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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hum Mar 06. 2022

조카의 초등학교 입학

극성 삼촌의 등굣길 동행

 조카 지안이가 벌써 여덟살이 되어서 초등학교에 들어갔다. 누구보다 지안이의 입학식을 고대해왔던 나는 코로나로 인해 학교에 가족들이 입장하지 못하는 축소된 입학식을 치른다는 말에 망연자실했다. 그런데 이틀 뒤 지인 분의 가족 부고 소식으로 인해 결국 서울에 갈 일이 생기게 되었다. KTX를 타고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도 있었지만 입학식 대신 지안이 등굣길 모습이라도 사진으로 담아주고 싶었던 나는(극성이다) 차에 이것저것 짐을 챙겨서 운전으로 서울에 갔다. 그리고 하루 더 지안이네서 묵기로 했다. 지난 명절에도 사정이 생겨 아이들을 못 봤기 때문에 그 마음은 더 간절했다.


 오랜만에 만난 아이들은 당연히 콩나물처럼 빠르게 자라 있었다. 올해 다섯살인 해수는 더 말이 늘어서 쉴 새 없이 쫑알쫑알 새처럼 떠드는 데 그 모습이 너무 신기해서 한참 바라보았다. 지안이는 이제 의젓해져서 동생이 하는 짓궂은 농담이나 과장에 그저 미소 지을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아침 일찍 일어난 아이들이 내가 자고있던 방에 들이닥쳐서 나를 깨웠다. 양쪽으로 시끌시끌… 삼촌이 하루 자고 간다는 게 아이들에겐 참 신나는 일인가보다. 생각해보니 어릴적에 나도 집에 손님이 놀러와서 자고간다고하면 그랬던 것 같은 어렴풋한 기억이 있다. 누나와 함께 지안이 등굣길을 함께 했다. 큼지막한 카메라를 들고 그 모습을 열심히 찍었다. 아침부터 유난을 떠는 내 모습이 우습기도 했지만 누나의 만삭 때부터 사진으로 아이의 성장을 기록했던 나는 뒤돌아서면 자라 버리는 지안이의 모습을 놓칠 수가 없었다.


 교문에 도착해 경비아저씨께 양해를 구하고 운동장에 서서 사진 한 장을 찍었다. 그리고 서둘러 작별인사를 했다. 큰 가방을 메고 학교 안으로 들어가는 지안이의 뒷모습을 보니 여러 감정이 들었다. 난 초등학생 시절에 좋았던 기억만큼 혼란스러웠던 기억도 많다. 그렇다 보니 아이가 혼란의 세계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인 것만 같은 묘한…그리고 짠한 기분이 들었다.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있는 삼엄한 교문 앞 전경이 그 마음에 더 무게를 실었다. 어른으로서 약간의 부채감을 느끼며 지안이가 보다 즐겁고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살 수 있도록 나도 더 공부하고 발전해야겠다는 생각을 다잡으면서 강릉으로 돌아왔다.


 차를 타고 강릉으로 돌아올 때 강풍이 심상치 않다 싶었는데 며칠째 강원도 전체가 산불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사춘기 시절 속초에서 살 때부터 겪었던 굵직굵직한 봄철 대형 산불들이 떠오른다. 겨울을 겨우 견디고 봄을 기다리던 산들이 쑥대밭으로 변하는 모습을 그저 뉴스로 바라볼 수밖에 없음에 가슴이 아프다.


첫째 조카 지안이
둘째 조카 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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