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출근 단상

도덕경과 시경 묵상

by 하일우


근무복을 착용한다. 해우소에 들어간다. 거울을 지그시 바라본다. 입가에 미소를 머금는다. 낯익은 듯 낯선 모습을 카메라에 찰칵 담는다. 이 자화상의 제목은 ‘새 직장 첫 출근’이다.



응급의료센터의 연두색 벽 앞에서 팔짱을 낀다. 어색한 미소를 다시 입가에 문다. 사근사근한 간호사가 그 피사체를 카메라에 담는다. ‘출근 직후인데 퇴근 직전 표정’이 작품 concept이다.



뭔가를 처음 시작할 때, 몸에 잠시 스미는 마음과 오랜만에 재회한다. 이른바 초심初心. 초밥처럼 자주 먹을 수 있는 녀석이 아니기에 덥썩 문다. 성인들이 남긴 문장들로 초심을 꼭꼭 씹어 삼킨다.

노자(老子) 도덕경(道德經) 제64장부터 더듬는다. ‘민지종사 상어기성이패지(民之從事 常於幾成而敗之), 신종여시 즉무패사(慎终如始 則無敗事).’ 일이 거의 완성될 때 대부분 실패한다. 끝을 조심하기를 처음과 같이 하면 실패하는 법이 없다. 유종의 미 거두는 비결은 이 이상이 없다.

시경(詩經) 대아(大雅) 탕편(蕩篇)도 끄집어낸다. ‘미불유초선극유종(靡不有初鮮克有終)’. ‘처음이 있지 않은 사람은 없으나 능히 끝이 있는 사람이 적다’는 뜻이다. 처음에는 누구나 노력한다. 허나 끝까지 계속하는 사람은 얼마나 드문가.



그렇다. 초장이 끝장이다. 마음의 가장 이상적인 형태는 ‘처음’이다. 늘 처음처럼 설렘 품고 한 걸음 한 걸음. 급할 거 없다. 느려도 소걸음. 격암 남사고 선생께서 찾으라고 신신당부하신 ‘소 울음소리’ 읊조리며 나아간다.



훔치훔치 태을천상원군
훔리치야도래 훔리함리사파하.



또 어떤 기적들이 날 기다리고 있으려나. 무척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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