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했던 것들

by 안나B

그와 헤어지고 나서 내가 가장 먼저 시작했던 것은 그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것들을 내 주위에서 없애는 일이었다. 특히, 같이 좋아하던 노래나 가수의 목소리가 들릴 때마다 나도 모르게 가슴이 뛰었다. 그 느낌은 즐거움에서 오는 두근거림이 아니라 이제 같이 즐길 수 없다는 슬픔에서 오는 울렁거림이었다.

십여 년 전에 처음 그의 집에 놀러 갔을 때 흐르던 노래는 ‘Mason Jennings’의 ‘If you need a reason’이었다. 그다음 곡은 ‘Kings of Convenience’의 ‘Winning a battle, Losing the war’. 그를 만나러 가면서 내가 들었던 바로 두 곡이 마치 나의 플레이 리스트를 틀어놓은 것처럼 그의 집에서도 들렸다. 나는 가장 좋아하던 가수들의 노래가 연달아 나옴에 놀랐고, 그는 Kings of Convenience를 아는 사람을 처음 봤다며 놀랬다.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콘서트를 가고 싶은 다섯 명의 가수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역시나 그 가수들은 동일했다. 우리가 많은 걸 공유할 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했던 때가 아마 그때였지 않나 싶다.


지난 십 년 동안 우리는 같이 음악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었다. 어차피 비슷한 취향을 가지고 있었기에 좋아하는 노래를 알려주면 어김없이 우리의 새 배경음악이 되곤 했다. 나는 그 노래들이 내가 느끼는 것처럼 그에게도 큰 의미를 준다고 생각했다. 그가 나에게서 돌아섰을 때, 다시 나에게 돌아오길 간절히 바라며 추억이 가득한 노래를 틀어놓고는 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그 노래들이 사랑의 기억을 불러오는 매개체가 되지 않았다.

그의 그녀는 그와의 데이트에 대해서 사람들에게 말하고 다녔고, 그건 내 귀에도 들어왔다. 그와 내가 단골이었던 커피숍과 레스토랑, 함께 다녔던 도시들, 그리고 함께 손꼽아 기다리던 가수의 콘서트까지.
좋아하던 것들을 누군가와 공유하기는커녕 내 주위에서 지우려고 노력하고 있을 때 그는 그녀와 즐기고 있었다. 신기했다.
“너는 어떻게 나와했던 그 모든 것들을 그녀와 다시 할 수 있는 거야? 지난 추억이 떠올라서 마음이 아프진 않았어? 나한테 미안하지 않았어?”
그는 그 질문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답했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걸 했을 뿐이야.”


그래도 그 순간만큼은 함께여서 더 좋았다고, 그렇게 느꼈을 거라고 믿고 싶다


그에게 그 모든 것들은 나와 함께 해서 좋았던 게 아니라 그가 좋아해서 한 것뿐 그 이상은 아니었다. 그는 여전히 예전과 같은 레스토랑을 가고 같은 가수의 노래를 듣는다.

우리가 같이 보낸 시간 동안 공유하며 좋아했던 것들은 아름다웠던 추억으로 남은 것이 아니라 그에게는 그저 과거로 나에게는 이제 벗어나고 싶은 기억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