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노원문화예술회관, 일상과 예술이 가까워지는 곳

'뉴욕의 거장들: 잭슨 폴록과 마크 로스코의 친구들' 전시

by 해브빈


'노원문화예술회관'을 아시나요?

최근 이곳의 전시실을 리모델링해서

'노원아트뮤지엄'으로 명칭 변경을 했다고 해요.


공간은 물론 이름도 변경하니 왠지

일상과 예술이 더욱 가까워진 느낌입니다.



지난주 9일, 새로운 전시

'뉴욕의 거장들: 잭슨 폴록과 마크 로스코의 친구들'

개막식이 열렸습니다.


제게 뉴욕이라는 도시는 참 낭만적인 기분이 들게 하는 곳이에요. 어릴 적 보았던 미국 드라마의 배경이 대부분 뉴욕이었거든요. 복잡한 도심 속에서 꿈을 좇는

주인공에게 푹 빠져 '나도 미래에 그렇게 살고 있을까' 하는 행복한 상상을 그리곤 했답니다.



전시가 시작되는 첫날,

노원문화예술회관 노원아트뮤지엄으로 향했습니다.


집 근처에서 시내버스를 타면 20분 이내로 도착하는 곳이었어요. 뚜벅이인 저는 어떤 곳을 방문할 때면 접근성을 가장 먼저 고려합니다. 추운 날씨에 오래 걷지 않고 버스로 이동할 수 있는 위치라 다행이었습니다.


노원 주민이라면 20% 할인 혜택이 제공되며,

이 덕분에 12,000원으로 티켓을 구매했습니다.

동네를 벗어나지 않고 할인된 가격에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것도 행운인 것 같습니다.



티켓을 구매하고 엘리베이터로 향하는 곳에

물품보관소가 있었어요. 저는 백팩을 메고 다녀서 편하게 물품을 맡기고 관람하기로 했습니다.


보관함 공간이 넓기 때문에 짐이 많아도 문제없습니다.

전시관은 건물 1층에서 바로 연결되는 줄 알았는데

엘리베이터로 이동해야 했습니다.


전시가 열리는 노원아트뮤지엄은 건물 4층에

위치해 있어요. 4층에 도착해 티켓을 보여주고 전시관으로 입장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보이는 문구가 있어요.

'추상표현주의'


학생 시절 미술 시간에 한 번쯤 들어봤던 것 같은데

딱히 떠오르는 의미가 없어 잠시 주춤했어요.


추상표현주의와 뉴욕의 관계는 어떤 의미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이 질문에 대한 실마리를 찾고자 오디오 가이드를 활용해

보기로 했습니다. VIBE 앱에서 전시 제목을 검색하면

작품과 작가에 대한 해설을 들을 수 있어,

전시의 배경과 의미를 한층 깊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뉴욕은 유럽에서 이주한 예술가들이 추상표현주의를 꽃피운 도시가 되었습니다.

전쟁의 혼란과 희망이 뒤섞인 이 시기의 작품들은

당시 예술가들의 고뇌와 변화를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아론 시스킨드, <할라파 35(프란즈 클라린에게 바치는 헌사)>

뉴욕에서 활동하던 추상표현주의 작가들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되면서 전시관의 낯선 공기도

익숙해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프랭크 스텔라, <다비드그로데크 3>

"당신이 보는 것은 당신이 보는 것입니다."

오디오 해설을 듣던 중 미니멀아티스트

프랭크 스텔라의 말이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미술이 어려운 이유는 어쩌면

작품과 소통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인 것 같아요.



리 크레이스너, <무제(정물화)> / 마크 로스코, <십자가>

저 또한 작품을 바라볼 때면 베일에 싸인 것 같은

모습에 답답함을 느낄 때가 많았습니다.


작품을 감상할 때는 정면에서 보는 것뿐만 아니라

다양한 각도에서 느껴보는 것도 흥미로운 방법입니다. 작품과 교감하며 나만의 해석을 떠올리는 순간,

예술이 더 가까워지기 마련입니다.



리 크레이스너, <무제>

현대 추상미술의 거장 21명의 작품을 모두 완벽하게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오래 기억하고 싶은 작품들이 있다면

그것만으로 뜻깊은 경험이 될 것 같았어요.



모리스 루이스, <산책을 간 마르셀라와 조>

제목을 유추하면서 작품을 보는 것도 관람 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떠오르는 감정이나 생각으로

제목을 떠올리다 보면 나의 마음과 기분을 이해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하거든요.


모리스루이스의 작품 '산책을 간 마르셀라와 조'는

따뜻한 온도가 느껴지는 색채가 와닿았는데요,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시간의 평화로운 산책을

떠올려보기도 했습니다.



잭슨 폴록, <수평적 구조>

뉴욕의 대표적인 추상표현주의 작가로 여겨지는 잭슨 폴록은 캔버스를 바닥에 눕히고, 붓을 들어 물감을 흩뿌리며 새로운 차원의 예술을 창조했습니다.


물감이 캔버스를 가로지르며 만들어낸 곡선과 점들은 마치 혼란과 질서가 공존하는 뉴욕의 에너지를 담고 있는 듯했습니다. 그의 작품 앞에 서면 물감이 막 흩뿌려지는 순간의 생생함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역동적인 그의 표현 방식에서 기존 회화의 틀을

과감히 벗어나려는 의도를 볼 수 있었어요.



미리엄 샤피로, <팡파르>

다채로운 색감의 대폭발이 연상되는 이 작품은 압도적인 크기와 더불어 작가의 표현력이 두드러집니다.


여러 악기들이 모여 멋진 피날레를 장식하는 것 같은 연상이 되기도 합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작품을 감상하면서

표현 기법은 보다 과감해지고 작가의 작품 세계는 더욱 확장되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무한한 가능성'이

예술 작품이 주는 힘인 것 같아요.



리처드 세라, <동양(오리엔트)>

추상표현주의는 다양한 현대 예술 운동을 낳기도 했습니다. 부차적인 것은 덜어내고 본질적인 것에 집중하는 '미니멀리즘'이 대표적입니다.


위 작품의 거대한 검은 사각형에서는

단순하고 간결하지만 강한 힘을 볼 수 있었어요.

가까이에서 보면 거친 표면이 느껴지지만

멀리에서 보면 하나의 응축된 힘을 보여주는 것 같았거든요.


단순한 형태지만, 오히려 관람객으로 하여금 그 안에

숨겨진 의미를 상상하게 만드는 작품이었습니다.



래리 푼스, <폐기물(잔해)>

이 작품에서는 캔버스 위에 던져진 물감이

방금 흘러내린 듯한 입체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예술 작품'이라는 말을 떠올리면 대체될 수 없는 고귀함이나 존재로서의 가치를 떠올리게 되고는 합니다.


그런데 '폐기물'이란 제목에서는 사람들의

기대를 뒤집어 버리고, 예술 작품의 경계 자체를

지워버리는 듯한 작가의 의도가 느껴졌어요.



4층 전시실을 둘러보고 나와 5층으로 향했습니다.

5층 공연장 입구 앞에는 전시와 관련된 도록과

다양한 굿즈들을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공연장 내부에서는 이번 전시에 대한 이야기를 보다 자세하게 풀어놓은 다큐 영상을 상영 중이었습니다.

세부 촬영은 제한되어 기록에 남기지는 못했습니다.


오랜만에 미술 전시를 관람하면서 작품에 대한 모호한 거리감으로 예술을 멀리했던 스스로를 돌아봤습니다.


생각의 틀에 갇혔다고 느껴질 때, 예술 작품은 새로운 시각과 감정을 열어줍니다. '작품은 내게 어떤 이야기를 전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순간, 예술은 더 이상

낯선 것이 아닌 친근한 대화가 됩니다.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의 하루에도 잔잔한 여운이 스며들기를. 소소한 바람을 갖고 전시 관람을 마무리했습니다.




1. 전시 장소 : 노원문화예술회관 노원아트뮤지엄

2. 전시 기간 : 2025.1.10 ~ 2025.7.12

3. 예약 링크 :

https://booking.naver.com/booking/5/bizes/1257761

4. 매표소 운영시간 : 화~일 10시 ~ 19시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일'은 타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