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다

발리다방 탐방

by 하일우
만세가 절로 나오는 하루다.
해변의 견공, 한창 똥개 훈련 중.
진하해수욕장 잠시 산보.
하늘과 바다 모조리 푸르다.


여름 여행지는 아직도 미정. 이것저것 따질수록 점점 미궁에 빠져든다. 다 잊고 일단 발리로 떠난다. 구름 몰아낸 하늘이 유난히 푸르다. 바람도 묘하게 선선하다. 에어컨 끄고 창을 내린다. 달리는 내내 상쾌하고 쾌적하다. 폭염과 폭우로 원초적 폭력 휘두르던 하늘은 어디로 갔나(우리 동네 누구처럼 혹시 해외연수?).


다방 들어가는 물주.
(돈 쓰실 때 특히) 뒤태 미인.
커피 내리시는 주인장.
빨간 모자의 여인.
70년대 고딩 모자 쓴 남자.
테이블에서 우릴 반기는 녀석.
고놈 에이드와 아포가토. 힘이 불끈 솟는다.
갓 구운 스콘. 냄새부터 황홀하다.
카페에서 입수한 여행 에세이.
스콘과 아메리카노 흡입하며 <안녕, 여행> 탐독.


이런 산골 오지에 다방이라니... 그나저나 분위기 오지네. 허름한 듯 세련된 공간이다. 투박한 듯 정교하다. 아포가토와 고놈에이드로 갈증을 쫓고 혈당을 올린다. <발리다방> 독점하고 흐느적대는데, 고소한 내음이 공간에 스민다. 때마침 빵 나오는 시간. 갓 구운 스콘에 딸기잼 발라 단숨에 해치운다. 은은한 아메리카노가 폭풍 흡입을 은근히 돕는다. 스콘에 얽힌 뻑뻑한 편견이 꿀꺽 사라지는 순간이다.


믿고 읽는 함선영 시집.
네 기분이 좋을 때 내게 말해줘.
다방 입구. 아늑하다.
적당히 어둡고, 적절히 밝다.
아내와 나, 조안이. 우리 셋 같네. 하씨 집안 히치'하'이킹!
원고지에 박힌 문장을 읊는다. '파도가 넘쳐서 너의 발을 적신 건 고래도 가끔 울기 때문일 거야.'
아기자기한 방명록.
방명록에 흔적 남기는 아내.
파리 킬러께서 흘린 흔적. 알록달록하다.


'사과를 쪼개니 씨가 여러 개. 미안하다. 임신 중인데.' 함선영 시집, <눈물이 마르면 화분 하나를 사요>에서 발굴한 시어 등이 카페 곳곳에 박혀 있다. 여운 짙은 문장들을 소풍날 보물찾기 하듯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모기 찾아내 몰아낸 아내가 아기자기한 방명록에 알록달록 흔적을 남긴다. 아늑한 안에서 화창한 밖으로 나설 즈음, 고놈의 확신이 동행한다. '생긴다, 좋은 일!'


반드시 생긴다. 좋은 일!
다방 나설 때 우측 기둥에서 포착할 수 있다. 그대는 꽃. 나는 나무. 동행!
이런 아지트 하나 마련해야겠다.
공든 탑이 무너지랴.
말 달리자!
개구리밥으로 도배된 연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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