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린 남자

자아성찰 타로리딩

by 하일우


캘틱 크로스(Celtic Cross)를 필두로 여러 스프레드를 촤르르 펼친다. 카드를 까는 건 삶을 까발리는 행위다. 외면해온 진실과 직면한다. 의식의 사이드 미러가 미처 포착하지 못한 무의식 사각지대를 유니버셜웨이트 타로가 선명하게 드러낸다. 생의 남루함을 덕분에 자각한다. 요사이 자주 등장하는 건 매달린 남자. 새 일터에서의 일상이 압축된 풍경이다.



밧줄에 발목이 묶인 사내. 거꾸로 매달렸으나 표정은 의연하다. 후광마저 내뿜는다. 시련을 감수하고 헌신을 결심한 자의 서기다. 뒷짐은 여유다. 나뭇잎은 생명력, 탐스럽게 영근 열매는 재생과 부활을 암시한다. 꼼짝할 수 없는 역경 속에서만 얻어지는 진실이 있다. 삶의 묘미는 고통에 있다.



바야흐로 휴지기다. 고치 속 나비다. 관망이 미덕이다. 시간을 견뎌라. 시간은 모든 걸 집어삼키는 가차없는 어떤 것. 지나간 모든 상처를 치유해주는 힘이다. 그래서 신의 선물이다. 조금만 견디면 옥동자 나온다. 그러므로 산고는 필연이다. 아파야 낳는다. 아파야 낫는다. 아프면서 풀린다. 뭉친 근육 풀어주는 폼롤러 스트레칭이랄까. 맹자(孟子) 한 구절에 메이저 12번 카드의 지혜가 압축되어 있다.

天將降大任於斯人也인대
必先勞其心志하고 苦其筋骨하고 餓其體膚하고
窮乏其身行하여 拂亂其所爲하나니
是故는 動心忍性하여 增益其所不能이니라.

하늘이 장차 이 사람에게
큰 임무를 내리려 할 때에는
반드시 먼저 그 심지를 지치게 하고
뼈마디가 꺾어지는 고난을 당하게 하며
그 몸을 굶주리게 하고
그 생활은 빈궁에 빠뜨려
하는 일마다 어지럽게 하느니라.
이는 그의 마음을 두들겨서
참을성을 길러 주어
지금까지 할 수 없었던 일도
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니라.



연필 한 다스는 12자루. 열두 달이 차면 해가 바뀐다. 수가 차서 뾰족한 수가 생길 때까진 줄기차게 두들겨 맞아야 한다(辰時에 출근하여 이튿날 辰時에 직장 벗어날 때까지 열두 시간 내내 고군분투하면 온몸이 두들겨 맞은 듯하다). 유리한 인사 이동 후에 무리하고 있다. 덕분에 맷집이 나날이 좋아진다. 할 수 없었던 일을 마구 해낸다. 뒤집어 생각하는 유연함도 생긴다.



뭐든지 수행(修行)으로 여기고 나아간다. 욕심에 붙들리지 않고 흐름에 몸을 맡긴다. 힘이 들어갈 땐 힘이 드는 법. 기꺼이 매달려 기어이 메달 딴다. 아홉수 장벽을 의연히 넘는다. 생애 전환기, 운명 변환기엔 마땅히 이래야 한다. 그것이 만고불변의 진리다.


존재는 고통으로 소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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