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맛

복지리탕 해장

by 하일우
복지리탕, 맛 지리구요.

모처럼 청수복집. 라온 카페 사장님께 '철학 진료' 시전하고 복지리탕으로 해장한다.


복껍질무침, 별미구요.

어제 샤로수길에서 최 선생님과 소고기 씹고 양꼬치 삼키며 줄기차게 들이부은 알코올의 적폐가 시나브로 빠져나간다.



그 틈으로 사는 맛이 스며든다. 정일근 시인의 '사는 맛'도 솟구친다.


사는 맛
정 일 근

당신은 복어를 먹는다고 말하지만
그건 복어가 아니다, 독이 빠진
복어는 무장 해제된 생선일 뿐이다
일본에서는 독이 든 복어를 파는
요릿집이 있다고 한다, 조금씩
조금씩 독의 맛을 들이다 고수가 되면
치사량의 독을 맛으로 먹는다고 한다
그 고수가 먹는 것이 진짜 복어다
맛이란 전부를 먹는 일이다

사는 맛도 독이 든 복어를 먹는 일이다
기다림, 슬픔, 절망, 고통, 고독의 맛
그 하나라도 독처럼 먹어보지 않았다면
당신의 사는 맛도
독이 빠진 복어를 먹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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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로록 삼킨 건 무장 해제된 생선, 독이 빠진 복어였으나, 취중에 명함 지갑 잃어버린 걸 알아버린 김 원장의 독설이 '사는 맛'을 완성시킨다.

맛이란 전부를 먹는 일! 조금씩 독설의 맛을 들이다 고수가 되면 치사량의 독설을 맛으로 먹는다. 불혹不惑이 코앞이나, 귀는 이미 이순耳順.


지갑 분실 사실을 깨닫기 전, 해맑게 서울대 산책.

술이 흘러들어오면, 소지품 흘리는 징크스. 매번 잃어버리니 뭐 사주고 싶겠냐고 아내가 절규한다 반성 모드로 잔뜩 긴장했으나, 최 선생님 덕분에 무장 해제.


<청수복집> 상차림.

비를 뚫고 식당 찾아가 지갑 생환에 이바지하신 귀인께 복어 요리 대접하련다. 반반지은半飯之恩도 필보必報하라 하였나니 뭔들 못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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