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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hum Sep 29. 2019

난생 처음 보는 에어쇼

엄마와 함께 본 비싼? 공연

하늘을 나는 전투기


 얼마 전 SNS에서 우연히 에어쇼 행사의 홍보글을 보게 되었다. 행사는 공군에서 주최하는 것으로 공군작전 전승기념행사라고 했다. 그 전날 하루 종일 전투기 소리가 너무 심해서 스트레스가 쌓였었는데… 이 이유 때문이었던 건가 싶어 졌다. 약간의 보상심리도 작용했고, 마침 날씨도 좋고 엄마도 최근 하던 일을 관두셔서 같이 행사장 근처로 향했다. 안내 적힌 주소지를 향해 한참 차를 몰았는데 군대 위병소가 떡하니 등장했다. 다양한 계급의 장병들이 위병소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우린 그저 하늘에 에어쇼나 멀찌감치서 가볍게 보다 오려고 했던 거였는데, 앞 뒤로 민간인은 우리 둘뿐… 삼엄한 경비 속에서 뭔가 잘못된 거 같다는 느낌이 살짝 들었다. 군인들은 간단한 검문을 마치고 입장을 확인하는 종이 띠를 차 우측 백미러에 감았다. 우린 공터에 주차를 했고 한번 더 부대 안으로 들어가는 버스를 갈아탔다. 한참 부대 안으로 들어가자 커다란 비행기와 행사를 위한 다양한 무대장치와 손님들을 앉히기 위한 의자들이 보였다. 빨래하다가 내게 급하게 픽업당한 엄마와 슬리퍼 차림의 나는 뭔가 일이 의도와 다르게 흘러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무대에는 공군참모총장과 강릉시장 등 각계의 인사들이 차례로 축하인사를 하고 있었다. 무대 아래 좌석에는 우측으로는 공군 장병들이 좌측으로는 일반 시민들이 자리했다. 우린 거기에 앉아 한 시간 가량 행사를 보게 됐다. 후반부엔 공군가로 보이는 ’ 빨간마후라’라는 노래를 합창단이 불렀는데 엄마는 무슨 노랜지 안다며 한 소절을 미리 따라 불러 나를 깜짝 놀라게 했다. 행사의 내용은 사실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았고 내 눈은 부산스러운 행사 주변 풍경을 향했다. 그리고 우측의 앳된 장병들 쪽에서 시선이 멈춰졌다. 기분이 묘했다. “아이고 군인들이 전부 무슨 고등학생들 같네” 마침 엄마가 말했다. 위병소에서부터 행사장까지 우리를 안내하는 여러 계급의 장병들을 만났다. 당연히 허드렛일을 하는 대부분이 나보다 훨씬 어리고 앳된 아이들이었다.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흐른 걸까. 갑자기 그런 생각에 소름이 돋았다. 엄마도 나와 같은 기분이라는 것이 신기했다. 자연스럽게 우리도 한 세대에서 다른 세대로 자리를 바꾸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흥미로웠다. 복잡한 세상 구조가 갑자기 무척 단순해지는 것을 느꼈다. 산다는 것은 그저 시간이 지나 뒤를 돌아보며 “그때도 어렸구나”생각하게 되는 것인가. 또 그렇게 나이가 계속 들다 죽음 직전에 와서는 이 지구라는 별에서의 삶을 그저 한 편의 어린이 일기장처럼 가볍게 느끼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음- 역시 좀 더 내키는 대로 막 살아도 되겠어’하는 알 수 없는 용기가 샘솟았다.



 행사를 한참 보다 보니 출출해졌다. 연병장 입구에는 소위 황금마차라 불리는 군용 PX매점 차량이 주차되어있고 남녀노소 시민들이 줄을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도 호기심에 줄을 서서 매점에 들어가 이것저것 장바구니에 담았다. 아무래도 일반 마트보다는 훨씬 저렴한 가격이라 사다 보니 한 보따리가 되었다. 가장 웃긴 품목은 손세정제(포도향)… 갑자기 공군부대에 들어와서 지금 내가 뭐 하고 있는 거지 싶었지만.. 아무튼 시간이 흘러 행사의 피날레인 에어쇼가 드디어 시작됐다. 하늘 가까이에 펼쳐지는 커다랗고 요란한 소리의 비행기를 보자 온 몸에 전율이 일었다. 그 전율이 하늘을 자유롭게 유영하는 비행기의 아름다움 때문인지, 말 그대로 국방을 위한 속도와 전투력을 갖춘 거대한 물체에 대한 위화감 때문인 지는 알 수가 없었다. 엄마는 아이처럼 하늘의 비행기를 바라보며 박수를 치고 큰소리로 환호했다. 효도랍시고 여기저기 데리고 다녔었는데 이렇게 신나 하는 모습의 엄마를 본건 처음이다. 그동안 너무 고생만 하면서 살아온 엄마, 아이 같이 자유롭고 신나 하는 모습을 자주 보고 싶다.


 20분 정도의 공연을 마치고 우리는 돌아왔다. 엄마는 “돈 주고도 보기 힘든 멋진 공연을 보고 왔네~”라고 말했다. 사실 나는 그 날 동네 마실 나오듯 가볍게 나온 거라서 치아 교정기를 끼고 나왔었는데, 황금마차에서 구입한 과자를 먹느라 주머니에 빼놓은 교정기를 그만 행사장에서 잃어버렸다. 일교차로 외투를 입고 벗고 하다가 그만 잃어버린 것이다. 다시 제작하는데 30만 원이 들었다. 졸지에 그 공연은 비싼 공연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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