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쓰레기통

'쓰레기통'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by 희로
'감정의 쓰레기통이 된 거 같아. 힘들어.'
'친구를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만들지 않도록 노력해야지.'


언제부턴가 등장한 감정의 쓰레기통이라는 단어.. 감정의 쓰레기통 취급을 하는 사람은 필요 없다고, 인연을 이어가지 말라고 조언한다. 그런데 감정의 쓰레기통이란 무엇인가? 내 마음 속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솔직히 드러낼 수 있는 관계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 않은가? 그만큼 이 사람을 믿고 의지할 수 있다는 뜻일 텐데. 감정을 표현하지 않고 무슨 대화가 오갈 수 있을까? 그저 각자의 살아온 삶을 브리핑하는 시간으로 전락하고 말지도 모른다.


또, 이전에는 왜 감정의 쓰레기통이라는 말이 없었어도 잘 살았는가. 비슷한 ‘대나무숲’이라는 개념도 있었던 것을 떠올려보자. 둘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내 생각엔 감정의 쓰레기통은 ‘우울의 쓰레기통’을 뜻하는 것 같다. 긍정적 감정을 무한대로 뿜어내는 사람에게 ‘날 왜 이렇게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사용하는 거야’라고 말하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그러나 ‘왜 이렇게 힘든 얘기만 하면서 날 감정의 쓰레기통 취급하는 거야’라는 말은 주변에 가득하다. 여기서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대나무숲이 활발하던 시절 우리가 그것을 감정의 쓰레기통이라 부르지 않았던 이유는, 오직 우울함을 담는 그릇이 아니라 다양한 모든 감정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것은 쓰레기통이 되지 않고 울창한 숲으로 남을 수 있었다.


사람과의 관계도 똑같다. 우울한 얘기만 자꾸 하면 그것의 빈도와는 상관없이 ‘쓰레기통’이 된 듯한 느낌을 줄 것이다. 반면 힘든 감정과 더불어 긍정적 감정까지도 공유하게 된다면 모든 감정을 담을 수 있는 넓은 그릇, 또 그런 그릇을 함께 들고 있다는 친밀함을 더불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나의 감정만 담게 된다면 그것이 물들어버리기 쉽기에 경계해야 하는게 당연할 지 모른다. 하지만 다양한 감정이라면 거리낌 없이 받아줄 수 있을 것이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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