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상한 베드

국경없는의사회 2017 특별전시회, 해운대

by 하일우
에너지 드링크 마시며 브이.

국경없는의사회 2017 특별전시회. 무더위 무릅쓰고 해운대에 들른 이유다. 몇 해 전, 인사동 거리에서 만난 이들을 아내가 꾸준히 후원하고 있다.


무서운데 안 무서운 척.
해치지 않아요.

구호텐트를 축소한 미니체험관. 가장 먼저 망막에 맺히는 건 걸이형 체중계의 아기 인형이다. 딸은 가까이 다가가는 것조차 꺼린다. 이름에 '비출 照'자 붙여줬더니 '조심 操'자로 써먹네. 겁 많은 조안, 누굴 닮았니. 후후.


VR 영상, 신기방기.

다급한 재난 상황이 손에 잡힐 듯 펼쳐지는 VR 영상에 빠져든 겁조안. 내가 빠져든 건 아이 곁에 놓인 요상한 베드다. 침대 한복판에 웬 싱크홀? 등 마사지 받을 때 얼굴 집어넣는 구멍인가. 행사 도우미께서 귀띔해주신다. 정답은 콜레라 치료 키트.


콜라라 베드, 매우 인상적.

주최측이 제공하지 않은 VR 영상이 아련하게 아른거린다. 해외에서 해산물 잔뜩 먹었다는 피서철 내원객. 청진 소견은 우르르 쾅쾅. 시간당 20mmm 이상의 폭우처럼 설사가 쏟아진다. 복통은 딱히 없는데, 오심과 구토가 우웩 동반된다. 급속히 탈수가 진행돼, 미동도 할 수 없으니 침대가 곧 해우소다. 쏟아지는 오물을 구멍 아래 양동이에 담아 처리한다.

산혈증에 순환기계 허탈까지 초래되는 콜레라. 중증일 땐 4~12시간 만에 쇼크에 빠진다. 수일 내에 숨을 거둘 수 있다. 치료하지 않으면 50% 이상이 사망. 적절히 치료하면 사망률은 1% 이하로 뚝 떨어진다. 콜레라 베드. 호발 지역 응급실엔 꼭 있어야 할 아이템 되시겠다.


욕하는 손 아니에요. 플럼피너트 맛있네요.

영양치료식 플럼피너트를 살짝 맛본다. 달달하니 고소하다. 살이 찔 수밖에 없는 맛이다. 어깨 형님들이 몸 키울 때 빨아들이곤 한다지.


우리 딸 팔뚝 굵다. 당연히 그린.

뮤악('팔뚝 둘레'란 뜻) 밴드도 조안이 팔에 감아본다. 아이들의 영양상태를 가늠하고자 구호현장에서 쓰는 띠다. 115mm 미만은 레드, 심각한 수준의 영양실조. 그린(125mm 초과)은 정상. 두 지점 사이인 노랑은 일반적 수준의 영양실조다. 아프리카 등 재난 지역 아이들에게 '니 팔뚝 굵다'는 반가운 덕담이겠구나.


조곤조곤 친절한 설명, 감사합니다.
상세한 안내, 유익하네요.
구명조끼에도 급이 있군요.

생명은 국경보다 소중하다는 이들의 행보를 무더위만큼 뜨겁게 응원하다. 이런 말잔치가 다 무슨 소용인가. 백 마디 혀보다 한 번의 엄지! 국경없는의사회​ 시뻘건 후원 버튼 쿨하게 누르시라. 후후.





모처럼 해운대를 거닌다. 아이와는 처음이다. 부산 바다축제는 뜻밖의 보너스!


헐벗은 언니들, 고맙습니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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