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시스

by 안나B

몇 달 전 그를 만났을 때, 나도 믿을 수 없을 성량으로 끝도 없이 악을 질렀다. 그에게 나의 분노와 슬픔을 알리고 싶었지만 나의 말은 의사 전달이 가능한 언어가 아니었다. 살기 위해 울부짖는 짐승과 같은 포효였다. 부엌 바닥에 누워 천장을 보고 그의 눈을 보고 허공을 바라봤던 걸 기억한다. 하지만 시야 속에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흐릿하게 보이는 무엇인가가 있었을 뿐, 나의 뇌는 멈춰있었고 나는 배 속에서 울분을 토해냈다.
이별을 눈치채지 못한 죄로 이렇게 미쳐가는구나. 현실을 자각하지 못한 무지에서 오는 고통은 생각보다 컸다.



그의 차가운 눈빛은 내 가슴을 쥐어짜고 또 쥐어짰다. 눈물의 정의는 그 날 나에게 정정되었다.


눈물, 가슴이 뒤틀려서 눈을 통해 빠져나오는 수분.


더 나올 눈물이 있을까 생각했지만 끝도 없이 나왔다. 가슴은 생각보다 많은 수분을 담고 있었다. 아마 그 덕에 촉촉하고 부드럽게 사랑을 할 수 있었던가.



눈물을 흘릴수록 내 마음이 점점 더 메말라 가는 게 느껴졌다. 가슴에서 시작한 건조함은 곧 얼굴로 올라왔고 표정과 피부까지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주변 사람들이 알아차리고 신호를 보내왔다. 나의 몸에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었다.


주변의 모든 것에 생명력을 불어넣던 그 운하처럼 나도 아낌없이 사랑을 나눠주고 싶다.


과연 내가 예전처럼 생명력 있고 사랑이 가득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의심쩍었던 많은 날들이 있었다. 하지만 마를 대로 말랐던 내 가슴에 아주 작은 물웅덩이 하나가 생겼음을 최근에 알아챘다. 이 물웅덩이가 나에게 충분한 물을 공급해줄 수 있을지 아직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결과를 기다리기 전에 나 스스로 마음의 골을 더 깊이 파서 그 속에 숨은 수맥을 발견해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렇다면 그 물웅덩이는 신기루로 없어지는 게 아니라 나에게 진정한 오아시스로 남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