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 랠리 테니스 레슨.

박민규의 핑퐁과 차라투스트라의 위대한 오후

by 하일우

11월 레슨은
무한 랠리로 시작됐다.



날아오는 공 허겁지겁 받아칠 때는
죽을 것 같았는데, 정신 차리고 보니
"I'm still alive. obviously."

어둑어둑한 새벽, 침대에서 기어 나와
테니스 코트에 다가가다 보면
퇴근 임박해 저공비행 중인 달님과 마주친다.
달밤에 체조하러 가는 듯한 느낌이 물씬~

해처럼 환한 조명이 굽어살피는

코트에 들어서면, 니체가 그의 분신

차라투스트라의 입을 빌려 언급한
'위대한 정오(Der grosse Mittag)'와도 마주친다.

해가 하늘 정수리에 떠 있어
사물의 그림자가 모두 사라지고,
그 숭고한 혹은 '흉측한' 실체가
환하게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시간!

그 순간을 테니스 멘토,
김규원 박사님께서
동영상에 담아 공유해주셨다.

덕분에 내 스트로크 폼의 전후좌우를
입체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었다.

흉측한 적폐가 확연히 드러난다.
옥의 티가 아니라 '티의 옥'이 포착된다.
막 휘두르다 아주 가끔 숭고한 스윙~

"결국엔 폼을 완성하는 거야.
끝없이 계속 가다듬는 거지.
실은 공을 보내는 게 아니라
이쪽의 다듬은 폼을, 자세를 보내는 거야.
탁구에서 졌다는 말은,
결국 상대의 폼이 나의 폼보다
그 순간 더 완성되었다는 뜻이야.
한쪽의 폼을 다른 쪽에
전이하는 수단, 그게 탁구의 정체야."

박민규 작가가 <핑퐁>에
퐁 빠트려둔 이 충고를
요즘 다시 건져 되새긴다.

한쪽의 폼을 다른 쪽에 전이하는 수단,
테니스의 정체 또한 그러하다.
모든 라켓 스포츠가 그러하겠지.

은초딩과 장로봇을 배출한
젝스키스의 <폼생폼사>가
'테니스 초딩'의 최근 화두다.
나 폼 하나에 죽고 살고~

끝없이 계속 가다듬으련다.
새벽달 보기 운동 이어가며.
폼을 완성하는 '결국'을 향하여, 헉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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