔잔한 클래식 음악은 영화의 쓸쓸한 분위기와 '맨체스터 바이 더 씨'라는 작은 마을의 모습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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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초반, 리는 모든 것에 무관심하며 시종일관 무표정이다. 아무런 감정 변화가 없던 그는 아주 사소한 일에 폭력을 휘두르는 듯 종잡을 수 없는 행동을 한다. 병원에 도착해서 형이 한 시간 전 사망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도, 울지도 않고, '아' 한 마디를 내뱉는다. 마을에 돌아온 그를 보며, 사람들은 '그 리'라며 수군거린다. 영화는 그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 없이 그저 일상을 보여주므로써 그에게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런 의문이 지속되는 시점에, 과거 회상 장면을 통해, 그가 이렇게 변화하게 된 그 사건이 드러난다.

잠깐의 실수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었던 그 사건은 스스로를 폐인으로 만들만큼 큰 고통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인구 5,000명의 작은 마을에서 그 끔찍한 사건은 큰 이슈가 됐을 것이다. 그런 그에게 이 마을은 어떤 의미였을까?

이 작은 마을은 리에게는 자신의 가장 큰 상처를 떠올리게 하는 공간, '상처' 그 자체이진 않았을까.

[보트와 모터]

리와 패트릭은 첫 만남에서 간단한 의사소통에서도 오해를 할만큼 서로에게 서툴다. 둘의 관계의 변화를 나타내는 가장 상징적인 것은 '보트와 모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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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첫 장면에서 조와 리와 패트릭 세 사람은 보트를 타고 낚시를 한다. 보트명은 'Claudia Marie'.형이 묻히는 장면에서 가족 묘지의 비석이 나오는데, 거기에서 이 보트명이 두 사람의 어머니의 이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머니의 이름을 딴 이 보트는 '가족'을 상징하는 하나의 요소다.

처음에 리는 패트릭이 보트에 집착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패트릭은 그런 리를 이해하지 못한다.
함께 삶을 공유하지 않던 사람의 성격이나 행동을 이해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살아온 환경이나 겪어온 일들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면 사랑한다'는 말처럼 그 사람의 과거와 스토리를 알게되면, 그제야 그 사람에 대한 이해가 시작된다. 리와 패트릭은 삶을 공유하며 조금씩 서로를 이해해나간다.
아무렇지 않게 일상을 사는 것처럼 보이던 패트릭은 냉동고에 얼어있던 고기를 보며 패닉에 빠지고, 어머니를 만나고 온 후 괴로워한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리는 패트릭의 마음 속에 묻어 둔 상실감과 상처를 알게 된다. 패트릭 역시, 리가 아끼는 세 개의 액자(영화에는 나오지 않지만, 아마도 세 명의 자식 사진인 것 같다.)를 보며 자식을 잃은 리의 아픔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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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릭이 어머니를 만나고 온 후, 리는 보트의 모터를 새로 간다. 보트를 팔려고 했던 리가 모터를 갈아준 행위는 패트릭과의 관계가 변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은 조의 죽음 이후 처음으로 함께 보트를 타고 바다로 나가고, 여기에서 처음으로 리는 패트릭을 보며 미소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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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ily ever after]

그동안 내가 봐왔던 다수의 영화는 극적인 연출을 위해 '영화적인 결말'을 만들어냈다. 부딪히고 깨지다가 결국에는 '함께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로 귀결된다.

"Why can't you stay?"
"I can't beat it."

그동안 이런 '영화적'인 영화를 많이 봐온 탓인지 당연히 두 사람이 함께 지낼거라는 결말을 예상했다. 예상과 달리 본래 각자의 삶으로 되돌아가는 이 영화의 결말은 조금은 허무했다. 패트릭이 그랬던 것처럼 나 역시 왜 리와 패트릭이 '맨체스터 바이 더 씨'에서 함께 살 수 없는지 의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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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는 상처 그 자체였던 이 작은 마을로 돌아온다. 형의 죽음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돌아와야만 하는 상황. 내 실수로 사랑하는 자식들을 잃었다는 상실감과 죄책감. 그의 상처가 어느 정도 인지 이해해보려 조금이라도 비슷한 상황들을 떠올려봐도, 아직 아이도 안 낳아본 나로서는 감히 상상할 수 조차 없다. 마을로 돌아온 그는 사람들을 만나고, 전 부인과도 재회하며 마음 속 깊이 숨겨놓고 절대 꺼내보지 않았던 그 상처를 다시 대면한다. 또한 자식을 잃은 아버지 리와 아버지를 잃은 아들 패트릭은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고 위로한다. 하지만 리는 결국 상처를 극복하지 못했고, 원래의 공간으로 되돌아간다.

왜 이 곳에 머무를 수 없냐는 패트릭의 질문에 리는 단 한 문장으로 대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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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can't beat it. (난 이겨낼 수가 없어.)"

하지만 이들에게 분명 희망이 존재한다. 영화의 시작이 그랬듯, 마지막 역시 리와 패트릭이 보트를 타고 낚시를 하는 장면으로 끝이 난다. 가족을 의미하는 그 배로 영화가 마무리 된 것은, 리가 상처를 완벽히 극복하진 못했지만, 앞으로 조금은 회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게 아닐까. 또한 시간을 두고 서서히 회복되는 이 모습이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가족'의 의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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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ily ever after"는 우리 삶에서는 불가능하다. 살아가면서 항상 행복만 가득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나 혼자 사는 세상에서는 상처를 받을 일도 없다. 하지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어쩔 수 없이 '관계' 속에서 살아야하며, 그 안에서 우리는 필연적으로 상처를 받는다. 우리는 상처를 받고, 회복되고, 관계를 만들고, 또 상처를 받고, 그렇게 삶은 계속된다.

누군가 '맨체스터 바이 더 씨'에서 '영화'보다 '다큐멘터리' 같다는 느낌을 받는 것은 어쩌면 이런 우리의 삶을 현실적으로 그려내기 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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