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뿔싸

더위 먹은 SRT

by 하일우


성심당의 소보로빵을 품고 허겁지겁 SRT에 오른다. 18시 18분에 기차는 출발. 대전에서 거사 잘 치르고 홀가분한 심정으로 귀가하는 길이다. 그런데, 이미 내 좌석을 점유한 이가 있다. 서로의 표를 머리 맞대고 까는 순간, 탄식이 불쑥 솟구친다. 아뿔싸. X됐다.

인당에 제3의 눈. 영안이 열리면 뭐하나. 이미 박힌 두 육안도 똑바로 못 쓰고 댕기는데.

점점 더 멀어져간다. 남녘의 집으로부터. 아내에게 이실직고. 환자 몰려들어 바쁜 아내가 새 티켓을 끊어 보내준다. 천안아산역에서 18시 57분에 출발하는 SRT다. 6호차 7A. A급 남의 편, 칠뜨기를 위해 특별히 엄선한 자리다. 날이 더우니 별일이 다 생기네.


조안이가 기차에서 그린 작품 중 하나. 뱀띠 모친과 원숭이띠 부친을 그렸다. 사고 치고 내빼는 모습으로 읽힌다.

하민석의 마누라로 사는 건, 내가 생각해도 참 고된 일이다. 극한직업을 기꺼이, 기어이 수행하는 마눌누님께 기립박수. 그렇다. 이건 반성문이다.


마누라는 극존칭이다. 왕과 왕비 등 최고 존엄에게 붙이는 호칭이었다.


#탑승시각부터_불길했어_1818
#마누라는_선생님_더하기_사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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