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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나B Dec 29. 2017

사회를 본다는 건

백수 일상 92일째

그리운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일월에 한국에 들어오는 거지? 나 부탁 하나 해도 돼? 내 결혼식에 사회자가 되어 줄 수 있어?


그건 부탁이 아니라 우리의 우정에 보답하는 상이었다.

회사에서 만나 단면의 삶만을 알고 맺은 인연이었지만 그것으로도 서로를 이해하기에는 충분했다. 내가 캐나다로 이민 온 후에도 뜸한 연락 사이사이 계속 정을 쌓아왔다. 학교를 졸업하면 친구를 만나기 힘들다는 말을 이해하면서도 그녀를 통해 예외가 있구나라고 생각했었다. 그녀의 모바일 청첩장을 받고서 느꼈던 복차오르던 감정이 결혼식장에서 기쁨의 눈물로 그녀에게 들통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너무나도 아름답고 행복할 신부, 내 친구.

결혼하고 나면 당면할 실존적인 문제들은 결혼 후 수다로 푸는 것으로 남겨두고, 지금은 결혼이라는 결합이 지닌 고결함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다.  

그들은 사소한 일상에서 행복을 발견하고,
그 행복을 웃음으로 공유하며,
역경을 두려워하지 않고 헤쳐나갈 지혜를 가지고
그 속에서 서로를 따뜻하게 보듬고 함께 이겨낼 것이다.

무한한 사랑과 행복을 염원하며,
정현종 시인의 시 중 방문객의 일부로 사회를 끝내려 한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기쁨 속에 작은 걱정이 하나 있다면 나는 캐나다에 살기 전부터 늘 교포라는 오해를 살 정도로 혀가 짧고 발음이 엉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일생에 가장 중요한 날의 진행을 맡기다니. 그녀의 용기와 우리의 우정에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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