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촌 계동길 탐방
안국역 3번 출구에서 신발끈 고쳐맨다. 1983년에 세워진(그러니까 나보다 어린) 현대건설 사옥을 우측에 끼고 뚜벅뚜벅 걷는다. 점심시간 맞아 우르르 거리로 쏟아져 나온 직장인들 틈에서 느긋하게 유유자적. 북적이는 북촌에서 계동길은 비교적 적요하다.
수요미식회에 등장한 적이 있다는 <아티장>의 크루아상 음미하고, ‘어른이’용 장난감 가게에 들어가 뽑기 기계에다 드르륵 동전을 쏟아붓는다. 캡슐에 담긴 아기자기한 소품들 거머쥐고 따사로운 거리를 사뿐사뿐 활보한다.
분식집 견공과 정자의 나비가 나그네 발목을 한동안 붙든다. 네 발 달린 디오게네스들은 약속이나 한 듯 무심한 표정이다. 한적한 오후에 걸맞는 풍경이다.
온천 마크를 참신하게 재해석한 <파스타> 가게를 지나 도예가의 작업실을 기웃거린다. 불쑥 들이닥친 불청객을 작가님이 친절하게 맞아주신다. 종이처럼 얇디 얇은 작품의 소재가 도자기라니! 내 서재에 모셔두고픈 경이로운 예술품에 경의 표하고 다시 길 위에 선다.
아담한 한옥에 들어가 김수강 작가의 사진전을 둘러본다. 작가님과 눈인사 나누고 사진집도 구입한다. 따사로운 툇마루에서 앉아 정원의 화초처럼 햇살을 빨아들인다. 광합성으로 엽록소 뽑아내 한결 파릇해진다. 사진전 타이틀처럼 ‘완전한 질서’가 심신에 임한다.
왔던 길 되짚어 돌아가는데, 아이언맨이 외친다. “뭘 봐!” 타인의 시선에 갇히지 말고, 누가 뭐래도 당당히 나아가라는 당부로 들린다. 옷가게 유리창도 나직이 속삭인다. “2018년은 최고의 해가 될 거야.”
꼭 그렇게 될 거다. 다시 안국역 3번 출구 앞. 몸은 지하로 내려가는데, 맘은 천상으로 올라간다. 신발끈 다시 맨다. 신바람이 함께 묶인다. 새 터전이 차곡차곡 튼실하게 건설되고 있다. 이제껏 아무 일이나 거의 다 해낸 덕분이다. 기해년 거사도 흡족하게 치뤄낸다. 발걸음에 확신이 깃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