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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일우 Oct 20. 2016

발리에서 생긴 일

발리온천 세신 체험기

발리로 향한다. 한국에서 7시간, 아니 집에서 30분 거리다. 그야말로 옛날식 욕탕이다. <1박2일> 멤버들도 왔었다고. 온천에 몸 담그니, 사르르 녹는다. 피로도, 번뇌도. 사우나에서 땀 빼며 체급 조정. 빼는 김에 때까지 빼보기로 한다. 건강관리사의 실명과 연락처가 적힌 메뉴판이 손짓한다. '당신의 피부를 이해합니다.' 30년 경력에 이 정도로 세심한 세신사라면 콜!

날 찾아 다가오신다. 육덕이 스모선수급. 그 몸이 출렁, 내 맘은 철렁. 안색과 복부 시진 상으론 복수천자가 시급한 간경화 어르신에 가깝다. 질끈 눈 감고 수술대에 눕는다. 보드라운 수건이 얼굴에 닿는다. 빡빡 얼굴부터 사포질. 이어 축축한 종이가 달라붙는다. 복숭아향이다. 뜻밖에 마스크팩 서비스. 촉촉한 감촉이 경계심마저 녹인다.

몸 훑는 손길에 거침이 없다. 쓱싹쓱싹 대패질. 군살이 깎이는 듯하다. 제 피부가 당신을 이해하네요. 그의 손놀림에 몸의 앞과 옆이 맨들맨들 길들여진다. 몸을 뒤집자, 지구의 중력이 마스크를 빨아들인다. 양팔 파닥거리는 내 뒤태를 살피던 아저씨가 입을 떼신다. "오른쪽 어깨가 안 좋으시네. 이게 뭉치면 목도 뻣뻣하고 머리까지 아프실 수 있어."

긴장성 두통(tension type headache)의 병태생리에 가까운 훈시를 베푸시며, 내 양팔을 뒤로 재끼신다. 아이 손에 날개 붙들린 잠자리 포즈로 일시 정지. 아찔한 고문이 끝나니 어깨가 한결 편하다. 우측 견갑의 고질병을 이렇게 해치우시다니. 30년 내공,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아아 고마워라. 고수의 은혜. 등 푸른 현찰에 감사함 실어 건네니, 어깨를 수줍게 들썩이신다. "저 충청도에서 왔어유. 또 올게유. See U~"

믿고 맡기겠소
안 가는 데가 없구려
목욕 마치고 <오복미역>. 전복이 미역탕에서 온천욕
대뜸 환호성. 표정 보소
상전이 따로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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