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로, 울산
바야흐로 백로白露. 밤 기온이 이슬점 이하로 내려가 풀잎에 이슬이 맺히는 시기다. 병신丙申월은 오늘부로 정유丁酉월이 됐다. 한가위 앞둔 완연한 가을. 태화강변의 한 아파트는 오늘부로 우리 집이 됐다.
새 술은 새 부대에, 새 집은 새 도배라. 우리 침실을 제외하고 대대적인 박피 시술에 돌입한다. 걸크러시 쩌는 이모님들 이마에 이슬이 송글송글. 가장 공을 들인 공간은 단연 조안이 방이다. 한 작가님의 세심한 플랜 그대로 세계 지도 벽지가 촤르르~
홈씨씨에서 짠 책장과 수납장도 도착한다. 17층까지 이를 어찌 옮기나 숨 고르는데, 윤 팀장이 때마침 도착한다. 나를 현 직장으로 이끈 헤드헌터다. 대전을 떠나 대구 찍고 울산까지 출장. 청주 일정이 취소된 통에 우리 이사 도와줄 짬이 생겼다.
가을 하늘 공활한데, 낮고 구름 자욱. 그 아래에서 등짝에 백로 뻘뻘. 종혁이가 힘써준 덕분에 하조안 아지트의 윤곽이 스멀스멀 드러난다. 왠지 모르게 뿌듯하다. 조만간 방한하는 근혜옹주의 법언法言은 참이로구나. '정말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나서서 다 같이 도와준다.'
여행지마다 표시하도록.
저 각도로 브이!
쪼안, 쪼아!
수납장 점검.
이모님 티셔츠 멋지다.
'주는 대로 먹어라.'
김 원장은 그 와중에 브이!
윤 팀장 고마우이.
종혁이 경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