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타인

by 안나B

이 어둠에서 벗어나기 위해 긍정의 힘으로 무장하고 온 힘을 다해 발버둥 쳐도 하루에도 몇 번씩 다시 주저앉는 순간들이 온다. 가슴이 찢어질 듯한 고통을 칼로 도려내면 사라질까 하고 희망을 가져보지만,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괴로운 걸 보아 아무리 도려내도 남은 몸의 부위가 이 고통을 기억하고 있을 것 같아 두렵다.

우연히 그와 그녀의 행복한 이야기들을 듣고 말았다. 상상하지 않으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그들의 모습은 용케 서 있던 나를 다시 무너뜨렸다. 그들이 행복하면 할수록 나의 아픔도 비례적으로 함께 커진다. 이런 불공평함이라니.

억울하게도 나의 고통은 그들에게 전달되지 않는다. 아무리 아프다 아프다 소리쳐도 산에서 외치는 메아리처럼 허공을 울리고 나에게로 돌아왔다.


무수히 많던 타인 속에서도 서로를 바라보던 그와 그녀처럼 우리에게도 그와 나만 존재하던 시간들이 있었다. 그가 나에게 완벽한 타인이 되는 게 가능한 일이긴 할까.


그는 내 앞에 서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그 자리에 없는 것처럼 눈을 가리고 귀를 막고 있었다. 나를 걱정한다던 그의 말은 자신을 위해, 본인의 마음이 편해지기 위해서 한 말이었지 진심으로 나를 걱정해서 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나는 바보처럼 또 그의 말을 믿었고 말과 상이한 그의 행동은 나의 상처 난 마음을 다시 할퀴었다. 그는 나의 상황을 이해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고 등을 돌렸다. 한 때 사랑했던 사람이라고 부르기에 그는 너무도 낯선, 타인으로 돌아가 있었다.


나도 그를 완벽한 타인으로 받아들이고 지금까지의 감정을 지웠더라면 이 모든 과정이 훨씬 쉬웠을 테지.




또 하루가 간다. 시간의 힘을 빌려 아주 미미하게라도 나의 상처가 치유가 되었으리라 짐작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