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여인이 무덤덤한 얼굴로 찾아왔다. 유니작(SSRI)과 철분제를 100알 정도 삼켰다고. 순순히 자백한다. 우울증을 앓고 있고 죽고 싶었단다. 무표정한 음성으로 청한다. "위세척을 해주세요."
인턴이 L-tube를 꽂는 동안, 그녀는 쉴 새 없이 토했다. 미처 드러내지 못한 속내를 토사물에 섞어 내뱉는 듯했다. 개운하게 고해성사 마친 덕분일까. 시린지에 역류된 위액은 말끔했다. 정한수처럼.
당직 마치고 비몽사몽 대림미술관. '색, 다른 공간 이야기'展을 둘러보다 에코백 걸린 벽 앞에서 멈칫했다. 그녀가 게워낸 넌버벌 메시지가 거기에. 딱 그 톤이다. 가방에 입히니 무지하게 발랄하네. 일상에 복귀한 여인의 심상이 저토록 파릇하길. 다시 만날 일 없길.
P.S.
내 연상聯想 프로세스가 우울하다. 봄날에 걸맞지 않게시리. 뇌세척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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