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무게가 다를 때

by 안나B

이제 와서 돌이켜 보면 나는 그와의 사랑에 대해서 참으로 오만했었다. 그와 나의 인연은 얽히고 얽혀서 쉽게 풀 수 없는 실타래라고 여겼다. 풀려고 하면 할수록 엉켜서 서로를 더 끌어안을 수밖에 없다고. 내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 그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그는 내가 살고 있던 세상에 살고 있지 않았다. 어쩌면 처음부터 그곳에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각자 다른 삶을 살아온 타인이 같은 세상을 공유하고 있을 거라 생각은 나의 자만이었다.


그는 가위로 실을 자르는 것보다 더 쉽게 우리의 인연을 끊어버렸다.


연애와 결혼을 지나 부부가 되면 이제 해피엔딩이라 생각했지만 그때부터가 시작이었다. 타인이 가족이 된다는 것은 감정의 흐름만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었다. 감정의 독에서 사랑이 빠져나가는 것을 온몸으로 막고 새로운 사랑을 들이부어야 했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더라도 구멍보다 붓는 물의 양이 많으면 그 독은 언제나 물이 넘쳐흐를 것이니. 나의 독은 사랑으로 넘쳐났고 그의 독은 바닥을 보였다.

불과 사 년 전에 사랑을 속삭이며 프로포즈를 했던 그는 이별을 맞이하는데도 불구하고 발걸음이 너무도 가벼워 보였다. 이불속에서 나오는 것 마저 힘들었던 나와는 너무도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우리가 서로에 향해 품고 있던 사랑의 무게는 같지 않았다.

마치 가득 찬 독과 텅 빈 독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