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내게 나답게 살라고 말했다]
요사이 즐기는 취미가 있어요. 숨은 냥이 찾기. 다가가도 튀지 않는 녀석에겐 카메라도 들이댑니다. 아내랑 어슬렁 동네를 거닐다 길냥이 야식을 챙기곤 합니다.
독일의 실존주의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 그의 시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의 말엔 고개를 주억거리게 됩니다. “인생에 고양이를 더하면 그 힘은 무한대가 된다.”
이에 질세라 알베르트 슈바이처도 한 마디 보탭니다. “인생의 시름을 달래주는 두 가지가 있다면 그것은 음악과 고양이다.” 다시 창고가 돼버린 서재엔 아내가 사둔 고양이 관련 소품들이 곳곳에 짱박혀 있습니다. 달력과 그림, (뺏지 아니고) 배지와 쿠션, 인형과 책 등등. 웨슬리 베이츠는 고양이가 있는 집에는 특별한 장식이 필요 없다고 했는데요. 고양이가 없으므로 저희 집엔 대타 장식품이 즐비합니다.
과부하 걸린 뇌 식힐 겸 (서재 아니고) 창고 뒤지다 <고양이는 내게 나답게 살라고 말했다>를 발굴했습니다. 시라토리 하루히코가 고양이 입을 빌려 닝겐에게 덕담 건넵니다. 줄곧 간결하고 때론 강렬합니다. 잔잔하게 그르렁거리다 휙 급소를 할퀴네요.
만단설화의 요지는 ‘매일 새로운 발견으로 가득 찬 삶’입니다. 주어진 모든 것에 기뻐하며 현재를 현재답게 사는 법을 속삭이네요. 평소에 품었던 생각을 대변한 문장과도 대면합니다. “‘인간은 모두 형편 없다. 변변치 못한 인간들뿐이다’라고 생각하며 살아보라. 그러면 의외로 사람들 대부분이 사실은 상냥하고 아름다운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사람이라고 다 같은 사람이 아니라 크고 작고 깊고 얕음이 천층만층 구만층이니라. 사람이 아무리 많아도 그 가운데 사람 맘 하나 추려 내기가 어려우니라. (道典 8:3:5~6)
영화로도 만들어진,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베스트셀러 제목이 떠오르는 대목도 있습니다. “인생에서 꼭 필요한 것은 두 가지밖에 없다. 먹고, 사랑하고. 나머지는 덤이거나 장식이다.”
이시형 박사님이 <공부하는 독종이 살아남는다>에서 밝힌 세로토닌 분비 늘리는 법과 맞먹는 내용입니다. 세로토닌은 잘 씹어야 분비된다죠. (사람 아니고) 좋은 음식 잘 씹어 먹고 몸과 마음으로 사랑해야 행복 호르몬이 뿜뿜 솟구친답니다.
살아가는 일은 어쩌면 상처받는 일입니다. 자신을 적극적으로 착취하는 이만 살아남는 한국 사회에선 더더욱 그렇습니다. 세로토닌의 기본은 슬로(slow)와 심플(simple)과 스몰(small)이라죠. 뭉근하게, 단순하게, 단출하게 사는 게 상처 치유의 요체입니다. 이 삼위를 일체로 탑재한 생명체가 고양이 아닐까 싶네요.
생의 가풀막을 오르다 그대로 주저앉고 싶었을 때, 한 길냥이를 유심히 관찰한 적이 있습니다. 오후보다 나른한 하품으로 무심히 화답하더군요. 그게 뭐라고, 쿨하게 털고 일어났습니다. 그렇습니다. 고양이에겐 분명 삶을 고양시키는 힘이 있습니다.
