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바셋 울산점 오픈 행사 탐방기
이 머그컵으로 말할 것 같으면 울산에 드디어 생긴 <폴 바셋>이 오픈 기념으로 증정한 것으로서, "이게 뭐라고 연놈들이 저렇게 줄을 서고 있다냐"에서 당당히 '놈'을 맡아 이룩한 쾌거다. 복고풍 태양이 철 지난 열연을 펼쳤고, 그 꼴 보기 싫은 처자는 파라솔스러운 검정 양산을 활짝 펼쳤으며, 땡볕 방패 역할만 할 것이지 창 노릇까지 넘보던 그녀의 양산은 내 낯짝을 찔렀고, 내 짜증은 공활한 가을 하늘을 찔렀다.
검정 머그컵이 동이 났단 소식에 반갑게도 이탈자들이 생겼고, 커피숍 입구에 근접했을 땐 반갑게시리 망고 아이스크림이 생겼다. 혈당 올려줄 테니, 인내심 역치도 좀 올려보라는 주최측의 의중을 간파하고 기꺼이 버텼다. 용두龍頭의 사미蛇尾에서, 용미龍尾의 사두蛇頭로 올라서기까지 소요된 시간은 에누리 없이 80분. 아침밥만 먹고 뛰쳐 나왔는데, 귀하디귀한 나의 아침이 고스란히 먹혀버렸다.
심청이는 부친의 눈을 뜨게 하려고 인당수에 몸을 바쳤고, 인어공주는 사람 다리 얻고자 곱디고운 목소리를 마녀 우슬라에게 바쳤으며, 난 게으름 피울 수 있는 시간을 몽땅 바쳐 김 원장에게 아이스 카페라떼를 갖다 바쳤다. 가장에게 점수 좀 따보고자. 어떻게든 먹고 살라고.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는 법. 하얀 머그컵 얻고, 고이 간직해온 포비아 하나를 잃었다. Macrophobia. 줄 서서 오래 기다리는 걸 극도로 꺼리는 공포증이다. 그간 회피요법으로 일관했었는데, 어쩌다 홍수법(자극 범람). 졸지에 뚝딱 나아버렸다. '기다림이 아름다운 세월은 갔다'던 안도현 시인의 일갈에 동조하는 입장이었는데,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세월이 가도 안 가는 게 있다. 기다림도 때론 아름답다.
머그컵 넘쳐나지만 앞으론 폴 바셋 컵만 쓸 거다. 가보로 물려줄란다. 헉헉. 그나저나 청주엔 언제쯤 폴 바셋이 생길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