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크다스 씨는 1986년생으로 크라운 제과 가문에서 태어났다. 이름마저 연약하고 부드러운 어감을 주는 쿠크다스 씨는 얇은 몸과 부서지기 쉬운 속성 때문에 ‘쿠크다스 멘털’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다. 하지만 그의 진짜 이름 뜻을 풀이하자면 ‘쿠크’는 쿠키, ‘다스’는 벨기에 아스 지방. 즉 ‘벨기에 아스 지방의 쿠키’라는 뜻이다.
쿠크다스 같은 스테디셀러 과자류는 나의 소비에서 엥겔지수를 높이는 주범이다. 현명하게 소비를 하고 싶어도 꾸준히 손이 가는 군것질거리들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마트에서 장을 보고 난 후에 식탁에 올릴 것이 없어서 '이게 아닌데. 반찬거리를 안 샀네?' 하는 생각이 들 때면 내가 주부가 맞나 싶다. 어차피 아는 그 맛에서 벗어나자고 몇 번이나 다짐을 해봤지만 구관이 명관이란 말이 있듯이 옛 맛이 명맛이다.
해외에 가서도 과자 쇼핑을 꼭 하는 우리 부부는 여행 중에 이런 대화를 나눴다. "역시 우리나라 과자가 최고로 맛있다. 만일 해외에서 우연히 과자를 샀는데 그게 쿠크다스였다면 어떨 것 같아?","이 나라는 과자를 환상적으로 잘 만든다면서 감탄했을 거야." 그야말로K스낵 예찬.
우린 그때 한 타국의 유명한 과자를 먹고 있었다. 크림 에그 쿠키였는데 위에 코팅된 크림은 과자와 따로 놀았고 입안에서 잘 녹지 않아서 느끼했다. 지극히 개인적인 소견이지만 쿠크다스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쿠크다스는 다른 과자에 비해 쿠키 층이 얇고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위쪽 표면에는 검은색 초콜릿이 물결 모양으로 장식되어 있다. 나는 이 물결무늬가 화이트 초콜릿으로 바뀌거나 사라지는 소망을 오래전부터 품어왔다. 초콜릿 띠가 눈요기로는 좋지만 본연의 부드럽고 섬세한 맛을 즐기는 데에는 방해가 되는 것 같아서다. 크라운 제과는 쿠크다스를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달콤한 향의 마스카포네 치즈와 더욱 풍부해진 밀크의 조화”
쿠크다스의 포장지를 조심히 벗겨내면 달콤하고 밀키 한 향이 진동한다. 그러나 수많은 쿠크다스를 먹어 보아도 마스카포네 치즈 맛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고 그 점이 오히려 좋다. 오랜 세월 쿠크다스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얇은 층 사이에 있는 하얀 크림 때문이다. 은근 도톰하고 시원한 식감을 주는 하얀 크림 층이 입안 가득 풍성한 조화를 이루면 입도 기분도 즐거워진다.
쿠크다스는 포장지를 벗겨낼 때 붉은색 비닐 선을 따라 조심히 개봉해야 한다. 그래야 온전하게 네모진 쿠크다스를 획득할 수 있다. 간혹 쿠크다스가 뜯을 때 성가시고 부서지기 쉽다는 이유로 비판하는 사람들 있다. 스킬이 쌓이면 휘리릭 현란한 손놀림으로 포장지를 뜯을 수 있건만. 두께가 얇고 섬세한 식감이 특징인 과자를 먹기 위해서라면 그 정도 수고는 일도 아니다. 가녀린 몸체 때문에 부서질세라 조심스럽게 다뤄야만 한다는 것이 쿠크다스 씨의 고유성이다. 만일 쿠크다스가 초코파이처럼 두꺼웠다면 나는 결코 지갑을 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쿠크다스 씨에게 다루기 까다롭다는 둥, 과자 하나를 먹으려고 이렇게 심혈을 기울여야 하냐는 둥 너무 나무라지는 말자. 그것이 곧 쿠크다스 씨의 단점이자 장점인 것을. 인생 선배인 1986년생 쿠크다스 씨를 통해 나의 장점과 단점을 셈해 보았다. 예민해서 사는 것이 힘이 들 때가 있지만, 예민하기 때문에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들을 느끼고 통찰하며 사는 나. 장점이 곧 단점이 되고, 단점이 곧 장점이 된다는 것을 진정으로 소화하고 받아들이니 더욱 나답게 살 수 있게 되었다. 쿠크다스 씨 덕분에 귀한 깨달음을 얻었으니 오늘은 그를 만나 우유 한 잔 나눠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