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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닭 Jan 12. 2019

카즈베기 가기

살짝 험난한 여정


 

  새벽에 일어나서 짐 싸고 화장을 대충 하고 카즈베기로 넘어왔다. 보통 미니버스를 타고 간다고 하는데 택시 아저씨들이 끊임없이 접근한다고 들었다. 갑자기 두려워졌다. 2015년엔가 요르단을 간 적이 있다. 하필 내가 간 시기가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다 쉬는 바람에 버스가 많이 없었고 여행객도 많이 없었다. 아시아 사람이 나밖에 없어서 눈에 튀었다. 온 택시 아저씨가 다가왔다. 택시 타고 잘 가다가 돈 더 내라는 아저씨들이 대부분이었다. 뿌리치면 또 접근하고 뿌리치면 또 오고 반복.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고 사람들 때문에 좋은 여행으로 기억되지 않는다. 정말 돈에 미친 사람들 같았다. 그것도 쉽게 벌려고 발버둥 치는 것 같아서 좋게 보이지 않았다.

  이번에도 그러면 어쩌나 싶어서 인터넷을 뒤졌다. 어떤 사람은 택시 흥정해서 타다가 고속도로에서 갑자기 세워놓고 돈을 안 주면 안 간다고 내리라고 하는 아저씨, 택시는 20라리인데 밑도 끝도 없이 100라리를 달라고 하는 아저씨들. 절대 택시만은 안 탈 거라 다짐했다. 좋은 아저씨들은 친절하고 목적지 가기 전에 관광지 두 군데도 들리니까 그만한 돈을 낼 만하다. 하지만 누가 착한 아저씨인지 모르니 긴장된 마음으로 갔다. 버스정류장에 다다르니 사람들이 막 다가왔다. 주변을 보니 나만 외국인. 큰 배낭을 짊어져서 누가 봐도 여행객. 난 그들의 표적이었다. 처음 겪어보는 건 아니라서 대충 대답하거나 무시로 일관하면서 카즈베기행 미니버스를 찾았다. 생각한 것보다 집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버스정류장은 저기 있다고 알려준다. 착하다고 해야 할까? 물어서 겨우 갔는데 의심이 계속 들었다. 기다리고 있는 일행분들에게 물어보고 나서야 안도를 했다. 같이 가자고 하길래 나란히 앉아서 왔다.

  카즈베기까지 오는 풍경이 너무 예뻤다. 졸다가 풍경보다가 또 졸다가 반복. 미니버스라 엉덩이가 너무 아팠다. 맨 앞 가운데 간이의자에 앉은 바람에 사람들 내릴 때마다 비켜줘야 했다. 나중엔 맨 뒤로 갔다. 맨 뒤에 앉아서 졸다가 갑자기 하늘로 날아가듯 몸이 붕 뜨는 느낌에 깨고 자고 반복했다. 운전이 참 거칠다.



  3시간 뒤 도착해서 내렸다. 같이 온 일행이 어디로 가냐고 해서 숙소로 간다고 오늘은 쉬고 싶다고 했다. 이 말을 한 동시에 산꼭대기 교회까지 얼마 주면 태워주겠다는 택시 아저씨가 왔다. 불러주는 값이 평균이었다. 같이 온 일행이 같이 가자고 본인들도 빨리 보고 갈 거라고 하길래 엉겁결에 다녀왔다. 사실 혼자 가면 등산할뻔했는데 운이 좋았다. 세 명 전부 머리색이 확연히 다른 점이 비슷했다.



  사메바 교회는 조지아 정교회 중 가장 처음으로 세워진 교회라고 한다. 산꼭대기에 있어서 내리자마자 강한 바람이 불었다. 비교적 따뜻한 트빌리시에 있다가 갑자기 찬 바람 맞으니까 온 사고가 정지했다. 같이 온 일행들은 필리핀 사람들인데 오늘 처음으로 눈을 봤다고 한다. 겨울이 없는 나라라서 추위를 안 느낀다고 해도 강바람 앞에서는 추울 수밖에 없었다. 옷도 너무 얇게 입고 왔다. 10분 정도만 둘러보고 서둘러서 택시로 돌아왔다. 이들은 휴가가 짧다며 트빌리시로 다시 돌아갔다. 필리핀 사람들의 특징이라 해야 하나 유쾌하다. 같이 다니는 내내 좋았다. 추위로 내 사고가 정지돼서 말하기보다는 들었다. 둘이 자매라는데 정신이 나가서 사진 한 장 찍어주지 못해서 미안했다. 한국 드라마를 좋아해서 일하고 나서 매일 본다며 내년엔 한국으로 여행 가고 싶다고 했다. 올 때쯤 연락 달라고 서울로 오면 구경시켜주겠다는 말을 하고 헤어졌다. 덕분에 나도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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