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세스쏭작가 Dec 30. 2023

배우자가 될 사람을 알아보는 방법

가장 궁금했던 문제의 종소리

결혼할 사람을 만나면 종소리가 들린다고 하던데. 그게 사실일까요? 늘 궁금했습니다. 배우자가 될 사람을 알아보는 방법이 따로 있는지. 도대체 어떻게 해야 결혼의 인연을 발견할 수 있는지. 갑갑궁금하여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배우자를 알아보는 방법'이라는 문장을 검색해서 정보를 뒤졌고 비슷한 내용의 영상이 있거든 무조건 경청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많은 이야기를 듣고 다양한 영상을 봐도 '그래서 결론이 뭔데?' 하는 의문만 커졌습니다.

어휴. 답답해. 내가 배우자를 만나면 그때 낱낱이 정리해서 공표해야지. 나처럼 궁금해하는 청년들에게 속 시원하게 알려 줘야겠다 벼르고 별렀습니다. 예비 신랑을 만나면 불이 번쩍 하고 후광이 비치거나, 종소리가 들리거나, 심장이 요동치며 신호를 보낼 것이라는 속설을 어느 정도는 믿고 기대했습니다.


심지어 연애를 하면서도 궁금하더군요. '그래서 종소리는 언제 어떻게 들리는 거지?' 문제는 유니(현 남편의 가명)를 만나면서 발생했습니다. 이러한 의문에 답을 내리기도 전에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는 저를 발견했거든요. 마법의 종소리 같은 건 들리지도 않았는데 어느덧 혼인신고서에 도장까지 찍은 유부녀가 어 있었습니다. 구청에 가서 혼인신고서를 작성하던 날 남편이 된 Y가 아름답고 풍성한 꽃다발 하나를 건넸습니다. 엄마와 구청 직원 분이 "세상에. 예뻐라. 부러워라." 하시며 본인 일처럼 기뻐하고 축하해 주시던 기억이 납니다. 청사를 나오니 따스한 햇살 한 줄기가 우리를 반겼습니다. '이제 정말 부부가 되었구나. 더 사랑하며 살아야겠다.' 하는 기대감과 의무감이 교차하는 순간이었습니다.


기혼자가 된 내게 잊고 있던 질문이 날아오기 시작했습니다. "언니는 오빠랑 결혼해야겠다는 생각을 언제 했어요?", "너는 어떤 계기로 결혼에 대한 확신이 들었?" 헉. 이것 하나만큼은 시원하게 알려주고 싶었는데 딱히 멋진 대답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냥..."

세상에. 그냥이라니! 결혼을 그냥 하게 됐다니. 이렇게 무성의한 답변이 어디에 또 있을까요. 그런데 사실이었습니다.


그냥 이 사람이면 되겠다는 생각.

그냥 이대로도 별 탈 없이 쭉 함께할 수 있겠다는 예감.

그냥 이 사람이라면 평생 함께 살아도 좋을 거라는 판단.

 

잔잔한 바다를 여행하듯 편안한 연애 기간을 보냈습니다. 오랜 궁금증을 잊어버렸을 만큼 깊은 고민이 필요치 않았습니다. 물론 Y를 만나면서도 계속 배우자 기도를 했었고, 내가 꿈꾸는 믿음의 가정에 대한 기도를 드렸습니다. 그때마다 제 마음은 깊은 바다처럼 담담하고 평안했습니다. 전에 없던 확신이었습니다.

반대로 가치관이 다르고 맞춰야 하는 부분이 많았던 사람과 교제했을 때는 배우자 기도를 하면 이내 답답하고 불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무려 15년 동안이나 배우자 기도를 했기에 제게는 나름의 확고한 기준과 하나님이 주시는 감동을 쫓는 습관이 배어 있었습니다.


나를 나로 존재하게 만드는 사람.

안간힘을 쓰지 않아도 마음 편히 동행할 수 있는 사람.

서로 많이 바뀌지 않아도 될 만큼 치명적인 단점이 없는 사람.

지금 이대로도 문제없이 가정을 이룰 수 있는 사람.


장황한 조건 같지만 위의 네 가지는 서로 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본인이 좋을 때만 좋은 사람, 평소에는 괜찮다가도 치명적인 단점이 발발하면 큰 상처를 입히는 사람은 자기 자신도 가정도 지킬 수 없습니다. 전설 속에 존재하는 종소리를 기대하기보다는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여 봄이 어떨까요. 자신에 대해 깊이 알고 고민할수록 스스로에게 꼭 필요한 배우자를 분별해 낼 수 있습니다.

'술버릇 하나만 고치면 되는데.'

'지금 이대로는 결혼해도 행복할 자신이 없어.'라는 식의 불안감이 드는 사람과 연애하고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이별의 종소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당신이 걱정했던 그 부분은 분명 오랜 시간 불협의 씨앗이 될 것입니다. 누구에게나 단점은 있다고요? 단점도 단점 나름입니다. 상대가 가진 단점이 나와 상극이거나 위협적이라면 그는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자신을 누구보다도 아끼고 잘 아는 사람은 자기 자신입니다. 자기의 마음을 소중히 다루며 세심히 감찰하시기 바랍니다. 화려하지 않지만 그 모습 그대로도 따스하고 괜찮은 사람이 있다면 꽉 붙잡으세요. 결혼한 아줌마의 눈으로 보니 그런 사람이 딱 진국입니다!


<쉬운 연애 일타강사 정리 노트>

-종소리를 기다렸다면 나는 아직도 솔롤롤로였을 것입니다.

-우선 스스로에 대해 깊이 있게 연구합시다.

-주변의 소리, 환상의 종소리가 아닌 본인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세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