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진단서 단상
"조 선생, 사망진단서 써본 적 있어?"
"아뇨. 전 한 번도 없습니다."
산전수전 두루 겪은 말턴에게 그 경험이 없다니, 뜻밖이었다(뭐, 그럴 수도 있겠다. 나도 의료원 파견근무 때 처음 해봤으니까). 말 나온 김에 짤막 특강. 곁에 앉히고 PDF 파일을 함께 훑었다. 진단서 작성 교부 지침. 대한의사협회에서 작년에 새로 펴냈다. 국감으로 낯익은 이윤성 교수님의 서문부터 짚었다.
'진단서는 환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도구이지만, 다른 한편은 그로 인하여 불이익을 보는 사람이나 집단이 있을 수 있습니다. 당연히 진단서는 공정하고 근거를 갖추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진정성을 바탕으로 작성해야 합니다.'
"보험금 탈 수 있게 병사로 고쳐달라고 난리 치던 보호자가 내 가슴팍 콱 물었던 적도 있었어. Human bite! 집요하게 괴롭혔지만, 끝까지 원칙 지켰더랬지. 공정한 근거, 진정성, 불이익 없도록."
"네, 명심하겠습니다."
'사망 원인에는 질병, 손상, 사망의 외인을 기록할 수는 있지만 심장마비, 심장정지, 호흡부전, 심부전 같은 사망의 양식(mode of death)은 기록할 수 없다.'
"이건 잘 알지?"
"네, 국시에서도 중시하던... 근데 왜 그랬을까요?"
"네가 봐도 이상하냐? 타산지석 삼으시게."
'사망을 증명하는 서류를 발급하는 목적은 두 가지다. 첫째, 한 개인의 사망을 증명하는 일이다. 둘째, 사망진단서는 사망원인 통계의 기초 자료가 된다.'
"올해 사망원인 통계엔 오류가..."
"그렇게 생각해? 그렇다면 넌 앞으로 절대 그러지 마."
#정의와_진실의_사망은_증명되었다
#국민을_겨누는_공권력은_사망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