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패션위크 쇼장 여행_패션위크 역사
내 단벌 바지에는 커다란 구멍이 났지.
- 꿈꾸는 엄지동자인지라, 운행 중에 각운들을
하나씩 떨어뜨렸지. 내 여인숙은 큰곰자리에 있었고.
- 하늘에선 내 별들이 부드럽게 스치는 소리가 났지.
- 아르튀보 랭보, 나의 보헤미안(몽상) 中
최초의 패션위크는 뉴욕이다.
1945년, 지금 우리가 떠올릴 수 있는 패션위크가 뉴욕에서 시작된다. 패션의 나라로 일컫는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아닌 미국이 패션위크의 시초라니!
지극히 상업적인 나라에서 먼저 패션위크를 시작했다는 점에 놀랐다. 패션의 역사로 따지면 유구한 전통의 유럽에서 먼저 시작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당연히 들었다. 허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상업화에 능한 미국에서 패션위크의 틀을 만들었다는 것도 이해가 될 법도 하다. 수많은 브랜드가 정해진 기간과 장소에 쇼를 한다라는 개념을 만들었다는 착상에는 박수를 칠 수밖에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파리의 패션 쇼장을 돌아보기 전에 패션쇼와 패션위크에 대해 조금은 알아야 할 것 같았다. 아리스토텔레스도 '미적 주지主知주의'를 외치지 않았는가? 감각적 즐거움에 지적 즐거움을 더하면 여행의 즐거움은 배가 되지 않을까?
짧고 굵게 패션위크의 역사를 살펴보자.
패션위크의 시작은 뉴욕이지만, 패션쇼라는 개념의 시작은 역시 프랑스다. 이 이벤트가 어떻게 시작되었고 발전했는지 짚어보면 이해가 쉽다. 세계 4대 패션위크라 함은 뉴욕, 런던, 밀란, 파리 패션위크를 뜻한다.
1800년대 : 파리에서 프라이빗 살롱 쇼Private salon show 시작.
프랑스의 독특한 유희 문화에서 발전한 개념으로 파리 상류층 여성들이 무도회나 티파티, 하우스 콘서트를 열던 문화적 활용 공간인 살롱에서 값비싼 의상과 보석 등을 보여 주는 행사다. 소수를 위한 패션 및 문화 쇼라고 생각하면 된다.
1858년 : 프랑스 쿠튀리에, 찰스 프레드릭 워스Charles Frederick Worth가 최초의 오트쿠튀르를 선보임.
패션 디자이너 찰스 프레드릭 워스는 최초의 오트쿠튀르Haute couture를 선보인다. 제작한 의상을 실제 모델 여성에게 입혀 당대에 충격을 주었다.(기존까지는 옷만 보여주거나 마네킹에 입혔었다!)
1903년 : 미국 에리히 브라더스Ehrich brothers 백화점에서 최초의 현대식 패션쇼를 선보임.
미국 중산층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첫 번째 패션쇼가 열렸다. 이후 1910년대부터 미국에서 패션 퍼레이드fashion parades라는 이름으로 현대식 패션쇼를 보여주기 시작한다.
1943년 : 뉴욕에서 최초의 패션위크(당시 타이틀은 Fashion Press Week)가 열림.
2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파리 패션의 영향력과 압력을 벗어나고 싶어 하던 디자이너의 열망으로 뉴욕 패션위크 탄생. 전쟁 중이던 파리를 방문할 수 없어 파리에서 작업하던 미국 디자이너들이 돌아와 토대를 마련했다. 패션 홍보담당자인 엘리노어 램버트Eleamor Labbert가 조직.
1945년 : 파리 오트쿠튀르(하이 패션) 패션위크 시작.
파리는 다른 도시와는 다르게 2번의 패션위크가 진행된다.(남성 복식 기간까지 치면 3번이다.) 오트쿠튀르는 쉽게 말하자면 하이 패션으로 기성복Ready to wear과는 달리 예술성을 가지는 컬렉션으로 파리의상조합ECSCP의 엄격한 기준에 따라야 한다.
1958년 : 이탈리아 밀란 패션위크 시작.(이탈리아어로 Settimana della moda)
1973년 : 파리 프레타포르테Pret-a-porter(기성복) 패션위크 시작.
엄격한 기준의 예술성을 갖춘 오트쿠튀르와는 달리, 구입해서 바로 입을 수 있는 가치를 지닌 프레타포르테 패션위크가 시작된다.
1984년 : 영국 런던 패션위크 시작.
세계 4대 패션위크는 뉴욕, 런던, 밀란, 파리 순서로 진행된다. 세계 지도를 펼쳐놓고 보면 왜 이런 순서로 이뤄지는지 이해가 된다. 바이어들과 업계 관계자들의 스케줄을 상상해보자... 파리 갔다가 뉴욕 갔다가 밀란 그리고 런던... 이렇게 되면 대륙을 몇 번 왔다 갔다 해야 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친절하게도 동선을 생각해서 뉴욕을 시작으로 유럽 3국을 다음 순서로 배치하는 친절을 베풀어 주었다.
4대 패션위크 외에 도쿄, 베를린, 서울 등 각 나라를 대표하는 패션위크가 매년 2차례씩 해당 도시에서 펼쳐진다. 이 정도만 알아도 세계 패션에 대해 어느 정도 아는 것 같은 느낌이 온다. 말랑말랑한 패션의 느낌을 살려서 가봐야 할 곳이 있다.
파리 의상 장식 박물관
파리에서 펼쳐졌던 패션위크의 명소들을 가보기 전에 들러야 할 곳,
바로 파리 의상 장식 박물관Musée de la Mode et du Custume Palais Galliera이다. 이름부터 패션의 느낌이 강하게 온다. 짧게 갈리에라 박물관이라 불리는 이 곳은, 파리 16구 피에르 거리Avenue Pierre에 위치해 있다. 18세기 의상에서부터 현대에 이르는 다양한 의상과 보석, 장식품 등의 작품 7만 여점을 전시하는 파리 최대 의상 관련 박물관이다. 1977년 개관했던 이 곳은 마리아 드 페라리 갈리에라Maria de Ferrai Galliera 공작부인을 위해 지어진 저택이라고 한다. 그래서 정식 명칭은 갈리에라 궁 의상 장식 박물관이다. 루이 17세, 나폴레옹의 아내 조세핀,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오드리 헵번이 입었던 의상 등이 유명하다. 종종 알라이아와 같은 유명 디자이너와 특별전을 기획해 전시하기도 한다.
실제 박물관 규모는 작아 돌아보는 데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 않는다. 하지만 패션의 정수를 느끼기 위해서는 들러야 할 코스임에는 분명하다. 관광객들로 분비는 유명 관광지보다 한적한 편이며, 산책하기도 좋은 환경이다. 특히 박물관 앞 정원은 파리의 여유를 느끼기엔 최적의 장소다. 라떼 한 잔들고 크로와상 한 입 물고 파리의 패션 피플들과 함께 여유를 즐겨보자. 상투적이지만 상투적이지 않게 만드는 장소다.
자, 하나만 더 알고 가자.
프랑스 패션을 빛낸 많은 인물들이 있지만 이 곳을 들를 때 한 명을 알고 가야 한다면, 폴 푸아레Paul Poiret(1897 ~ 1944) 만큼은 알고 가면 좋다.(어디 가서 아는 척하기 좋은 인물이다.) 폴 푸아레는 패션 모더니즘의 기반을 만들었던 초기 모더니스트 중 한 명인데, 자신감 넘치는 이 분은 자신을 무려 패션의 왕King of Fashion이라고 스스로 칭했다고 한다. 앞서 언급한 패션쇼 히스토리의 찰스 프레드릭 워스에 이어 '패션은 현대 예술의 하나다'를 주창했고, 자신의 옷이 프랑스 현대 예술의 품격을 올려놓았다 자부했던 사람이다. 의상도 의상이지만, 폴 푸아레의 업적 중 하나라고 하면 코르셋corset으로 부터의 해방이다. 여성들의 신체에 인위적인 풍만함과 곡선을 만들어내고자 했던 코르셋을 없애 옷의 구조적인 단순성을 강조했다. 폴 푸아레가 아니었으면 아직 여성들은 코르셋을 입었을지도... 샤넬의 향수 No.5보다 10년 앞서 오트쿠튀르 하우스 최초의 향수 마르틴Martine을 만들기도 했다.
패션의 정수를 느끼러 가기 전 패션의 왕만큼은 알고 가면 뭔가 더 보일 것 같은 기분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화려한 패션쇼가 펼쳐졌던 쇼장으로 가보려 한다. 파리 여행이니만큼 살짝 멋 좀 부리고 가도 좋을 것 같다. 런웨이를 걷는 것 처럼.
파리 의상 장식 박물관Musée de la Mode et du Custume Palais Galliera
10, Avenue Pierre-1er-de-Serbie, 75116 Paris
Tel : 01 56 52 86 00 / Homepage : www.palaisgalliera.paris.fr
Open :(공휴일과 월요일 제외) 10:00 ~ 18:00, 목요일은 21:00
*파리 뮤지엄 패스를 이용하면 파리 의상 장식 박물관 외에 루프르, 오르세, 퐁피두 등을 함께 이용할 수 있다. 웹에서 검색하면 프로모션들이 다양하니 찾아서 저렴하게 이용해보자.
지하철 : Alma-Marceau(9호선)에서 걸어서 5분, Boissiere(6호선)에서 걸어서 8분
RER C 정거장 : Pont de I'Alma
버스 : 32,63,72,80, 82,92
옷 읽는 남자,
파리 패션쇼장을 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