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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호 Jan 25. 2017

프라이탁과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트럭 방수포와 그레고르의 '변신'

"미안하네, 카프카! 하지만 그 약속은 지킬 수 없네."

- 막스 브로트




막스 브로트Max Brod는 카프카의 유언을 들어주지 않았다.

프란츠 카프카의 마지막 유언은 '자신의 모든 작품을 출판하지 말고 소각해 달라'였다. 절친한 사이였던 막스 브로트가 카프카의 부탁을 저버린 덕분에(?) 우리는 위대한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부수는 도끼여야 한다.”

프란츠 카프카의 말이다. 이 문구는「책은 도끼다」에서 박웅현 CD가 이를 인용하며 책의 제목을 붙인 것으로도 유명하다. 프란츠 카프카는 빈센트 반 고흐와 같이 시대를 앞서간 인물 중 하나로 손꼽힌다. 그는 비현실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상황 설정 속에서 인간의 존재를 끊임없이 추구한 소설가로 칭송받는다.


카프카...라고 하면 왠지 맥주 이름 같기도 하고 친숙한 느낌이 드는 건 기분 탓일까. 무라카미 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를 통해 카프카라는 이름이 대중들에게 더 널리 알려지기도 해, 책을 손에 쥐는 데에는 거부감이 없을 것이다.


메신저 백에서 시작한 프라이탁은 각종 소품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옷까지 만든다.

카프카의 작품 중 「변신」과 프라이탁을 엮어봤다. 

작품은 직관적인 제목답게 사람이 갑충으로 '변신'하는 내용이다. '변신'이라는 모티브를 가지고 작품과 패션 브랜드인 프라이탁Freitag를 함께 다뤄보고자 한다. *업사이클링up-cycling 브랜드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한 프라이탁의 브랜드 스토리와 문학 작품의 접점을 어떤 부분이 있을까. 아마 쉽게 예상하리라(제목부터 '변신'이니 말이다). 


인간이 갑충으로 변한 내용의 소설 「변신」의 '변신'  모티브는, 트럭 방수포가 가방과 소품 아이템으로 재탄생(변신)하는 프라이탁의 가치와 맞닿아있었다. 본 편은 간단한 책 소개와 더불어 브랜드의 탄생과정과 스토리, 가치에 집중하고자 한다. 


*업사이클링 : 쓰레기나 쓸모없는 제품들을 다시 새롭게 개조하고 변환시킨 후, 재사용함으로써 원래보다 더 가치 있는 쓰임으로 거듭나게 하는 것.


목차

1.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는 어떤 작품? 

2. 프라이탁은 어떤 브랜드?

3. 트럭 방수포의 변신



1.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독일어권문학 #벌레 #옆구리에사과


그레고르 잠자는 어느 날 아침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자신이 잠자리 속에서 한 마리 흉측한 해충으로 변해 있음을 발견했다. 그는 장갑차처럼 딱딱한 등을 대고 벌렁 누워 있었는데, 고개를 약간 들자, 활 모양의 각질로 나뉘어진 불룩한 갈색 배가 보였고, 그 위에 이불이 금방 미끄러져 떨어질 듯 간신히 걸려 있었다.

- 프란츠 카프카, 변신




자고 일어났더니 벌레가 되어 있었다.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의 반응은 생각보다 차분하고 태연하다. 심지어 그레고르의 첫 반응은 이렇다.

"어찌 된 셈일까?" 하고 그는 생각했다.


보통 사람 같으면 펄쩍 뛰면서 당황해했을 텐데, 주인공은 벌레가 되었다는 사실보다 출근을 해야 한다는 압박을 더 크게 느낀다. 박력 있는 전개다. 앞뒤 부연 설명 없이 단 한 문장으로 시작한 이야기는 문장이 끝날 듯 말 듯 이어지는 쉼표와 호흡 속에 독자를 따라가게 만든다.


알뤼르 카뮈와 사르트르, 무라카미 하루키와 같은 이들에게 추앙받을 만큼 20세기 위대한 작가로 꼽히는 프란츠 카프카. 어떤 삶을 살았길래 이와 같은 작품이 나올 수 있었을까?

체코 프라하에서 태어났지만 독일어를 쓰는 유대인 집안이다. 그래서 체코문학인지 독일문학인지는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다. 독일어로 작성된 작품이라 독일어권 문학이라 통용되기도 한다.


"나는 문학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문학으로 만들어져 있다."

-프란츠 카프카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1883 ~ 1924)는 1883년 체코(당시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 프라하에서 태어났다. 23세 때 법학 박사학위를 받고, 그해 가을부터 1년간 프라하 법원에서 법률 시보로 일한다. 이듬해 이탈리아계 보험회사 앗시쿠라치오니 제네랄리Assicvrazioni Generali에서 일을 했는데, 회사 생활에 치어 글을 쓸 시간도 없었고, 본인 스스로도 일에서 보람을 찾지 못해 일을 단지 '밥벌이Brotberuf'이라 지칭할 정도였다. 1908년, 보헤미아왕국 노동자 재해 보험회사로 회사를 옮긴 후, 죽기 2년 전인 1922년까지 그곳에서 법률 고문으로 일한다. 일과 함께 필사적으로 글을 쓴다.


1915년 그의 대표작이자, 카프카를 읽으려면 가장 먼저 봐야 한다는 「변신」을 출간한다. 지금은 걸작으로 칭송받지만 그가 살아있을 때는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작가다. 생전에 본인이 발표한 작품이 몇 편 없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변신」,「성」, 「실종자」, 「시골 의사」 등 걸작들을 썼던 카프카지만, 출간된 단편은 극소수였고, 일부 평론가의 호평도 금세 시간에 묻혔었다.


그렇다면 20세기 인간의 불안과 소외를 다룬 대표 소설로 인정받는「변신」은 어떤 내용일까?

단편 소설인 「변신」은 총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영업사원으로 근무하는 그레고르 잠자는, 어느 날 아침 침대에서 눈을 뜨고는 자신이 거대한 벌레로 변해 버렸다는 것을 깨닫는다. 

몸을 움직여 침대에서 빠져나오려 할 때 그레고르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회사 지배인이 온다. 근무 태만이라고 비난하는 지배인에게 그레고르는 뭐라 말을 하지만 아무도 그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 간신히 열쇠로 방문을 열고 가족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가족들과 지배인은 공황 상태에 휩싸인다. 

그 날 이후, 그레고르는 방에서 꼼짝 않고 무료한 생활을 하게 된다. 여동생 그레테는 그런 모습을 혐오하면서도, 방에 음식을 넣어주고 청소를 한다. 그레고르는 방의 벽이나 천장을 기어 다니는 습관을 지니게 되는데, 이를 알게 된 그레테는 그레고르가 벽을 타고 기어 다니는 데 방해가 되는 가구들을 방에서 치우려 한다. 그레테는 어머니와 함께 가구를 옮기는데, 문득 그는 자신이 인간이었던 시절의 흔적을 없애는 게 괜찮을까 하고 회의감에 빠진다. 자신의 의사를 밝히기 위해 벽에 걸려 있던 액자에 달라붙는다. 이를 본 어머니는 졸도하고, 아버지는 그레고르가 난동을 피운 줄 알고 그에게 사과를 마구 던진다. 

아버지가 던진 사과는 그레고르의 등에 박히게 되고, 그로 인해 계속 고통받는다. 빠듯한 형편으로 집에만 지내던 가족들은 모두 직장을 구해 일한다. 여동생은 더 이상 그레고르를 돌보는데 열의를 지니지 않는다. 우연히 그레고르를 보게 된 그의 집 가정부는 그레고르를 무서워하지 않고 조롱한다. 한편 집을 신사 3명에게 하숙을 주고 나서 그레고르의 방은 잡동사니를 놓아두는 헛간으로 변한다.

어느 날, 가족들과 신사들 앞에서 그레테는 바이올린 연주를 한다. 연주에 감동한 그레고르는 방에서 기어 나오고, 이 모습을 본 신사들은 화를 내며 하숙 계약을 철회한다. 가족들은 이에 실망하며 그레테는 이제 그레고르를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그레고르는 방으로 돌아와 가족들의 애정을 회상하며 마지막 숨을 거둔다.

휴가의 필요성을 느낀 가족들은 나들이를 위해 집 밖으로 나간다. 미래에 대한 희망을 그리며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내용은 아주 단순하다. 벌레가 된 주인공이 집 안에만 있으면서 벌어졌던 에피소드고, 아버지가 던진 사과가 등에 박혀 고통받다가 죽는 내용이다. 읽다 보면 주인공이 진짜 불쌍하다. 개인의 소외 부분에 감정이입이 되기도 하다.  주인공 그레고르 개인의 이야기라기보다 가족을 둘러싼 환경과 관계에 대한 묘사와 서술이 독특한 소설이다. 


단순한 요약으로 차마 담지 못한 호흡과 내용이 묘미임으로 일독할 것을 추천한다!

(매 책마다 추천하긴 하다만... 워낙 훌륭한 고전 명작들이라 찔리는 게 없어 다행이다.)

카프카는 삽화에 벌레가 직접 나오지 않게 하는 것을 요구했다.

그중 가장 주요한 *알레고리Allegory로는 주인공이 변신하게 되는 '벌레'다. 독일어로 Ungeziefer란 이 단어는 '유해한 작은 동물', '해충', '독충'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함의로는 '기생충'이란 의미도 담고 있있다. 이는 카프카 본인이 아버지의 도움을 받으며 살고 있었다는 사실에서 그가 느끼던 사변적 감정이 개입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알레고리 : 어느 사물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물에 의해서 암시적으로 표현하는 방법.



프란체 카프카는 41세라는 짧은 생을 살면서 다작多作하진 않았지만, 한 작품 한 작품 현재까지도 인정받고 있다. 불안과 절망에 빠진 인간의 근원적인 경험을 자신만의 독창적인 세계를 통해 창조한 작가로 칭송받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심지어 독일어 사전에 등재된 '카푸카에스트kafkaesk'라는 형용사는 '카프카적인', '수수께끼와 같은', '신비한' 이란 의미를 지니며 현재도 쓰이고 있다고 하니 독일어권에서 그의 영향력은 가히 알만하다.


같은 시대를 살았던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의 말을 빌리자면, 

"사람들은 보고 있어도 보고 있지 않다. 단순히 보지 말고 생각을 해야 한다. 표면적인 것 이면에 숨겨진 놀라운 속성을 찾아야 한다."라고 했다. 프란체 카프카도 가족이라는 집단 구성에서의 '소외'의 속성을 찾아냈고, 문학을 통해 위대한 작품을 만들어 냈다. 그의 작품은 우리 시대에 긍정의 '변신'을 꿈꾸는 이들에게 희망이 될 것이다.



2. 프라이탁 형제의 프라이탁

#스위스 #업사이클링 #쓰레기감성


(왼) 다니엘 프라이탁, (오) 마커스 프라이탁 형제

"단순하다. 비 오는 날 창문으로 거리를 내려다보는데 트럭이 계속 지나갔다. 알록달록하게 광고가 새겨진 트럭 덮개를 보면서 예쁘다고 생각했다. 그게 시작이었다"

- 프라이탁 창립자 마커스·다니엘 형제 조선일보 인터뷰




가방을 열자 꿉꿉한 냄새가 올라온다.

그게 제 맛인 브랜드가 있다. 바로 프라이탁이다. 트럭의 방수포(커버)을 소재로 가방 및 다양한 소품들을 만드는 스위스의 대표 브랜드다. 힙스터들에게는 조금 식상할 수 있겠지만, 현재까지도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고 구준히 사랑받고 있는 프라이탁은 단순히 이쁜 가방으로써의 가치뿐만 아니라, 대표적 업사이클링 브랜드로써의 그 가치 또한 인정받고 있다.


모양은 같으나 디자인이 같은 가방은 하나도 없다.


독일어 이름 때문이었을까. 처음에는 독일 브랜드인 줄 알았다. 하지만 스위스 브랜드이며, 스위스 태생의 창립자 마커스 프라이탁, 다니엘 프라이탁 형제의 성姓에서 그 이름은 따온 것이었다. 스위스에서 프라이탁은 오래전부터 일상적인 거리 풍경을 일부가 되었다고 한다. 이동시 필요한 것들을 부담 없이 담을 수 있는 이 가방은 기능성뿐만 아니라 패션 아이템으로도 그 기능을 충분히 수행한다. 


하나쯤은 갖고 있는, 하나쯤은 가지고 싶은 프라이탁은 어떻게 시작이 되었을까? 


프라이탁의 시작은 1993년이다. 

그래픽 디자이너 마커스Marcus와 다니엘Daniel 프라이탁 형제는 가방 만드는 것을 기획한다. 취리히의 날씨는 사흘 중 하루는 비가 내린다. 비와 습기를 견디기 위한 소재를 찾고 있었고, 고속도로 옆에 살고 있던 형제는 창 밖을 내려다보며 교차로의 트럭 덮개를 보고 영감을 얻는다.

바로 트럭을 덮고 있는 방수포Tarpaulin(타폴린)였다. 다양한 컬러와 무늬를 지닌 트럭의 방수포의 디자인성에 집중한 것이다. 프라이탁 형제는 바로 근처의 공장에서 방수포와 자전거 튜브, 차량의 안전벨트를 가지고 가방을 만든다. 프라이탁의 첫 모델이자 가장 유명한 메신저 백 탄생의 순간이다. 현대 디자인에 있어서도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이 가방은 뉴욕 현대 미술관MoMA에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가방을 만들고 친구들에게 보여줬다. 처음엔 '이게 뭐냐', '왜 이리 더럽냐'는 한결같은 반응이었다. 하지만 소재가 어디서 왔고,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말하는 순간 그들의 반응은 호감으로 바뀐다. 업사이클링 제품이라는 것이 사회적, 환경적으로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를 알기 때문이다.

프라이탁 가방과 소품의 소재 기준은 까다롭다. 소재는 크게 3가지인데 폐 방수포, 자전거 바퀴 내부의 고무 튜브, 차량의 안전벨트다. 주요 소재인 트럭 방수포의 기준은 5년 이상 트럭에 사용되어 수천 킬로미터를 달렸는지, 개성 있는 로고나 프린트가 되어 있는지가 포인트다. 버려진 것이라 하지만 일부러 구하는 것은 쉽지 않다. 방수포는 유럽 각국의 개인, 화물업체를 통해 구입하는데 이를 전문으로 담당하는 직원 또한 있다고 한다. 

이렇게 공수한 방수포는 세탁 과정을 거쳐 디자인과 컬러별로 구분해 재단을 하게 된다. 디자이너의 감각이 더해져 재단된 소재는 고유한 제품 사이즈에 맞춰 제작이 이뤄지게 된다. 또한, 스마트폰과 태블릿 PC의 인기를 업고 스마트폰 케이스와 태블릿 PC 케이스를 제작하며 변화의 촉을 잃지 않았고, 힙스터들뿐만 아니라 브랜드의 가치를 사랑하는 보통의 소비자들도 이해 발맞춰 마니아층에 합류하게 된다.

매년 40만 개 이상의 제품이 생산되고 있으며, 전 세계 470여 매장에서 판매, 2015년 700억의 매출을 내며 업사이클링 브랜드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말 그대로 쿨Cool한 브랜드다. 

우리나라에는 2011년 정식 수입되기 시작하며 트렌드에 민감한 이들이 먼저 선점했고, 견고한 마니아층을 형성해 가고 있다. 이는 마치 할리데이비슨, 아이폰처럼 제품과 서비스에 추종자를 거느리는 컬트 브랜드Cult brand적인 행보가 아닐 수 없다.

트럭 방수포의 '변신'으로 프라이탁이라는 브랜드가 탄생하게 된다. 

그저 이쁜 가방을 만드려고 했으면, 트럭 방수포가 가방의 소재로 쓰이는 오늘날은 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는 프라이탁 형제의 가방 개념에 대한 *코페르니쿠스적 전환Kopernikanische Wendung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모두를 이롭게 하는 변신은 생각보다 멀지 않은 곳에 힌트가 있을지 모른다.



*코페르니쿠스적 전환 : 사고방식이나 견해가 기존과 크게 달라지는 것으로,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가 인식은 대상에 의거한다고 생각되어 왔던 것을 역전시켜 주관의 선천적 형식이 대상의 인식을 성립한다고 주장함을 명명한 것이다.



3. 트럭 방수포와 그레고르의 '변신'

#변신은무죄


"엄청난 상상력이 필요하다. 

미래에 나타날 무엇인가를 통째로, 아주 세부적으로, 또한 장황하게 상상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냥 앉아서 상상하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무엇인가를 만든다."

- 다니엘 프라이탁



카프카의 소설 「변신」에서 주인공 그레고르는 가족에게 '소외'받는다.

현대 문명이 낳은 인간성의 상실, 현대인이 느끼는 불안과 소외감, 인간의 실존을 그리고 있으며, 인간이 도구로 전락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의 소외를 다루고 있다. 평론가들의 말은 뭔가 어렵다. 하지만 곰곰이 씹어보면 벌레가 된다는 설정은 우리에게도 대입되는 부분이 많다. 


고독 속에서 정체성을 잃어버린 주인공은, 인간으로 살아있어도 '벌레'가 되어버릴 수밖에 없었던 실존적 위기에 처한 우리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소설과는 반대로, 프라이탁은 '소외'받았던 트럭의 폐 방수포를 패션 아이템으로 '변신'시킨다. 업사이클링이라는 가치를 통해 그들은 경제적 성공을 넘어 건전한 비즈니스 모델의 구축했다. 

프라이탁의 베스트셀러 모델 중 하나인 마이애미 바이스


본국인 스위스뿐만 아니라 유럽, 일본, 우리나라까지 전 세계 젊은이들에게 열광적 지지를 얻는 프라이탁은 처음부터 글로벌하게 핫하진 않았다. 프라이탁이 또 한 번 대세를 타면서 '변신'을 하게 되는 계기가 있었다.


1997년, 스위스 최대 슈퍼마켓인 미그로스Migros가 프라이탁과 똑같은 형태의 가방을 저렴하게 만들어 '도나스탁Donnerstag' 이란 이름으로 판매한다. 도나스탁은 독일어로 목요일, 프라이탁은 독일어로 금요일을 뜻한다. 이에 프라이탁 형제는 반격한다. 미그로스의 종이 백과 같은 디자인의 신상품을 제작한 것이다. 그 제품이 바로 프라이탁의 베스트셀러 중 하나인 마이애미 바이스Miami Vice다. 히트 아이템의 탄생은 복수였던 것이다.


또한, 미그로스의 디자인 카피 상품에 대하 스위스 방송에서 주요 뉴스로 보도하기 시작했고, 결국 미그로스는 해당 상품을 전량 회수한다. 이 해프닝을 계기로 프라이탁의 가치를 모든 스위스인들이 알게 되었고, 대중적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다.



'소외' 받던 것들을 재조명했던 프라이탁 형제는 자신들이 만드는 상품뿐만 아니라 그들을 대표하는 플래그십 스토어 또한 업사이클링 개념으로 만들어냈다. 웨스트 취리히에 위치한 이 건물은 한 때 바다를 통해 전 세계를 누볐던 오래된 화물 컨테이너를 쌓아 지었다. 

(스위스 관광청에서 직접 홍보할 정도로 멋진 건물이니, 스위스 여행을 하게 되면 한 번 가보는 것도 좋겠다.)


이런 신박한 발상들은 칸트의 철학과도 닿아 있었다. 

비판 철학의 창시자 칸트Immanuel Kant는 "무관심한 관심에서 미적인 것은 탄생한다."라고 말했다. '무관심'하게 보지 못한다면, 아름다움의 영역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무슨 말인가 싶겠지만... 소재가 되는 방수포, 컨테이너 등에 가지고 있던 기존 인식을 '무관심'(또는 무시) 해버리고, 그 소재의 순수한 가치와 가능성에 집중했기에 새로운 창조가 가능했던 것이다.


다시 돌아와서, 프라이탁의 이야기는 현재진행형이다. 일명 쓰레기 감성(재활용한 상품이라 붙여진 별명)의 프라이탁의 매력은 써 본 사람들이 더 많이 느낀다. 그래서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의 브랜드 행보 또한 기대된다. 이 글을 쓰는 나도 하나 더 사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니 말이다.

스위스 취리히에 위치한 프라이탁 플래그십 스토어


목표는 있지만 길은 없다. 우리가 길이라 부르는 것은 것은 망설임일 뿐.

- 프란츠 카프카, 성



'변신'이라는 키워드로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과 프라이탁의 이야기를 엮어봤다. 어찌 보면 정말 별 상관없는 것들의 조합일 수도 있으나, 자체의 의미보다 책과 브랜드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다른 영역에 조금이나마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더불어 우리나라에서도 프라이탁을 능가하는 업사이클링 브랜드가 나오길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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