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었던 말들
일단 쓰기 시작했다.
스스로에게도 자극이 많이 되는 놀이 같은 글쓰기였다. 패션 브랜드와 책을 이리 붙여보고 저리 붙여보는 과정이 일련의 레고 조립하는 것 같다고 할까. 이 브랜드랑 이 책이랑 뭔가 연결고리가 있는 것 같아.
"전체 책을 보면 그런 기운이 온다."처럼 말이다.
꼼데가르송 담당으로 업무를 해서일까. 애정이 조금 더 들어간 느낌이다. 앞으로 전개되는 브랜드도 개인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가 되겠지만, 업으로 했던 브랜드와 좋아하는 브랜드와는 차이가 있긴 할 것 같다.
마무리는 본 내용에 담지 못했던 개별적 이야기들이다.
단상들.
꼼데가르송에서 직접 운영하는 편집샵이 있다. 브랜드와 옷을 좋아하는 사람들 중 아는 사람은 많겠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은 꼼데가르송에서 직접 운영하는지는 잘 모른다. 도버 스트릿 마켓은 2004년 레이 가와쿠보의 디렉팅으로 런던 도버 스트릿에 둥지를 틀었다.
지명과 거리, 그리고 마켓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처럼 여러 가지 물건을 판매하는 마켓 같은 곳이다. 런던의 도버 스트릿의 감성으로 꼼데가르송은 물론 전 세계의 핫한 브랜드들이 한데 모여 다양한 볼거리와 구매욕을 자극한다. 런던, 긴자, 뉴욕, 싱가포르, 베이징에서 매장을 운영하고 있어, 옷을 좋아하는 사람이 여행을 가게 된다면 꼭 한 번 들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http://www.doverstreetmarket.com/
글로벌 브랜드다 보니 다양한 협업을 진행한다. 에르메스, 루이뷔통, H&M, 고샤 루브친스키, 컨버스, 뉴발란스, 팀버랜드, 노스페이스, 코카콜라, 나이키, 크롬하츠, 몰스킨, 베트멍 등. 옷뿐만 아니라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정말 많다...) 국내에서 가까이 만날 수 있는 매장에서는 컨버스와 나이키 콜래보레이션 상품들을 만나 볼 수 있다.
앞으로 어떤 협업이 진행될지 늘 궁금한, 살아있는 브랜드다.
이상의 본명은 김해경이다. 그가 필명 이상을 갖게 된 데에는 두 가지 설이 있다.
의주로 전매청 공사를 갔을 때, 일본인들이 그의 성을 잘못 알고 김상(金さん)이 아니라 리상(李さん)이라 불렀다고 한다. 이를 필명으로 사용했다고 하는데 이상의 여동생 김옥희 씨가 1964년 신동아에 밝힌 내용이다.
친구인 서양화가 구본웅이 경성고등공업학교에 입학한 이상에게 미술도구를 넣을 수 있는 상자를 선물한다. 그 보답으로 나무 목木이 들어가는 성씨 중 가장 흔한 이李에 상자 상箱을 붙여 이상이라는 필명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1931년 '조선과 건축' 이란 잡지에 발표한 '건축 무한 육면각체'에 처음으로 이상이란 필명을 쓰기 시작한다. 어떻게 그 필명을 갖게 되었는지는 하늘에 있는 그만이 알 것이다.
교과서나 매체를 통해 보는 이상의 모습은 근대 시대의 깔끔한 서양식 복식의 모습이다. 문학적으로도 모더니스트를 지향했던 그의 모습이랑 한복은 왠지 잘 어울리지 않는다. 대부분의 기록에 따르면 그가 즐겨 입었던 옷에 대한 묘사가 없다만, 이상의 아내 변동림이 김향안이라는 필명으로 회상기를 발표한 바 있는데 그 대목을 보면 한복을 즐겨 입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동소문 밖에서 시내에 들어오려면 우리들은 혜화동 파출소를 지나야 했고 반드시 검문에 걸렸다. 특히 한복 차림의 이상은 수상한 인물의 인상을 주었지만 보호색保護色으로 바꾸려 하지 않고, 하루 한 번씩 일경과의 언쟁을 각오하면서도 어머니가 거두어주시는 한복을 편하다고 즐겼다.
이상의 불행은 식민지 치하라는 치명적인 모욕감을 당했을 때 치미는 분노와 저항의식이었다고 본다.
- 김향안, 이상에서 창조된 이상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말끔한 이미지와 사뭇 다른 모습의 이상이다.
한복을 입은 그의 모습을 상상해보자.
다른 시대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지만 둘의 닮은 점을 이어 붙여 봤다. 그런 의미로 이미지도 그 느낌.
무리일 수도 있으나 브랜드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시각일 수 있지 않을까. 이번 편은 개인적인 일들이 쌓여 중간에 기간이 길어졌다. 이제 그보다 조금 속력을 내보려 한다.
너무도 많이 인용되어 마치 읽어 본 것 같은, 조지 오웰의 「1984」. 책을 통해 유니클로의 가치를 함께 엮어보고자 한다. 아마 빅브라더와 빅데이터, 전체주의와 패션의 대중화를 전반적으로 다룰 것 같다. 아직 구독자가 많지 않은 관계로 어떻게 읽힐지는 모르겠으나, 관심 있게 지켜봐 줬으면 한다.(크리틱과 다양한 시각 환영!)
이만 못다한 넋두리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