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현호 Jan 11. 2017

*옷장에 책은 왜 꽂아?

옷으로 이야기해 보자.

진짜 옷장에다 책을 꽂으란 말은 아니다.

우리 옷장에 있는 옷 브랜드들의 이야기는 한 권의 책과 같다는 말이다.


브랜드가 책이라면, 그 아래 개별 단위의 옷들(코트, 재킷, 셔츠, 블라우스, 치마 등)은 하나의 낱말과 단어. 옷이라는 단어와 단어를 가지고 하루의 문장을 만든다. 하루의 스타일을 완성한다. 


표현 도구의 차이일 뿐이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큰 굴레에서는 글쓰기와 옷 입기는 비슷한 의미를 가진다.


텍스트를 품은 옷감

"코튼 100%라 옷의 텍스쳐가 굉장히 부드러워요."


이런 비슷한 말 어디선가 들어봤을 것이다. 패션에서 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업에서 사용하는 표현이기도 한 텍스쳐Texture는 매끄러움, 거침, 부드러움을 나타낼 때 사용하는 단어다. 이 단어는 짜임새, 결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천(옷감)이 안정되게 짜여진 상태를 뜻한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텍스쳐란 단어 안에 Text가 들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엮다'라는 의미의 라틴어 Textum에서 파생된 단어인 Text는 글, 문서, 본문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나아가 직물, 옷감을 의미하는 단어 텍스타일Textile을 봐도 Text을 품고 있다.


옷의 질감, 직물을 표현하는 단어 안에 텍스트를 품고 있는 것은 단순한 우연일까?


프랑스 철학자, 비평가 롤랑 바르트

프랑스의 구조주의 철학자이자 비평가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1915 ~ 1980)는 기호학적인 의미로 옷을 분석한 바 있다. "언어와 패션 모두 기호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라고 말한 그는 패션 또한 의미를 전달하는 언어,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라 정의한다. 사람들은 언어와 옷을 통해 끊임없이 이야기를 주고받는다는 의미다.


이런 복잡한 생각은 평소에 하진 않더라도 출퇴근할 때, 파티를 갈 때, 장례식장을 갈 때 등 사회적 필요에 의해 우리는 옷을 고르고 입는다. 알게 모르게 문화적 기호, 사회적 기호의 맥락에 맞춰 옷을 선택한다. 옷은 입는 사람에 대한 무언가를 말해주는데, 그 옷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고유固有한 개념이 사회 전체적으로 통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옷은 커뮤니케이션의 또 다른 수단이고 언어다. 개별 옷들을 하나의 단어와 단어로 보았을 때, 그런 옷들을 만들어 내는 브랜드는 하나의 문장이고 이야기라 할 수 있겠다. 그런 이야기가 모여 있는 옷장은, 다른 의미로 책장이라 부를 만하지 않을까?


옷 입기를 통해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인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만들었을까?

옷장에서 어떤 단어와 문장을 꺼내 자신을 완성시켰는지, 거울을 보며 한 번 되새겨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옷장에 책을 꽂아보자.

매거진의 이전글 *꼼데가르송과 이상의 「날개」 #못다한 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