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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호 Jan 17. 2017

유니클로와 조지 오웰의 「1984」

빅 브라더와 빅 데이터

1984년 6월 2일, 히로시마에 *유니클로 1호점 오픈하다.

*당시 이름은 유니크, 클로징 웨어하우스Unique, Clothing Wearhouse 다.


4월, 맑고 쌀쌀한 날이었다.

시계들의 종이 열세 번 울리고 있었다.

- 조지 오웰, 1984 첫 문장



조지 오웰George Orwell(1903~1950)이 그리던 1984년, 그 해 유니클로 1호점이 오픈했다.


사실 몰랐다.

유니클로 1호점 오픈이 1984년 6월이라는 것은 자료를 찾다가 알게 되었다. 단순히 연도에 대한 공통점으로 접근한 것은 아니었지만 시작이 1984년이라는 것을 보고 묘한 흥분감이 들었다.


*전체주의全體主義를 비판하며 디스토피아를 묘사한 소설로 우리에게 너무도 유명한 「1984」와 유니클로는 어떠한 접점이 있었을까. 


*전체주의 : 개인의 모든 활동은 전체, 즉 민족이나 국가의 존립·발전을 위하여만 존재한다는 이념 아래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사상 및 체제. 나치즘과 파시즘이 대표적.



빅 브라더를 중심으로 사회를 통제하고 있는 책의 모습과는 반대로 빅 데이터를 중심으로 패션의 대중화, 민주화를 이끌어 내는 유니클로는 접점은 반대쪽에 있었다. 대척점이었다. 극단에 있는 것들은 서로 닮아있다고들 하지 않는가. 그런 의미로 책과 브랜드를 함께 묶어 보았다.


현재의 우리나라의 상황을 동시대적으로 담고 있는 것 같아 입맛은 씁쓸하지만, 그렇기에 더 눈여겨봐야 하는 소설 「1984」다. 본 편을 통해 책과 브랜드를 다시 한번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합리적인 가격에 모두가 누릴 수 있는 대중적인 옷을 만들어내는 유니클로. 조지 오웰이 비판하던 전체주의를 패션의 개념으로 깨뜨리는 이야기를 함께 따라가 보자.


목차

1. 조지 오웰의 「1984」는 어떤 작품?

2. 유니클로는 어떤 브랜드?

3. 빅 브라더와 빅 데이터



1. 조지 오웰의 「1984」

#디스토피아 #영국작가 #내용은알아도읽은적없는책


"Don't let it happen, it depends on you!"

"그것(전체주의)이 일어나도록 내버려 두지 마라. 그것은 당신에게 달려 있다."

- 조지 오웰


꼭 읽었던 것 같은 책이 있다.

내용 소개와 인용이 너무도 많이 되어 다들 안 읽어도 개념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조지 오웰의 「1984」도 그중 대표적인 작품 중에 하나다. 영화와 음악, 미술 등 온갖 문화 영역에서 끊임없이 텍스트가 인용되는 '빅 브라더' 개념. 이 단어를 만들어내고 개념을 생성해낸 작품이 바로 「1984」다. 오늘날과 같은 정보화 사회에서 경계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한 이 개념은 비단 개개인의 사찰과 감시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전체주의에 대한 경계와 권력에 대한 투쟁을 해야 한다는 의미를 가진 복합적인 개념이다.


「1984」는 조지 오웰이 폐결핵과 사투를 벌이며 완성한 생애 마지막 작품이다. 그의 초인적 글쓰기의 결과물로, 음울하고 음산한 풍경을 묘사하며 전체주의적 *디스토피아dystopia의 미래를 그리고 있다. 작품의 제목인 1984는 집필을 시작한 1948년의 뒷자리 연도를 뒤집은 것이라고 하는데, 이는 당대의 현실을 살짝 비꼬는 제목 설정이기도 한 것 같다.


*디스토피아 : 현대 사회의 부정적인 측면들이 극대화되어 나타나는 어두운 미래상. 유토피아와 대비되는, 전체주의적인 정부에 의해 억압받고 통제받는 가상사회를 말한다.


조지 오웰은 영국 BBC에 입사해 2년 동안 라디오 프로그램을 제작하기도 했다.

조지 오웰의 본명은 에릭 아서 블레어Eric Arthur Blair다. 1933년 그의 첫 작품 「파리와 런던의 바닥 생활」을 발표하며 필명을 사용했고, 실제 작품을 위해 파리 빈민가와 런던 부랑자들의 극빈생활을 체험하기도 한다. 이후 작품들을 통해 정치적인 성향이 짙은 작가로 알려지며, 현실세계를 풍자한 소설 「동물농장」을 통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작가 대열에 오른다. 사회주의자였던 그는 스페인 내전에서 *스탈리니즘의 본질을 간파하고 비판하며, 현대사회의 바닥에 깔려 있는 악몽과 같은 전체주의의 풍토를 특유의 유머와 비유로 표현한 작가다.


*스탈리니즘 : 스탈린 치하의 소련 체제 및 지도 이념을 가리키는 말

빅 브라더를 상징하는 대표적 이미지

층계참을 지날 때마다 엘리베이터 맞은편 벽에 붙은 커다란 얼굴의 포스터가 그를 노려보았다. 그것은 사람이 움직이는 대로 눈동자가 따라 움직이도록 고안된 포스터였다. 포스터 아래에는 '빅 브라더가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라는 글이 적혀있었다.

- 조지 오웰, 1984 제1부



어두운 사회와 체제에 대한 내용을 다루니 접근하기 전부터 뭔가 묵직하다.

타임 선정 ‘20세기 100대 영문 소설’, 서울대 조사 ‘하버드 대학생 선호도서’ 1위, BBC 조사 ‘지난 천 년간 최고의 작가’ 3위 등... 이런 수식어가 붙지만, 이런 수식어가 붙으면 꼭 읽어야 될 것 같은데 손은 잘 가지 않는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크게 어려운 개념이 들어가 있지 않으며, 정치 체제와 사회에 대한 비판의 메시지는 생각보다 잘 읽힌다.


정리된 내용을 보자면 이렇다.

극단적인 전체주의 사회인 오세아니아. 이곳의 정치 통제 기구인 당은 허구적 인물인 빅 브라더를 내세워 독재 권력의 극대화를 꾀하는 한편, 정치 체제를 항구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텔레스크린, 사상경찰, 마이크로폰, 헬리콥터 등을 이용하여 당원들의 사생활을 철저하게 감시한다.

당의 정당성을 획득하는 동시에 당원들을 사상적으로 통제하기 위해서 과거를 끊임없이 날조한다. 존재하지도 않는 반역자 골드스타인을 내세워 사람들의 증오심을 집중시키는가 한편, 인간의 기본적 욕구인 성욕까지 통제한다.

주인공 윈스턴 스미스는 이 같은 당의 통제에 반발을 느끼고 저항을 시작한다. 그는 지하 단체인 '형제단'에 가입해 당의 전복을 기도하지만 함정에 빠져 사상경찰에 체포되고 만다. 윈스턴은 모진 고문과 세뇌를 받은 끝에 연인마저 배반하고 당이 원하는 것을 아무런 저항 없이 받아들인다. 그리고 인간의 모든 가치를 상실한 채 빅 브라더를 사랑하게 되고, 조용히 총살형을 기다린다.


물론 몇 단락의 문장으로 내용을 오롯이 담기엔 역부족이다. 하지만 스토리는 생각보다 심플하다. 한 남자가 체제에 저항하려 하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며 뜻을 함께하지만 굴복당하며 연인을 배신, 죽음을 맞이하는 내용이다. 이를 묘사하는 방식이나 세세한 에피소드들은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드라마틱하게 살린다. 세계를 구성하는 언어관 또한 독특해 읽는 맛이 난다.



여기서 주목하고 싶은 키워드는 전체주의 속 빅 브라더Big brother다.

책에서 묘사하는 전체주의는 20세기 초에만 나타났던 특수한 현상이 아니다. 언제든지 사회가 위기에 직면하면 그 망령이 다시 되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파시즘이 등장하던 1930년대 위기의 유럽 상황과 지금의 경제적 불황은 당시의 그림자가 다시 드리울 수 있을 것 같음을 경계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파시즘 : 이탈리아의 B. 무솔리니가 주장한 국수주의적·권위주의적·반공적인 정치적 주의 및 운동


책에서는 빅 브라더는 실존인물인가 아닌가는 마지막까지 수수께끼다. 주인공을 고문하는 오브라이언의 어투 등으로 보아 실제로 없는 가공인물로 여겨지며, 당黨 권력집단이 내세운 가공의 독재자일 가능성이 높다. 


집필 당시 세계는 경제 불황의 늪에 깊숙이 빠져 있는 가운데 일자리를 얻지 못한 ‘잉여인간들’은 인내의 한계점에 다다른다. 이로 인해 극단적인 이념에 쉽게 동조하며, 개인은 전체 속에서 비로소 존재가치를 갖는다는 주장이 대두된다. 이를 근거로 강력한 국가권력이 국민생활을 간섭·통제하는 사상인 '전체주의'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마치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그리는 것 같아, 자괴감 들고 괴로운 부분이다.


'빅 브라더' 는 전체주의 세계 안에서 나타난다. 정보의 독점으로 사회를 통제하는 관리 권력에게 끊임없이 자신이 노출되며 독점적인 정보와 권력을 가지고 끊임없이 현재 상황을 낙관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1984」와 유니클로는 어떠한 관계가 있을까?

공통점으로 묶기보다 반대의 개념들이 평행을 맞추고 있어 옷의 세계와 함께 다뤄보고자 한다.



2. 패션의 민주화 '유니클로'

#패스트패션 #SPA #패션의민주화 #너도입고나도입는옷


"옷을 바꾸고, 상식을 바꾸고, 세계를 바꿔 나간다."

- '유니클로' 브랜드 이념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고,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브랜드 유니클로다.

유니클로 브랜드를 보유한 패스트 리테일링Fast Retailing은 자라(인디텍스Inditex)와 H&M과 더불어 세계 3대 의류 제조 회사 중 하나다. 패션으로 따지면 대기업인 이들의 주력은 SPA다. SPA라고 쉽게 얘기하는데 그 단어가 어떤 말의 줄임말인지는 항상 헷갈리곤 한다.


SPA는 Specialty store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 Brand의 줄임말로 SPA는 미국 브랜드 ‘갭’이 1986년에 선보인 사업모델로 의류기획·디자인, 생산·제조, 유통·판매까지 전 과정을 제조회사가 맡는 의류 전문점을 말한다. 국내 브랜드 중 SPA로는 에잇세컨즈와 탑텐 등이 있다.


일명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으로 불리는 SPA는 백화점 등의 고비용 유통을 피해 대형 직영매장을 운영, 비용을 절감시켜 저렴한 가격과 빠른 생산이 경쟁력이다. 복잡한 개념을 설명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접하는 유니클로, 자라의 이미지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된다.


유니클로의 메인 슬로건, 'Made For All'

이 글을 쓰는 지금, 유니클로를 입고 있다.

글을 읽는 사람 중에 유니클로 아이템을 입고 있는 독자들도 꽤 될 것이다. 유니클로의 대중성과 범용성은 다른 SPA 브랜드의 커버리지를 능가한다. 이런 유니클로의 히스토리는 어떻게 될까.


유니클로의 시작부터 들어가 보자.

1949년, 유니클로 창립자 야나이 다다시Yanai Tadashi는 아버지에게 남성의류 상점을 물려받는다. 오고리 쇼지Ogori Shoji라는 이름으로 회사를 설립해, 1984년 히로시마에 유니크 클로싱 웨어하우스Unique Clothing Warehouse라는 이름으로 유니섹스 캐주얼 의류 상점을 오픈한다. 이를 줄여 'UNI-CLO'라고 썼는데, 홍콩에서 현지 법인 설립 당시 등기서류에 'UNIQLO'라고 잘못 적어 지금의 유니클로가 되었다.

1991년, 회사명을 오고리 쇼지에서 패스트 리테일링Fast Retailing으로 바꾸고, 1994년까지 일본 전역에 100여 개 이상의 유니클로 매장을 오픈했다. 1997년, 미국의 갭Gap을 모델로 SPA 브랜드 전략을 받아들여 의류를 직접 생산하고 독자적으로 판매하기 시작한다.  

이후 경제 위기를 겪으며 유니클로는 큰 기회를 맞이하게 된다. 일본에서 저렴하고 따뜻한 후리스 제품이 폭발적인 판매가 이뤄지며 매출과 이익이 증가한다. 일본에서의 열풍을 바탕으로 2002년 해외 시장에 진출하게 되고, 2005년 국내에서 롯데쇼핑과 합작하며 우리의 일상에 한걸음 다가오게 된다.


유니클로가 설명하는 SPA 비즈니스 모델

여기까지만 보면 유니클로는 성장가도만 달린 것 같다.

하지만 비용 최소화를 위해 극단적으로 단순한 라인업으로 흥미를 잃기도 하고, 스포츠 라인인 스포클로SPOQLO, 패밀리 라인인 패미클로FAMIQLO를 따로 내놓기도 하지만 바로 접기도 한다. 


다양한 시도 중 지속되고 있는 건 유니클로보다 더 저가 라인인 지유GU다. 2006년 론칭해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는 GU는 국내 진출이 시도되기도 했으나 *카니발리제이션Cannibalization을 우려해 무산되었고, 현재까지는 일본, 상하이, 홍콩 등 일부 지역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들 국가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한 번 들러 보는 것을 추천한다.


*카니발리제이션 : 한 기업의 신제품이 기존 주력제품의 시장을 잠식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


언급된 후리스 외 다양한 히트 상품을 만들어 내면서 유니클로는 글로벌하게 성장한다. 히트텍(내의), UT(티셔츠), 브라탑, 카디건, 셀비지 진, 다운 파카, 보아털 스웨트 등 일상에서 부담스럽지 않게 입을 수 있는 아이템들이 유니클로의 성장을 이끌었다.


이제 좀 더 흥미로운 부분을 짚어보자. 바로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

2006년, 디자이너 인비테이션 프로젝트Designer Invitation Project로 시작한 유니클로의 콜라보레이션은 패션계에서 활약 중인 정상급 디자이너들과 협업을 통해 베이직 캐주얼 디자인에 대한 한계를 타파하고자 기획됐다. 알렉산더 왕Alexander Wang, 필립 림3.1 Phillip Lim등 당시 새롭게 떠오르는 디자이너들과의 콜라보레이션을 연이어 발표한다. 그 가운데 2009년, 독일 디자이너 질 샌더Jil sander와의 컬렉션 ‘+J’는 큰 흥행을 거두게 된다.

유니클로 콜라보레이션 성공의 시작, +J

2014년, 질 샌더와의 콜라보레이션이 다시 진행되었지만 당시의 흥행을 뛰어넘지는 못한다. 유니클로 R&D 총괄책임자 카츠다 유키히로는 “유니클로는 콜라보레이션으로 디자인과 제작 방법의 과정, 사고방식을 배우고 콜라보레이션이 끝난 후에도 그 정신을 살려나가고 있다."라고 말하는데, 당시의 흥행을 뛰어넘지 못하는 이유는 이미 브랜드에 콜라보레이션 정신이 녹아들었음을 말해주는 듯하다. 이후 크리스토퍼 르메르Christophe Lemaire와의 콜라보레이션으로 협업 DNA는 이어지고 있다.



저렴한 가격과 품질로 세계인의 옷장을 채워가며 '패션의 민주화'를 만들어내고 있는 유니클로. 유니클로는 기본 아이템과 협업을 통한 디자이너 하우스 감성의 옷을 통해 묵묵히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이는 트렌드를 따르는 자라와 H&M과는 분명히 다른 행보다.


너도 입고 나도 입는 유니클로에서 뽑아낼 수 있는 단어는 바로, '패션의 민주화'다.

이는 「1984」의 전체주의와 대척점을 이루며 반대편의 데칼코마니를 그려가고 있는 듯하다.



3. 빅 브라더와 빅 데이터

#누군가에겐독 #누군가에겐약


"お客様からの声はビッグデータとして分析され、すぐに商品化されます。"

"고객의 소리는 빅 데이터로 분석되고 곧 상용화된다. "

- 야나이 다다시, 경영 메시지 中


이윽고 빅 브라더의 얼굴이 물러나고 대문짝만 한 당의 세 가지 슬로건이 스크린에 나타났다.

'전쟁은 평화'

'자유는 예속'

'무지는 힘'

- 조지 오웰, 1984 제1부



「1984」에는 텔레스크린Telescreen이란 장치가 나온다.

텔레스크린은 수신과 송신을 동시에 행하여 어떠한 소리나 동작도 낱낱이 포착할 수 있게끔 만들어져, 빅 브라더Big Brother의 독재 체제를 유지하는데 이용된다. 이 대목에서 기시감旣視感이 느껴지는 이유는 각종 사찰과 검열이 난무하는 지금의 대한민국을 보는 듯해서 일까?


정보를 모아 빅 브라더라는 권력자의 이권을 챙기는 데 사용되는 것과는 반대로, 빅 데이터Big data는 고객이 도처에 남긴 발자국(구매 및 서칭 관련 데이터)들을 분석해 수요와 공급을 예상해 저렴하고 빠르게 옷을 고객 제공한다. 또한 빅 브라더에서 정보는 비대칭적으로 제공이 되며, 이를 통해 권력자의 권한은 더욱 강화되고, 대중은 힘을 잃는다. 빅 데이터는 물론 그와 반대다.

간단히 빅 브라더 개념은 1인을 위해, 빅 데이터는 다수를 위해 쓰인다고 볼 수 있다.


난방열사 김부선이 출연한 히트텍 광고

그렇다면 유니클로는 빅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했을까?

유니클로는 SNS를 활용, 외부에서 얻은 정보를 상품 생산에 반영했다. 소비자들이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올린 내용을 분석해 날씨, 유행에 맞춰 팔릴 만한 상품을 한 발 앞서 선보이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이후 출시한 상품에 대한 반응을 분석해 호응이 좋은 상품은 전략적으로 마케팅한다. 가장 좋은 예는 바로 '히트텍Heat Tech'이다. 전 세계에서 약 4억 장이 판매될 정도로 글로벌 히트를 만들어낸 히트텍은 유니클로 빅 데이터 활용의 정수라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 얻은 빅 데이터와 매장에서 수집하는 고객 정보를 통해 매장 내 상품 분배를 최적화는 물론 할인 판매에도 적용한다. 같은 빅 브라더와 빅 데이터, 같은 빅Big의 개념이지만 사용 방법은 사뭇 다르다.


저렴하고 질 좋은 옷을 소비자에게 제공해 '패션의 민주화'를 만들어가는 유니클로는 「1984」에서 그리는 '전체주의'와 다른 길을 향해 가지만 우려가 되는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바로 사람들이 너무 많이 입고 엇비슷한 디자인으로 쉽게 알아볼 수 있다는 점이다. 유니바레ユニバレ 표현을 보면 알 수 있다. '유니클로 입었다는 걸 들키다(그래서 창피하다, 망신당했다)'라는 일본어 줄임말이다. 이는 어찌 보면 유니폼화 되어가고 있는 유니클로 브랜드의 위상을 말해주기도 하는데, 전체주의에서 각 계급과 계층을 구분하는 용도로 규격화된 유니폼만을 착용하는 부분과 어찌 보면 아주 살짝 접점이 있기도 하다.

(이건 굉장히 크게 확장한 개념이라 그냥 그런 부분도 있구나...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옷을 자유롭게 구입하고 입는다는 그 자체가 반反 전체주의적이다. 독일의 철학자이자 비평가 보리스 그로이스Boris Groys는 "패션이 지향하는 끊임없는 변화가 미래를 결정하는 보편적 진리의 가능성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패션은 본질적으로 반유토피아적이며 반전체주의적"이라 말한 부분을 보면 쉽게 납득이 간다.


「1984」 빅 브라더 개념을 활용한 애플의 광고


모든 것이 잘 되었다. 투쟁은 끝이 났다.

그는 자신과의 투쟁에서 승리했다. 그는 빅 브라더를 사랑했다.

- 조지 오웰, 1984 마지막 문장



바람과는 달리 「1984」에서 주인공 윈스턴 스미스는 결국 모든 상황을 받아들이며 죽음을 맞이한다. 전형적인 디스토피아의 결말이다. 조지 오웰이 묘사한 부분과 상당 부분 현실이 맞아가고 있지만, 이에 대응하는 우리의 모습 또한 성숙하고 있다. 마치 1984년 슈퍼볼 경기 하프타임에 방연한 애플의 광고처럼 빅 브라더를 부시듯 말이다.



조지 오웰이 묘사한 빅 브라더의 간섭과 통제의 세계에서는 각 계급은 허용된 '옷'만 입는 것과는 달리 현재의 우리는 의복의 자유를 갖고 있다. 패션에 있어 선택권을 쥐고 있다.

옷 입기의 자유를 가진 우리는 어찌 보면 전체주의에 대항하는 법을 자연스럽게 배운 게 아닐까.


물론, 긍정의 부분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패션의 민주화'라는 부분에 가장 잘 맞아가는 브랜드는 유니클로. 비단 빅 데이터를 유니클로만 이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를 가장 대중적이고 보통의 사람들에게도 무리 없이 다가갈 수 있는 방식을 사용하기에 선정해보았다.


저렴하게 좋은 옷을 우리에게 전달하는 유니클로의 앞으로 행보 또한 기대하며 「1984」를 다시 한번 바라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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