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상처 받는다

by 안나B

지난 일 년이 넘는 기간 동안 내가 상처 받지 않았고 좌절하지 않았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하지만 그 슬픔에 빠져 우울함 속에 갇히고, 그 어두움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지 않았다. 그건 나의 슬픔이었고 내가 감당해야 하는 몫이었다. 힘든 과도기를 지나고 있다는 사실을 내세우며 내가 늘 우선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없었다.

모두에겐 남들이 알지 못하는 각 자의 아픔이 있다. 슬픔에 빠져있다고 해서, 다른 사람의 고통을 무시하거나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는 건 함께 사는 세상에서 더 외로워지고 더 상처 받기 쉬운 사람이 되는 지름길이라 생각했다.




그 날은 여느 여름날의 밴쿠버의 날씨처럼 아주 청명했다. 그를 만나기 전 나는 천천히 심호흡을 하며 신선한 공기를 내 폐에 가득 채웠다. 어떤 말을 들어도 감정적으로 행동하지 않도록 그를 대면하기 전에 나 자신을 더 고요하고 침착하게 만들 필요가 있었다. 심호흡을 하지 않으면 내 몸속에 흐르는 피가 멈춰버릴 수도 있다는 기분. 그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건 더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는 것이었다.

그는 커피를 주문하지 않은 채로 커피숍에 있는 벤치에 앉아 있었다. 나를 만난 후 주문하려고 했다는 것을 알지만 어떤 커피를 마실지 선택할 수 없고 주문할 힘도 없는 사람처럼 보였다. 단순히 멍한 느낌이 아니었다. 마치 방금 전에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사람인 것 마냥 그의 표정에서 생기가 사라져 있었다. 오랜 시간 동안 거짓말을 한 후에 나를 떠난 건 본인이면서 마치 자신이 피해자인 것처럼, 모든 것을 잃은 것 같은 표정으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커피숍에 들어왔다는 것도 모른 채로 얼어있던 그의 모습. 그 순간 내가 본 그의 표정을 난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살짝 벌겋게 상기된 피부톤, 굳어버린 근육 그리고 눈빛에 가득 찬 슬픔 혹은 상실감.


암흑 속에서 작은 불빛에 의지해 아등바등 거리는 사람은 나 혼자가 아니었다.


우리의 이별이 나에게는 세상이 무너지는 선고였지만 그에게는 다른 사랑을 위한 전진이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의 얼굴은 나를 상처 줬다는 사실에 상처 받았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사랑하던 사람의 아픔을 마주하자 나의 아픔은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바보처럼 그에게 감정이 남아있지 않은 척하며,

그를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