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와 나

나는 두렵지 않았다

by 후이빈



내가 우리 할머니를 처음 만난 건 대학교를 들어가고 나서다.

어렸을 적부터 나에겐 할머니가 없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알고 살아왔다. 외가 친가를 통틀어 외할아버지 한 분만 계셨다. 왜 할머니가 없냐며 불만스럽게 말하곤 했던 내가 할머니를 만난 건 정말이지 새로운 충격이었다. 한량이셨다는 할아버지와의 순탄치 않았던 결혼생활을 중단하고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건너가신 할머니는 오랫동안 연락이 끊겼었다.

90년대가 되어서야 뒤늦게 머리가 희끗한 중년의 아들과 조우하던 할머니의 모습을 나는 어색하게 바라만 보고 있었다. 나중에 나는 할머니에게 물었었다. 왜 혼자만 가셨냐고. 할머니는 옷 만드는 기술로 미국에 건너가 자리를 잡고 모두를 부를 생각이셨으나 친자식만 초대할 수 있다는 법 때문에 직접 낳으신 고모와 삼촌만 부를 수밖에 없다고 하셨다. 할아버지가 첫째 부인과 결혼해 낳으신 우리 아빠나 고모들은 미국으로 건너갈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그렇게 인연이 갈리고 벌써 30년이 지나는 세월 동안 서로는 많이 변해버린 듯했다.


여하튼 나는 할머니를 처음 뵌 이후로도 가끔 소식을 전했지만 나는 한국에서 나의 삶을 , 할머니는 뉴욕에 계셨기 때문에 우리는 그냥 할머니와 손녀라는 이름언저리에 내내 머물러있었다. 그러다가 내가 미국에 유학을 오게 되고 어느 여름 뉴욕에 3개월간 머물게 되면서 항상 마음에 그리기만 했던 할머니라는 존재에 대해서 피부로 느끼기 시작했다. 할머니와 나와의 동거도 얘깃거리지만 무엇보다 어떤 인생을 살아오셨는지가 너무나도 궁금했기에 시간 나는 대로 밤마다 할머니를 앉혀놓고 기억을 세세히 더듬어달라 무던히도 괴롭해 댔다. 이 이야기는 그런 할머니의 유년시절과 전쟁에 대한 짧은 기억의 조각이다. 놀라우리만큼 생생한 우리 할머니의 기억과 함께 감히 나의 상상력을 간간히 더했다. 지금도 또 앞으로도 새롭게 더해질 우리 가족의 모든 일원들이 잊혀 갈 할머니의 기억을 조금이나마 나누고 기억하게 하는 것이 내가 이 글을 쓰는 목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