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되지 않던 위로

by 안나B

내가 그를 사랑하는 건 너무도 명백했다. 그를 바라보던 내 눈빛, 그에게 이야기할 때의 내 표정, 그를 대하던 내 모습을 본 사람들은 그가 그렇게 좋냐며 나를 놀려대곤 했다. 그리고 우리가 이별한 후에, 그 사실은 주변인들에게 나에 대한 걱정으로 연결되었다.


그의 누나도 십여 년 전에 이혼을 했다. 이혼하고 일 년이 지난 후 지금의 남편을 만나 두 아이를 낳고 행복한 가정을 꾸린 그녀지만 나의 눈물을 보고 그녀는 그녀의 과거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너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해. 나도 그랬으니까. 나도 전 남편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육 개월 동안 노력했어. 하지만 그의 마음을 되돌릴 수 없었지. 네가 내 동생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고 있지만 그는 절대 돌아오지 않을 거야. 지금은 힘들어도 시간이 지나면 무뎌져. 이제 그만 노력하고 다른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어. 지금 이 삶은 너에게 고통만 줄 거야... 난 알아. 넌 괜찮아질 거야.”
‘나를 이해한다고? 시간이 지나면 다 괜찮아질 거라고?’ 양 손을 꼭 쥐고 소리 없는 고함을 지르며 흐느끼던 그때, 그녀가 나에게 건넨 말은 말도 안 되는 거짓말로 들렸다. 내가 그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에게 전달해주지는 못할 망정, 나에게 현실을 직시하라고 말하는 그녀가 원망스러웠다. 나는 “하지만... 그를 너무 사랑해.” 라고 한 마디만 겨우 내뱉었다.


내가 그를 사랑했었다는 걸 다른 이들은 알고 있었지만 사랑이 끝났을 때 내가 맞아야 했던 그 아픔은 알지 못할거라 생각했다. 심장이 죄이던 것만 같던 고통을, 이 세상이 끝난 것만 같던 절망감을 어느 누가 짐작이나 할 수 있었을까. 내 귀에 들리던 그들의 위로는 진심 어린 걱정에서 오는 게 아니라 이 순간을 빨리 모면하고 싶어 던지는 만언처럼 들렸다. 나의 슬픔을 이해한다면 빨리 그와 정리하라는 그 조언이 나를 더 상처 줄 수 있다는 걸 모를 리 없다고 생각했다. 그들의 위로는 나에게 위로가 되지 않았다.


그저 내 옆에서 내 편이 되어 위로해 주고 싶었던 마음이었던 걸 이제는 안다.


돌이켜보면 그 당시 나의 마음은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할 만큼 여유롭지 않았고 그게 그들의 최선이었다는 걸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내가 걱정되어서 눈시울이 붉어지던 그들의 눈빛을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그때 들었던 말들은 지금에 와 사실이 되었고 이제서나마 나를 위로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