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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세스쏭작가 Jun 11. 2023

탄수화물 중독자의 먹는 일기

먹고 쓰고 기록하라

 하루 종일 집에만 머무르기로 한 날이었다. 집순이의 24시간. 아무리 집안일을 한대도 활동량이 부족하기에 간식은 지양하기로 했다. 어설픈 다짐 때문이었을까. 의지와 달리 달콤한 간식에 더더욱 손이 갔다. 오늘도 역시 탄수화물 중독자다운 식단을 섭렵했다.


아침, 점심 두 끼의 식사 외에 내가 먹은 것들이다.

쌀과자 네 개

크림치즈 뚱카롱 한 개와 아메리카노

포도즙 한 컵

사과즙 한 컵

꽈배기 한 개

스트로베리 히비스커스 음료 한 잔

떡볶이

옥수수튀김

오징어 튀김

...... 

몸이 좋지 않은 사람치고는 굉장히 과하게 잘 먹었구나 싶다.


 퇴근한 남편과 산책을 하면서 "여보 내가 먹은 간식의 양이 적당한지 판단해 줘. 일단 쌀과자 네 개랑 뚱카롱이랑..." 막 간식 리스트를 읊으려는 찰나였다. 남편이 말문을 막아섰다. "벌써 많이 먹었네." 단호한 판결을 내리는 남편의 반응에 민망해서 웃음이 터졌다. 먹는 음식들 기록하면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고 건강 관리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했다. 이튿날도 내가 먹은 것들을 기록해 보았다.


돼지고기 가지 덮밥, 명란 파스타, 카레라이스를 셋이서 나눠 먹음

편의점 빵 한 개

미니 마카롱 세 개

수박 세 조각

그릭 요구르트 한 컵과 블루베리 퓌레

아메리카노

쫀드기 한 줄

백설기 반 쪽

블루베리, 체리, 산딸기 여러 개

저녁 식사(밥, 불고기, 생선, 김치 등)

......

기록 남기는 걸 의식했던 사람 맞아?


 누구는 그릭 요구르트 한 컵이 식사라고 하던데 내가 하루 동안 섭취하는 칼로리는 항상 일일권장량의 두 배 이상을 웃돈다. 간식 리스트를 보니 당류와 탄수화물을 과다 섭취하고 있단 사실이 새삼 피부에 와닿았다. 저렇게 먹고도 편의점에 과자를 사러 갔다가 딱히 끌리는 것이 없어서 그냥 나왔다. 여하튼 밥 배 따로, 간식 배 따로인 군것질 전문가답다. 어려서부터 늘 다량의 당분과 간식을 섭취했기에 내 식습관이 잘못 됐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 주변사람들의 만류와 놀라는 반응 때문에 '자제를 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곤 했다. 나의 식사량과 디저트 섭취량에 입을 떡 벌리며 "그렇게 먹는데 왜 살이 안 쪄?"라고 묻는 사람들이 매우 많았다. 그럴 때마다 '누가 건강한 식단을 짜서 매일 배급해 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릴 때부터 먹고 싶으면 먹고, 먹기 싫으면 먹지 않는 식습관을 가졌던 나는 허가가 지면 일단 단 것부터 찾는 습성이 생겼다. 먹는 것이 싫을 때는 하염없이 모든 게 싫다가도, 입맛이 좋을 때는 맨밥에 김만 싸 먹어도 박수를 치며 콧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바로 나다. 식욕은 너무나 중요한 삶의 욕구라는 생각이 든다. 식욕을 적절히 조절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MSG 중독과 탄수화물 중독을 고칠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나 자신인데 내 입맛은 온갖 자극에 너무나 길들여져 버린 상태다.


 세상엔 맛있는 음식이 너무나도 많다. 설탕튀김옷과 소스에 범벅이 된 옥수수튀김을 먹으며 '이러니 내가 나쁜 음식을 못 끊지' 하고 무릎을 꿇었다. 알알이 바삭거리는 옥수수튀김이 치즈 소스와 어찌나 잘 어울리던지. 입안에서 단짠단짠의 조화가 폭죽을 터뜨렸다. 튀기면 신발도 맛있다더니. 몸에 안 좋은 건 왜 이렇게 맛있나 몰라.


 내가 먹은 음식이 곧 나라면? 나는 아마도 불량식품 백화점이지 않을까 싶다. 이제는 몸매보다는 건강에 신경 써야 함을 자각한다. 섭취 중인 간식들을 꾸준히 기록하면서 조금이나마 건강에 주의를 기울여야겠다. 조금씩 당분 섭취를 줄이고 탄수화물 중독에서 벗어나는 것이 목표다. 오래도록 맛있는 음식들을 즐기며 식식(食食)한 글을 써나가야 하니까. 그나저나 남편의 말처럼 나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간식을 많이 먹는 인 걸까? 너무 뻔뻔한 질문인가?

단짠단짠 톡톡 터지는 옥수수튀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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