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실과 폭염과 에어컨
첫째, 지저분한 침실.
둘째, 물건을 아무 곳에나 두는 사람.
셋째, 밤을 새워가며 TV 보는 사람.
넷째, 알람 시계를 5분 간격으로 맞춰놓은 사람.
다섯째, 게임 중독자.
덜렁대고 지저분한 당신이 '똑똑이'라는 의외의 증거 5
덜렁대고 지저분하나 '똑똑이'임을 입증하는 의외의 증거 다섯 가지다. 이 아티클 찾아낸 아내 가라사대, "다 제 얘기입니다."
울산으로 건너온 지 1년이 다 되도록, 그 와중에 정권도 바뀌었는데, 우리 침실의 적폐는 여전하였다. 침 뱉어도 될 만큼 어수선한데, 타액이 착륙할 틈새조차 찾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내 몸 감쌌던 허물들만 침실에 눕히고, 난 서재의 요가매트 위에서 뒹굴거나 조안이 침대에서 뻗곤 했다. 거실 소파는 피칠갑 미드 즐기는 아내 몫.
7월의 마지막 밤, 울산에서 숙면했다. 사부님 알현하는 길몽까지 즐감. 이게 다 개벽된 침실 덕분이다. 군더더기 없는 문장처럼, 잡동사니 없는 명당이 됐다. 더블베드와 20번 scalpel blade 박힌, 아내의 초집도 기념 벽시계, 그리고 한 작가님의 작품 한 점. 미니멀리즘 인테리어의 전형이다. 오호라, 이런 날도 오는구나.
지저분한 똑똑이의 첫 번째 증거 인멸에 기여하신 에어컨 기사님께 고마운 마음 전한다. 그가 방문하지 않았다면 이 지독한 적폐는 다음 선거 때까지도 척결되지 못했을 것이다. 따지고 보면 요상한 요즘 날씨 자체가 결정적 은인이다. 하늘이 베푼, 숨 막히게 따사로운 은총 덕분에 부득불 에어컨 영접한 거니까.
덩달아 똑똑이의 두 번째 증거마저 소멸되고 있다. 이젠 물건을 아무 데나 두진 않는다. 그러니까, 침실에는 두지 않는다. 덕분에 서재가 푸짐해졌다. 1774년 프랑스의 화학자 앙투안 라부아지에가 발견하고, 독일의 화학자 란돌트와 헝가리의 물리학자 외트뵈시가 실험적으로 검토하여 오차 범위 내에서 충분히 성립된다고 입증한 대자연의 이법을 새삼 절감한다. 質量保存의 法則(law of conservation of mass). 이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