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 '옷'의 상형성
'옷'이란 글자를 본 많은 외국인들은 재밌어한다.
사람의 형상을 그대로 닮아 있어 상형 문자로 오해를 받기도 한다. 그렇게 보면 '홋'이란 글자는 모자를 쓰고 있는 사람 모습 같다.(드라마 도깨비의 영향인가...)
우리야 익숙해져서 그렇지만, 글자 자체를 낯설게 보다 보면 진짜 사람 모양 같다.
'ㅇ'은 머리
'ㅗ'는 목과 팔
'ㅅ'은 다리
과거의 옷은 보온과 방어 등 우리의 생존을 위한 기능적 도구였지만, 문명이 발달하면서 사회적 신분과 표현 수단으로 바뀌게 되었다. 최근에는 신분 개념은 희미해졌다지만(그들만이 입는 초고가의 옷을 보면 아직 있는 것 같긴 하지만) 개성을 표현하고 욕망을 실을 수 있는 도구임은 틀림없다. 옷이란 도구를 통해 우리는 본연한 우리 자신이 되는 것이다.
표음 문자인 한글의 '옷'은 사람 모양을 하고 있지만, 언어의 자의성을 따져보자면 전혀 상관없다.
우리에게 '옷', 영어로는 'clothe', 일본어 'いふく'처럼 언어의 형식과 의미가 가지는 관계가 필연적이지 않다.
하지만 우리에게 옷이 주는 의미를 곰곰이 따져보면, 사람을 완성시킨다는 의미를 부여했을 때... 사람 형상의 글자 '옷' 우연은 아니지 않을까.
중국 운남성의 소수민족 나시족의 상형문자인 '동파문자東巴文字'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사용되는 상형문자인 '동파문자'를 보면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하는 모양을 하고 있다. 그 자체가 문자이고, 의미인 셈이다. 현재도(일부 종교적 의미에서) 쓰이고 있다는 게 놀랍다. 천년이 넘는 역사적 의미가 있어 유네스코 세계기록 유산에 등록되었다고 한다.
사람의 모양을 하고 있는 '동파문자'의 주체는 우리의 글자 '옷'과 닮아 있다. 우리의 한글이 상형문자가 아니라 해도, 글자 '옷'이 가진 상형성은 사람의 모습을 닮아 있다.
인지심리학에서 복식 효과enclothed cognition란 말이 있다.
옷이 우리의 생각, 행동, 능력, 관계에 영향을 끼친다는 이론이다. 입은 옷에 따라 우리의 자신감이 높아지거나, 위축되는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찢어진 청바지를 입었을 때와 정장을 입었을 때, 예비군복을 입었을 때와 의사 가운을 입었을 때 등 우리는 입은 옷에 따라 행동과 의식이 달라진다. 또한, 차림새를 보고 다른 사람들에 대한 평가를 내기리도 한다.
이렇듯 우리는 대부분의 시간을 복식의 영향을 받는다. 씻거나, 잠을 잘 때(?)를 제외하고 옷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옷은 우리를 사회적 인간으로 만드는 수단 중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렇기에 글자 '옷'의 사람 형상 또한 언어의 자의성을 벗어나 '우주의 기운이 모아져' 사람의 모양처럼 만들어진 글자로 보인다.
그런 의미로 '옷장'을 생각해봤다.
사람의 형상을 닮아 있는 '옷'들이 담겨 있는 공간은 성격이 제각각인 사람들이 모인 마을과도 같다. '옷장' 이라는 공간 안에서 다른 성격의 패션 아이템들이 한데 모여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이 모이면 말이 많아지고 이야기가 생기는 것처럼, 사람 형상인 '옷'들이 모여도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그 이야기들이 한데 모이면 꽤나 재밌는 이야기 책이 될 것이다.
어제와 오늘은 어떤 이야기가 만들어졌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