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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세스쏭작가 Jul 15. 2024

조카가 머리 꼭대기에 있다

BG의 진범을 찾아라

 입 짧은 담이는 요리가 취미이다. 자신이 먹기보다 가족들 먹이기를 좋아하는 담이가 고사리 같은 손으로 수박화채를 만든 날이었다. 가족들 몇몇이 저녁 상에 둘러앉아 화채를 먹던 중에 엄마께서 방귀를 뀌셨다.

  "엄마. 먹고 있는데 왜 그래." 하며 얼른 자리를 피했다. 그러자 엄마가 "나 아니야. 쟤가 그랬어."라며 남동생에게 덤터기를 씌우셨다. 남동생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나?" 하고 물었다. 그때 조카 담이가 "맞아. 삼촌이 그랬어."라며 할머니 편을 드는 게 아닌가. 방귀 진범을 가리고자 옥신각신 설전을 벌이는데 예리하고 총명한 나의 조카는 계속 엉뚱한 주장을 했다.


 "범인은 송곡스.(남동생 별명)"

 "범인은 바로 송곡스."

 진범인 할머니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완전범죄를 확신했다. 예리한 담이는 어째서인지 끝까지 남동생의 이름 석 자를 외치며 삼촌이 범인이라고 지목했다.


 나는 상황을 바로 잡기 위해 안내 방송을 켰다. "아아. 잠시 안내 방송 드립니다. 할머니께서는 다시는 방귀를 뀌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지금부터 불쾌감을 유발하는 행위를 삼가 주십시오." 조카는 입에 넣었던 얼음을 뿜으면서 큰 소리로 웃었다. 고작 여섯 살짜리 꼬마가 번번이 나의 하이개그(?)를 이해하고 폭소를 터뜨다니. 녀석의 매력 출구가 없다.

 조카는 나의 안내 방송 멘트를 그대로 따라 하며 주어를 각색했다. "아아. 안내 방송 드립니다. 삼촌은 밥상 앞에서 방귀를 뀌지 말아 주세요. 까르르." 우리는 박장대소를 터뜨리며 담이에게 두 손 두 발을 다 들었다.


 여동생네 집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짐을 챙기던 찰나였다.

 "할머니~." 담이가 나직이 엄마를 불렀다.

 "응?" 엄마는 밝게 웃으며 담이의 부름에 귀를 기울였다.

 "할머니는 출발하시기 전에 우리 집 화장실을 꼭 쓰고 가세요."


 어!!!??? 당황하신 담이의 할머니. 푸하하하. 아하하하. 꺄하하하. 자지러지게 웃는 른들 틈에서 담이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재치와 사랑스러움이 어른들의 머리 꼭대기에 있는 나의 조카. 이제 담이는 내게 조카보다 벗에 가까운 존재가 되었다. 담이와 보낼 앞으로의 시간들이 기대된다. 다음엔 어떤 웃음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나의 꼬마 벗을 만나러 가는 길은 언제나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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