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주사 한소식

속리산 나들이

by 하일우


속리산까지 내달린다. 애정하는 명곡들이 고막을 상쾌하게 두드린다. 듬직한 바위가 고개 내밀어 나그네 반기는 산자락 아래에 애마를 묶어둔다. 텐트 즐비한 야영장 거쳐 법주사에 발을 들인다.



사천왕상 아래엔 팻말들이 주렁주렁. 자세히 들여다보니 중생들의 염원이 빼곡하게 담겨 있다. 큼직하고 듬직하신 미륵불, 도솔천 천주님 올려다보고 지하 법당에 들어간다.



잠시 좌정하여 나직이 태을주 읊조린다. 훔치훔치 태을천상원군 훔리치야도래 훔리함리사파하. 불교 깨달음의 총 결론이 ‘훔’이다.



나의 띠자리인 잔나비가 보초 서는 대웅전의 삼존불께 경배하고, 명부전의 염라대왕께도 목례.



이 땅에 미륵 신앙의 기틀을 마련해주신 진표율사 영정 앞에서 옷깃 여민다. 부안 변산의 부사의방장, 적막한 절벽에서 온몸을 돌로 두들기며 참회한 그의 처절한 구도행각은 후학의 나태함을 매섭게 나무란다.



관광객 부탁에 호응해 찍사 노릇도 기꺼이. 절 앞 찻집에서 광명진언과 백만 배 관련 서적도 훑는다. 원숭이띠 자석 팔찌 손목에 채우고 다실 벗어나 세조길을 사각사각 밟는다.



욕심처럼 꽉 찬 방광 비우러 들른 해우소. 독일의 대문호 괴테와 불패의 신화 존 우든이 한 마디씩 거든다. 88연승 이끌고 2010년에 백세로 생을 마감하신 농구 감독님이 날리신 슛이 염통의 링에 철썩 꽂힌다.



아무리 화려해도 포장지는 뜯겨지고 만다. 껍질 까고 귤 삼키듯, 명성보단 인격! 오랜 화두가 법주사 해우소에서 사르르 풀린다. 새로운 일 시작할 용기가 솟구친다. 깊이 숨었던 천재가 눈빛을 번뜩인다. 기적이 기다린다. 가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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