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것은 모두 일상 속에 있다> 묵상
병원 벗어나 잠시 쉬는 동안, 집 정리에 몰두했다. 침실의 지뢰를 제거하고 서재의 지방을 흡입했다. 줄기차게 치우고 끊임없이 비우다 버리지 말아야 할 것까지 건드렸다. 꽤 두둑한 외화랑 아내의 심기.
모진 핀잔 무릅쓰고 집 구석의 적폐 청산을 우직하게 이어갈 수 있었던 건 야마시타 히데코와 오노코로 신페이가 입을 모아 응원해준 덕분이다.
그들이 함께 써내려간 <소중한 것은 모두 일상 속에 있다>는 정리정돈 찬양으로 시작한다. ‘정리는 인생을 창조하기 위한 원천입니다. 정리를 포기하는 것은 인생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할 수 있지요. 포기하지 않고 정리를 계속하다 보면 우리 인생은 알아서 더 좋은 방향으로 진행됩니다.’
그리고 정리의 첫 단추로 집을 거론한다. ‘집이란 우리 생명을 담는 거대한 그릇입니다. 집 정리를 게을리하는 것, 집 손질을 미루는 것은 생명을 함부로 다루는 것과 같아요. 가장 먼저 주거 공간을 정리해봅시다. 그것이야말로 진정 생명을 돌보는 행위입니다. 물건으로 가득 차서 신진대사가 사라진 집은 정말 안쓰럽습니다. 이렇게 신진대사가 사라진 주거 공간은 그 속에서 계속 살아야 하는 사람도 서서히 시들어가게 만듭니다.’
치우면 치울수록 일이 점점 커졌지만, 두 고수의 자상한 뽐뿌질에 힘입어 심기일전. 집을 정리하는 일은 시들시들한 추억을 싱싱하게 발굴하는 일이기도 했다. 촌스런 사진과 지난 세기 성적표 등의 유물 틈바구니에서 포착한 것은 의무기록지 한 장. 거기엔 30대 초반의 ADHD(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 환자가 주치의에게 끼적인 편지가 담겨 있었다.
플래너 선물에 동봉한 아부 훑다가 피식 웃었다. 살아있는 플래너와 플랜에 없던 도시에서 살아가게 될 줄 누가 알았으랴. 포기하지 않고 정리를 계속한 덕분일까. 마흔 살 문턱의 내 인생이 새롭게 진행되고 있다. 알아서 더 좋은 방향으로.

주치의와 함께 써내려갈 ‘소중한 일상’의 예후가 무척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