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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세스쏭작가 Nov 27. 2023

가끔 붕어빵 파는 작가지망생을 꿈꿉니다

어서 오세요. 미세스쏭 붕어빵 가게입니다.

 디어 아홉 식구가 뭉쳤다. "오늘 할머니 집에서 함께 파티하는 날이죠!" 신이 난 조카들은 온갖 애교를 부리며 연거푸 웃음꽃을 선물했다. 보쌈과 막국수, 광어회와 도다리회, 낙지 탕탕이, 한우 국밥까지 올라 간 밥상에 둘러앉아 거나하게 저녁식사를 즐겼다. 이차로 커피와 음료까지 마셨는데도 디저트가 당겼다. 그때 큰 조카가 과자를 사러 가자며 아빠를 졸랐다. 근처에 붕어빵 십원빵 파는 가게가 생겼는데 마침 조카가 그곳에 가고싶어 했다. "우리 이, 옷 따뜻하게 입고 나가서 아빠랑 십원빵 많이 사 와." 약은 이모는 다섯 살 조카를 꼬드겨 밖으로 내보냈다. 그런데 군것질거리를 사러 나간 이들이 한참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참 후에 의기양양 자태로 집에 온 담이. 조카의 손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봉투두 개나 들려 있었다.


 종이봉투에 담긴 십원빵은 오리지널 치즈 고구마치즈 맛 두 종류였다. 가위로 툭툭 잘라 여러 조각을 만들어 쟁반에 올렸다. 맛있긴 한데 붕어빵도 그렇고 십원빵도 그렇고 반죽이 뭉쳐 있는 게 그대로 느껴졌다. "여기 잘 못 만드는 것 같지?" 남동생의 말에 "그러게. 예전에 강릉에서 사 먹었던 십원빵이랑은 확실히 다르네?" 하고 맞장구를 쳤다. 그럼에도 붕어빵 가게손님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단다. 요즘에는 붕어빵이 개당 천원씩 하는 추세라 수입이 짭짤하겠 싶었다. "와플 기계 몇 개만 갖다 놓고 장사를 하시는데 돈도 무조건 현금만 받고 없어서 못 팔 정도더라." 가족들은 붕어빵의 인기를 보고 깜짝 놀랐다 했다. 와플 기계만 덩그러니 놓고 장사를 한다고? 하긴 얼마 전에는 차 트렁크를 열고 인도를 점유한 채 장사를 하는 분도 봤다. 심지어 그곳의 인기도 엄청났다. " (합법적으로) 붕어빵  싶어." 내 말에 가족들이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달려들었다.


 여동생: 언니가 장사를 한다고? 며칠이나 하고 관둔다고 하려고. (뼈를 맞았다)

 남편: 힘든 일 못해서 안 돼. 그리고 이상한 손님들 많다고 매일 하소연할걸? (명치를 맞았다)

 엄마: 너랑 나랑 같이 할래? (표정이 진지하신 한여사님. 어째 좀 슬픈 반응인데?)

 나: 다른 사람들이 투자해서 잘되고 부자 되는 건 하나도 안 부럽거든? 근데 이상하게 붕어빵 장사로 돈 많이 벌었다는 이야기 들으면 배가 아프더라. 역시 난 작은 그릇이야.


 가족들은 대체 왜 남이 붕어빵 장사를 하는데 님이 배가 아프냐며 깔깔거리고 웃었다. 장난 반, 진심 반이었던 내 반응에 남편이 진지하게 자물쇠를 채다. "그냥 마음 편히 글 써. 다른 생각하지 말고." 예. 그것이 당신을 돕는 길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요.

 "이런 콘텐츠 어때? '붕어빵을 파는 작가입니다.' 장사하면서 겪은 일들을 엮어서 책으로 내는 거야. 아이디어 좋지 않아?" 모든 종착지에서 결국엔 글쓰기를 운운하는 나를 누가 막으랴.


 글을 쓰는 지금도 엄마 붕어빵 장사를 하는 상상을 해 본다. 대형 마트에서도 영업 왕을 거머쥐셨던 한여사님과 까다로운 내가 함께 장사를 한다면? 가족끼리 함께 사업하는 거 아니 말 괜히 있는 게 아닐 테다. 게다가 우리 엄마는 손님이 팥빵을 하나 사면 크림빵을 덤으로 준다는 전설 속 주인공이 아니신가.

 착각 속의 나는 붕어빵도 잘 팔고 영업 이야기도 흥미롭게 잘 쓴다.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 뭐든 웅장하고 재미있다. 붕어빵보다는 '붕어빵 이야기'에 관심이 가는 창작자의 금붕어 논리를 어찌할꼬. 런 마인드로 장사했다간 제대로 매운맛에 치이  다. 앞으로는 붕어빵 장사에 눈독 들이지 말고 잘할 수 있는 일에 코를 박고 살 것. 나는 붕어빵을 팔고 싶은 게 아니라 맛깔스럽고 사람 냄새나는 글 소재를 찾고 싶은 게 분명하다.  "안녕히 가세요. 미세스쏭의 상상 속 붕어빵 가게."

미세스쏭 붕어빵 가게:  카드, 현금 모두 가능, 기분 좋으면 공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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