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남자’라는 유튜브 채널에 손흥민 선수가 영국의 이색적인 디저트를 경험하는 콘텐츠가 있다. 천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한 이 영상에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고이는 맛있는 디저트와 기괴한 형상의 디저트를 체험하는 손흥민 선수의 다양한 반응이 담겨있다. 몇 년이 지난 영상이지만 인성마저 월드 클래스인 선수답게 타국의 식문화를 체험하면서도 존중을 잃지 않는 태도가인상 깊었다.
깜짝 놀랄 만큼 맛있는 디저트를 맛보면 “It’s delicious but dangerous.”라는 언어유희 급의 칭찬을 하면서 체중 조절을 위해 두 번째 숟가락을 뜨지 않는 절제력을 보여준 그. 특히 난생처음 보는 ‘장어 젤리’라는 음식을 앞에 두고 “윽. 무서워요.”를 외치며 어렵사리 시식하는 손흥민 선수의 모습이 멋졌다. 두려움을 무릅쓴 채 눈을 질끈 감고 장어 젤리를 삼킨손흥민 선수가 생수로 얼른 속을 달래면서 했던 말은 “그런데 좋아하는 분들은 엄청 좋아할 것 같아요.”였다. 취향 존중이란 바로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전혀 맞지 않고, 두 번 다시 경험하기 싫은 것일지라도 상대방의 문화를 배려하여 금세 장점을 찾아내 공감해 주는 그의 태도에서 중요한 것을 배웠다. ‘취향 존중’이라는 말이 그 어느 때보다도 흔하게 쓰이고 있지만 진정 타인의 취향을 존중할 줄 아는 사람을 만나는 경우는 흔치 않다. 각자가 가진 존중의 기준과 배려의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친구 집에서 놀고 있는데 누군가 달달한 커피가 먹고 싶다고 했다. 두 사람이 대표로 근처 카페에 다녀오기로 했고 각자 원하는 메뉴를 선택한 후 값을 지불했다. 날씨가 청아하고 기분도 좋은 날이면 바닐라 라테가 당기는 나. 마침 해당 카페의 바닐라 라테 추천 후기가 많았다. 수제 바닐라빈을 넣은 라테를 맛볼 수 있다니 두근두근 설렜다. 내 머릿속은 온통 달콤한 향이 진동하는 라테로 가득 차있었다.
그런데 그들이 돌아와서 내게 건넨 바닐라 라테가 아니라 초코 시럽이 들어간 모카 라테였다. “이거 내 거 맞아?” 하고 묻자 “너 모카 라테 주문한 거 아니었어?”라고 되묻는 친구. 이미 각자 원하는 커피를 손에 쥔 친구들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그냥 아무거나 먹어. 어차피 커피잖아.”라며 이야기의 화제를 돌렸다.
누구보다도 자신들의 취향을 소중히 여기던 분들 맞습니까? 입에 맞지 않는 커피는 물론 기분까지 모두 버리는 사건이었다. 뱃속에 들어가면 다 똑같다면서 주문은 왜 받았니.
'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줄임말인 ‘얼죽아’, '뜨거워 죽어도 따뜻한 커피'의 줄임말인 ‘뜨죽따’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온도, 맛, 종류 등의 개인 취향을 지켜내겠다는 주장이 내포돼 있다.
“야. 이 날씨에 무슨 아이스야. 건강 생각해.”, “한여름에 뜨거운 걸 마신다고? 보는 내가 더 덥다.”라는 둥의 부언은 그만. 디저트를 즐기는 순간만큼은 스트레스를 모두 날려 버리도록 너는 너의 것을 즐기고 나는 나의 것을 즐기면 된다. 자신과 맞지 않는 타인의 기호를 틀리다 여기며 고치려 드는 사람들 워워~. 각자 선호하는 취향이 다를 뿐이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지 않은가.
입맛에 전혀 맞지 않는 장어 젤리를 먹고 나서 이런 걸 대체 왜 먹는 것이냐고 묻지 않고 “좋아하는 사람들은 엄청 좋아할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손흥민 선수의 발언은 그가 존중과 배려로 잘 단련된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 취향 존중이라는 말이 하나의 표어가 된 사회에서 우리는 충분히 타인의 기호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살고 있을까.
콩국수에 소금을 넣어 먹는 사람도 있고, 설탕을 넣어 먹는 사람도 있다. 수박에 된장을 찍어 먹는 지방의 사람들도 있고, 소고기를 완전히 익혀 먹는 것이 취향인 사람들도 있다. 상대가 조금 남다른 선택을 하더라도 먹을 줄 모른다는 둥, 그렇게 먹으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한다는 둥 자신의 방식을 가르치려고 하지 말자. 타인의 취향은 저마다의 환경과 역사에서 비롯되는 세밀한 영역이므로 우열과 시비의 잣대는 잠시 접어두면 좋겠다. 삭막한 시야로 다름을 틀리다고 판단하지 않기. 상대방이 모쪼록 선택한 디저트(dessert)가 데저트(desert)가 되지 않도록 존중하기. 작은 배려로 더욱 달콤한 시간을 나누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